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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종목

 제 이전 글 '나의 종목 발굴법'에서 질적 분석을 설명하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므로, 간단히 한 마디로 정리한 저의 질적 분석 포인트는 '이 회사가 10년 후에도 반드시 성장해있을까?'라는 짧고 다소 무책임한 문장으로 설명을 대신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목적은 투자관의 형성과 이 질적 분석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계량적 분석은 누구나 공부를 좀 하고, 연구를 해본다면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적 분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글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많이 읽기는 투자에 관심만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역시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쇼펜하우어가 말했듯, 인간은 생각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남의 글을 읽기만 해서는 투자에서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투자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주식투자를 한 모두가 성공해야 했습니다.

 

 읽는것과 함께 왜 생각하기도 중요한지를 다음의 구체적인 예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의식주는 인류가 번성하는 한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 산업입니다. 즉, 최소한 앞으로 10년간은 수요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 의류산업은 유행에 영향을 많이 받고, 건설산업은 경기의 주기가 길고 경쟁이 치열하므로, 이 글에서는 식품산업에 국한해서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회사 중 하나인 '농심'의 2005년 3월 경부터 15년 정도의 실적과 주가 추이입니다.

 특이하게 해당 기간 동안 매출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이익은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해당 기간의 주가는 매출의 증가와 이익의 감소를 공평히 반영한 듯, 거의 수평선에 잔물결이 이는 정도였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는 매출보다 이익을 반영함을 생각하면, 시장은 아직 이 기업의 이익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이 식품기업에 도대체 2000년대 이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마도 혹자는 이익이 수년째 감소하는 상황을 보고, 계량적 분석을 통해 투자를 철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계량적 분석은 여러 번 얘기했듯이 과거에 대한 분석입니다. 1990년대부터 동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라면, 계량적 분석을 통해 2007년이나 2008년쯤에는 이익의 추세적 하락을 감지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확정한 상태에서 매도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2000년대 초반에 진입한 투자자라면, 계량분석만으로 이익의 추세적 하락을 감지하고 빠져나올 때쯤이면, 크건 작건 손실을 확정해야 했을 것입니다.

 

 계량적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 기저의 원인과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00년대 이전의 한국사회는 인구감소를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인구감소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강력한 경쟁자인 '오뚜기'의 부상으로 인해 원가를 판매가에 전가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해당 기간 동안 1인 가구의 증가와 간편식 선호의 증가로 매출은 양호했으나, 라면이나 스낵의 주 소비층인 젊은 층 인구감소가 본격화되고, 강력한 경쟁자의 부상, 그리고 라면 외의 간편식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0년 이후로는 매출마저 정체상태인 듯합니다.

 

 그러면, 과거 실적 부진의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이 식품회사의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선, 좁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인구도 감소 추세이니, 넓은 해외시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문제는 인스턴트 라면을 한국만큼 즐겨먹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간혹 라면을 먹더라도 선호하는 맛이 한국 라면과는 좀 다릅니다(일본 라면이나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 보았다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요즘 불닭볶음면이나 짜파구리가 해외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니, 외국사람들도 이 맛에 익숙해지지 않겠는가?'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반짝 히트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편, 세계사람들의 입맛에도 무리가 없을 스낵류는 이 분야에서 동사의 글로벌 입지를 생각하면, 앞으로 최소 10년 정도는 매진해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점을 생각하면, 80~90년대에는 유망했던 이 식품기업은 제 후보 종목 목록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같은 식품산업의 다른 예인 '오리온'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에 기업분할이 있었기에 주가차트는 '오리온'이 아닌, '오리온홀딩스'의 것인 점을 감안하고 다음을 보시기 바랍니다. (분할 후의 오리온 주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상승추세에 있습니다. 역시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는 경우, 우리는 사업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함을 이 종목이 보여주는 듯 합니다.)

 농심과는 달리 국내에서만 통할 상품이 아닌 파이나 스낵류를 주력으로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갔던 동사에게는 국내의 인구감소가 큰 우려사항이 아니었습니다. 갈수록 과점화되어가는 세계 제과/스낵류 시장에서 크게 우려할만한 신규 진입자나 게임 체인저도 없었기에, 매출 증가폭에 비해 이익의 증가폭이 훨씬 컸음을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초에 이 주식을 샀다면, 10년 후에는 1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17년 경의 싸드 사태에 따른 중국 내의 한국상품 불매운동은 큰 시련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확신을 가지고 있는 장기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이슈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오리온은 최근에는 잃어버렸던 중국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고, 러시아와 베트남을 넘어 동유럽과 동남아로 시장을 확장할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한 최근의 주가는 동사에 확신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좋은 매수의 기회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식품산업이라는 장기간 투자하기에 좋아 보이는 산업의 두 주식을 예로 왜 읽고 생각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제는 '의식주와 관련된 1등 기업을 사면 반드시 좋은 투자가 될 것이다'와 같은 순진한 생각은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람들은 읽고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주가 차트나 수급을 분석하며, 소문주, 테마주, 주도주 따라잡기와 같은 투기를 하다가, 결국 비 자발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됩니다. 읽고 생각하는 것이 정 싫거나, 시간이 없다면, 저의 이전 글 '시장을 이기기'에서 애기한 MSCI ACWI 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쉬운 길이 있습니다.

 

2020년 6월에(2021년 1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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