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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프로텍과 시장의 비효율성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아직 들어본 기억이 없으시다면, 주식투자에 관심은 있으나, 진지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주식시장은 알려진 모든 정보를 반영하기에, 특정 종목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시장의 수익률인 지수의 수익률을 초과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앞서는 개인투자자는 극소수이고, 10년 이상 시장수익률을 앞서고 있는 펀드도 소수인 것을 보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참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펀드조차 소수이니, 주식형 펀드를 고르실 때는 10년 이상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앞서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워런 버핏은 만약 효율적 시장가설이 참이라면 자신은 거부가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다음의 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인 프로텍의 예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프로텍은 반도체 후공정이나 전자산업에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기업으로, 다른 장비도 만들지만 디스펜서라는 장비가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입니다. 디스펜서는 반도체 후공정 혹은 전자부품을 인쇄회로기판에 부착할 때 전자파 차폐나 신호 간섭의 방지, 물리적 충격의 완화와 같은 목적으로 에폭시 같은 물질을 부품과 부품 사이에 도포해주는 장비입니다. 한마디로 접착제를 기판과 부품 사이에 발라주는 것인데, 단순히 접착만이 목적이 아니라, 신호의 전기전자적인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주요합니다.

 저는 이 종목을 작년 9월부터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제가 매수를 결심한 이유에는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와 전자부품의 소형화로 동사 디스펜서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 (회로와 회로가 가까워지면 간섭이 발생합니다) 외에도 동사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이 큰 이유였습니다. 

 제가 프로텍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진 데에는 개량적으로 평가한 주가가 싸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왜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었는지를 알아냄으로 해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된 점이 컸습니다. 아래의 그림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표시된 2010년 말부터 2016년 말까지 동사의 매출은 미미하지만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감소했습니다. (반도체/전자산업용 장비라는 산업의 특성상 한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 다음해에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점은 감안하시고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영업이익이 증가하지 못한 것에 발맞추어 해당 기간의 주가는 지지부진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매출이 소폭이나마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증가하지 못한 이유에는 중화권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반도체나 전자산업에 쓰이는 장비는 사무실에서 쓰는 복사기와 마찬가지로 A/S를 받아야 합니다. 간단한 잼 정도라면 사용자가 해결할 수도 있지만, 잼도 자주 걸리면 결국 사람을 불러야 합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A/S 요청이라면 직원이 가서 해결해줄 수 있지만, 중화권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던 당시에 중국이나 대만, 싱가포르에 지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동사는 해외 대리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기에, 당시 해외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인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다소 하락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보면 이런 수수료의 매출액 대비 비중은 결국 낮아지게 됩니다. 또는, 잘 팔리는 제품이니 대리점에게 수수료를 낮추자고 당당히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제품이 꾸준히 잘 팔려서 수수료의 매출액 대비 비중이 낮아져서였는지, 혹은 중화권 대리점들과 수수료의 요율을 낮추기로 합의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2017년부터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주가도 이에 반응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주가의 반응은 실적의 증가에 비하면 좀 미적지근했습니다.

 제가 확신하는 주가가 미적지근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2010년 에서 2016년 사이에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전과가 있다는 점과, 비교적 소형주라서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6년이나 주가가 오르지 않은 이유를 시장은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즉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여, 그 후 3년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었음에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영위한다는 낙인이 찍힌 동사의 주가는 미미한 상승폭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동사가 대형주였다면 주가는 실적 이상으로 과도하게 상승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의 예가 드물지만 종종있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한 매수 기회였다면, 어제오늘 동사 주식에 벌어진 일은 좋은 매도기회였습니다. 단 이틀 만에 주가가 70% 가까이 급등한 것입니다.

 저는 주가를 자주 확인하지 않기에, 어제 동사의 주가가 급등한 것을 모르고 있었고, 운 좋게 우연히 오늘 보유종목들의 주가를 확인해 보다가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 상승폭 24%를 2.4%로 잘못 보았습니다.)

 이틀 만에 주가가 70%나 급등했음에도, 제가 계량적으로 계산한 프로텍의 주가는 여전히 쌉니다. 한데, 이런 며칠 만에 수십 퍼센트 이상의 급등은 경험상 단기적으로 결국 급락으로 이어집니다. 혁신적인 장비를 개발했지만, 아직 팔아본 적이 없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음 주 정도면 아마도 더 자세한 정보가 시장에 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주가는 더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몇 달 후에는 오늘의 종가보다는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여, 저는 오늘 시가로 평가해서 목표비중 이상의 동사 주식을 팔아, 보유종목 중 같은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는 한두 종목을 더 샀습니다. (저는 현재 국내 주식은 7 종목을 보유 중이고, 6개월에 한 번씩 시가로 평가해, 동일비중으로 맞추어 주는데, 오늘 같은 경우는 그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정기적인 리밸런싱의 예외입니다.)

 이 모두가 비교적 매우 드문 시장의 비효율성이 안겨주는 시장의 소동일 뿐입니다. 다음 주에 주가가 오늘 제가 판 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목표비중을 초과하는 수량을 더 팔면 됩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급등 후에는 급락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급등 후 급락의 이유는 저의 이전 글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와 '공매도에 대하여'에서 설명드렸습니다.)

 글을 읽고 계신 분도 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실천하신다면, 이런 시장의 소동을 이용할 기분 좋은 일이 분명히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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