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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조선주를 사야하나?

 국내 조선 3사가 LNG운반선 100여 척을 수주했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조선업은 산업의 주기가 매우 긴 산업으로 대형 선박의 수명이 보통 20년, 그리고 17년 주기의 건설산업 주기인 한센 주기의 영향을 받습니다.

 

 건설업이 조선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건설자재인 모래, 자갈, 시멘트, 철근 등의 운송 수요가 증가하면 벌크선의 수요가 증가하고, 건설업은 전반적인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에너지 운송 수요도 증가해 원유나 가스 운반선의 수요도 증가하여, 최종적으로 소비재의 수요에 영향을 미처 컨테이너선의 주요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로그값으로 나타낸 삼성중공업의 장기 주가 차트입니다. (로그 값은 1만 원에서 2만 원의 간격과 2만 원에서 4만 원의 간격이 시각적으로 동일하게 보여, 장기차트를 시각적으로 현실화하여 보여줍니다.)

 

 이전 주기의 저점 부근인 2002년 10월초 2,833원 에서 고점으로 보이는 2007년 10월 37,415원 까지 5년간 무려 13.2배, 연복리 67.5%에 이르는 엄청난 수익률입니다. 1억을 투자했다면 5년 후 13억이 넘으니,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릎으로 보이는 2005년 1월에 4,978원에 사서 어깨로 보이는 2006년 7월에 매도했다고 가정해도 3.38배, 연복리 125%의 여전히 엄청난 수익률 입니다.

 

 게다가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로 LNG운반선과 LNG 추진선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 중국은 이 분야의 기술이 뒤쳐져 있습니다. 또, 한젠 주기인 17년을 저점 부근이었던 2002년에 더하면 2019년.. 흥분이 됩니다.

 부자가 될 길을 찾은 것 같습니다.

 

 자,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신중한 투자자라면 한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우선 2002년에서 2007년은 중국의 고성장 시기로, 원자재가 부족했던 중국은 대량의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당연히 선박의 수요 또한 엄청나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다음번 조선 주기에도 중국과 같은 대량수요자가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설령 중국에서 이전의 주기와 비슷한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같은 저부가 선박에서는 중국도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수요가 넘칠 때는 항상 경쟁자의 진입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는 국제해사기구의 황산화물 배출규제인데, 스크러버를 설치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1~2년쯤 전에 본 증권사 리포트에서 스크러버의 설치비용도 상당하고, 황산화물 규제가 일회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도가 증가할 것을 생각하면, 선박을 조기 폐선시키고 LNG 추진선 같은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좀 많이 낙관적인 추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많아지면 공급도 늘어날 테고, 그러면 스크러버의 설치비용도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선주라면 수명이 꽤 남은 배를 조기에 폐선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에너지 수요는 증가할 것이니, 최소한 원유나 가스운반선의 수요는 증가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으로 유럽에는 30~40% 이상의 에너지를 신재생에서 얻는 국가가 많습니다. 또, 다른 많은 국가들도 점차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하면 조선업의 미래가 눈이 돌아갈 정도로 흥분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로그 값으로 나타낸 LG생활건강의 장기 주가 차트입니다.

 

 삼성중공업을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았다고 낙관적으로 가정한, 2005년 2월에 LG생활건강의 주가는 27,850원에서 2006년 7월에 81,900원 까지 2.94배로, 연복리로는 105%의 수익률입니다. 낙관적으로 본 삼성중공업의 연복리수익률 125%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LG생활건강은 소비재 기업으로 특정 산업주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에, 삼성중공업 같은 턴어라운드 주식이라면 투자기간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길 기다리며 보유했을 기간에도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하면, 역시 저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산업의 주기가 비교적 짧고, 미래가 밝은 피셔의 주식을 그레이엄의 가격에 사서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장기간 유지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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