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저는 삼성전자를 우량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음의 제 얘기를 천천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삼성전자를 우량주로 보지 않는 이유가 대부분의 단기 투기꾼들처럼 주가가 무겁게 움직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량주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과거(가급적 15년 이상)의 영업실적이 좋았을 것

 2. 재무구조가 좋을 것 (적은 부채, 좋은 유동비율)

 3. 경쟁이 심하지 않은 산업에 종사할 것

 4. 미래 전망이 밝을 것

 

 1번과 2번의 기준은 과거에 대한 영역입니다. 과거의 영업실적이 좋았기에 현재의 재무구조도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인데, 이 기준으로는 삼성전자는 당연히 합격입니다. 문제는 3번과 4번입니다.

 

 경쟁에 관해서라면 삼성전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시장의 승자였습니다. 메모리 치킨게임의 승자였고,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핸드셋 시장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TV 시장에서도 소니를 제쳤으니,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라는 말을 적용하면, 아마도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강자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강한 경쟁력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 분야의 미래 경쟁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TV 시장은 일본이 미국과 유럽업체들을 제쳤고 한국업체들은 그런 일본 업체들을 제쳤듯, 곧 중국 업체들이 따라잡을 것이니,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물건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물건이 수년 내에는 등장할 텐데, 그것이 지금 삼성이 심혈을 기울이는 폴더블 폰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음성인식 기반의 물건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그 새로운 물건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만들 것 같습니다. 

 이 혁신의 시점이 오더라도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전환한 것처럼 삼성이 재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때도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면, 현재의 삼성 스마트폰은 없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과거 전자산업의 역사를 보았을 때, 연속해서 두 번 이상 혁신적인 전환을 따라잡은 기업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삼성전자에게는 미래에도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 과점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지 않느냐고 생각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메모리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와 비교하면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핵심 경쟁력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나 프로세서와 같은 분야는 생산보다 설계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에, 생산은 대게 파운드리에 외주를 줍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설계보다 공정기술의 향상을 통한 대량생산이 중요하기에, 대부분의 메모리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생산을 합니다. 그런데, 반도체 생산의 헤게모니는 생산자가 아닌 장비나 원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쥐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나 프로세서를 하는 선도적인 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이름만 바뀌었지 과거 수십 년 전부터 선두권의 회사들이었던데 반해, 메모리 업계는 1980년 이전의 미국 > 이후의 일본 > 1990년대 대만과 한국의 부상 > 2000년대 치킨게임 이후 한국의 선두와 같이 끊임없이 산업의 판도가 바뀌어 왔습니다. 아마도 10년쯤 후에는 중국 업체들이 선두의 위치에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삼성도 이를 잘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자신의 앞선 공정능력을 (사실 장비/소재 업체들의 능력이지만)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니 말입니다. 한데,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TSMC와는 달리 자신이 모바일 프로세서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고 있기에, 고객들은 기술유출을 우려해, 삼성에 생산 위탁을 꺼리는 것입니다.

 

 이마저도 삼성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진출한 분야가 바이오의약품의 CDMO를 하는, 바로 삼성 바이오로직스입니다. CDMO라고 하면, 반도체 분야에서 누가 개발하더라도 결국 생산은 TSMC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과 경쟁하지 않으며, 결국 생산은 삼성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경쟁의 심화입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어느 회사가 바이오 CDMO 분야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봅니다. (해외도 상황은 비슷한듯 합니다.) 바이오 CDMO가 미래에 유망한 분야이긴 하지만, 이렇게 경쟁이 극심해지면, 과연 얼마나 많은 회사가 이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가 힘듭니다.

 미국에서 1950년대에 제트엔진이 개발된 이후 너도 나도 이 분야에 뛰어들어, 수익을 낸 회사가 거의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까지 안 가더라도 한국에서 IT버블 때 살아남은 IT회사가 몇이나 될지요?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하면, 지금 하늘 모르게 치솟고 있는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얼마나 더 치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추세가 그래도 2~3년 정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영업실적이 둔화되기도 전에 주가는 먼저 현실적인 가치에 근접하도록 하락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나무는 하늘 끝까지 자라지 않습니다.

 

 시장에는 제가 말한 우량주의 기준을 충족함에도 저평가를 받고 있는 종목들이 드물지만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싸고 좋은 종목을 찾아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이지, 주가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고평가 된 종목을 따라잡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물결에 휩쓸려 버리면 물에 빠져 죽기가 십상일 것입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반응형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뚜기의 10년  (1) 2020.07.02
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1) 2020.06.28
언택트주에 대한 생각  (0) 2020.06.17
프로텍과 시장의 비효율성  (1) 2020.06.12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2) 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