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언제부터인가 이 이상한 콩글리시가 주식을 하는 사람이건 안 하는 사람이건 간에 보편적으로 통하는 용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어권 사회에서는 '비대면'이라는 용어는 'Non-Contact' 혹은 'Contactless'라고 쓴다고 합니다.
미국시장에서는 이런 디지털 기술 기반의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을 '기술주'라고 부릅니다. 7~8년 전부터는 FAANG > FANG > MAGA > PANDA > G-MAFIA > GAFA > MAAFA로 바뀌어 불렸지만, 주식을 상징하는 알파벳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업이나 연관된 사업을 하는, 결국 기술주가 꽤 오래 주도주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것이 결국 한국에 상륙해서는 '언택트'라는 테마를 만들어 낸듯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기술주들은 사실 몇 년 전부터 주도주였습니다.
저는 이런 주도주 따라잡기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적과 주가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그 주식은 주도주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 주가의 추이는, 아무리 좋은 주식이고 실적이 꾸준히 상승해 왔더라도, 조정이라고 부르는 주가의 침체기를 맞게 됩니다. 주가는 현재의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실적과 주가가 최근 몇년간 좋았고, 미래 전망도 좋아 보여, 이런 주도주를 사면 그때부터 주가가 지지부진하거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지나?'에 대한 해답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런 디지털 기술 기반의 업종은 경쟁자들이 득시글 거린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한 대와 빌 게이츠 같은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나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실리콘밸리나 판교 밸리에는 내일의 혁신가들이 득시글 거리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아마존, 유튜브, 페이팔.. 모두가 한두 명이 컴퓨터 한두 대를 놓고 시작한 사업들입니다. 미래에는 누가 이 시장의 제패자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은 아닐 것 같습니다. 현재 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사업자들 에게는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는 자신의 사업을 파괴할 필요가 있을까요?)
미국의 서부시대 때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금을 찾으러 서부로 몰려들었지만, 그들 중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팔았던 리바이스는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금광 같은 산업에서 광부가 되기보다는 리바이스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산업의 숨겨진, 경쟁이 적은 틈새시장의 수혜기업을 찾는 것입니다. 제가 발굴한 이런 주도산업의 수혜기업의 예로는 해외의 액센추어라는 기술컨설팅 기업이 있습니다. GE가 50년대에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할 때 컨설팅을 해주었던 회사로, 모든 기업들이 전산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는 이 거대한 흐름에서 반드시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공정소재를 하는 한 곳과, 반도체/전자산업용 장비를 하는 한 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주기가 있는 산업이지만, 그 주기가 2~3년 정도로 짧은 편입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이런 주식들 중 아직 저평가되고 있는 주식들이 꽤 있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현재의 주도주는 헛스윙을 하기 딱 좋은 높고 빠른 공처럼 보입니다. 기관투자자가 아닌 우리는 스트라이크존을 좁혀 한가운데로 몰리는 실투성 공만 노려도 포트폴리오를 차고 넘치게 채울 수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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