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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요즘 주식이 오르는 것을 보면 마치 시장은 코로나 사태를 빨리 없었던 일로 지우려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래는 MSCI ACWI 지수의 지난 5년간의 성과입니다.

 

 주식시장은 현재의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하기에, 주식시장에서는 코로나의 종식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아직 백신이나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남미나 인도,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코로나가 확산 추세이고, 이들 중 많은 국가들은 서구권 국가들처럼 방역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국내 확진자 추이를 볼 때, 방역만으로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결국 백신이나 저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의 개발이 핵심인 것입니다.

 

 렘데시비르는 비싸고 효능도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임상결과가 나오지 않은 백신을 20억 명분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니 내부자들은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한 달쯤 전 길리어드도 렘데시비르의 임상결과 전 상당량의 생산계획을 발표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 마저도 확실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코로나의 종식을 좀 많이 낙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2차 유행이 온다면, 주식시장의 충격은 1차 충격보다 더 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저의 이전 글 '워런 퍼핏의 손절'에서 버핏은 버크셔의 보유 현금을 중단기 운영 목적으로 당분간 미국 경기가 계속 좋을 것으로 보고 항공주와 은행주에 투자했지만, 뜻하지 않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이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의 생각이 맞다면 버핏은 코로나 사태가 그렇게 간단히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믿고 있는 미국 연준은 쓸 수 있는 수단은 이미 모조리 다 써버린 것처럼 보입니다. (마이너스 금리 정도가 남아있는 유일한 수단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식을 모두 팔아 미국 달러나 채권, 혹은 인버스 펀드 같은 것을 사야 할까요?

 

 워런 버핏은 자신이 쓴 글이나 인터뷰에서 자신은 시장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워런 버핏이 궁금하시다면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 워런 버핏, 로렌스 커닝햄'과 '워런 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 - 워렌 버핏, 차 예지'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다음의 제 대응방식이 글을 읽고 계신 분에게도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는 수년 전부터 미국 10년 물 국채 ETF인 IEF에 12% 정도의 투자자산을, 나머지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주식투자분 중 절반은 미국 주식에, 나머지 절반을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개월에 한 번 정도씩 원화가치 기준의 시가로 평가해 그 비중을 다시 맞추어주는 '포트 리밸런싱'이라고 하는 조정작업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많이 오른 자산을 팔아 덜 오르거나 떨어진 자산을 사게 됩니다.

 

 주식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대게 미국 달러나 채권의 가격이 오르기에 리먼사태와 같은 대 폭락장에서 미국 장기국채의 원화 기준 성과는 매우 뛰어납니다. 또, 미국 주식은 하락하지만 환율의 상승이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해 줍니다. 하여, 전체 포트의 성과는 대폭락장에서도 비교적 미미한 하락에 그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의 더 큰 장점은 시장이 폭락했을 때 미국 장기국채 같은 안전자산을 비싼 가격에 팔아, 가격이 폭락한, 평소에 미치도록 가지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 못했던 주식을 살 수 있는 점 입니다. 저의 경우는 이번 3월의 코로나급락장에서 IEF의 12%가 넘는 비중을 팔아 원하던 국내주식 한종목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원하던 수량만큼 살수 있었습니다. 

 

 만약 2차 하락장이 오더라도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칼에 베인 상처 정도로 남을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신을 가지고 산 주식과 일정 부분의 안전자산 비중을 유지한다면, 2차 하락장이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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