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 블로그 검색유입어에 '오뚜기 10년 전 주가'가 많이 보여서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쓰는 목적은 종목에 대한 제 분석을 공유하기보다 (사실 제 분석을 남들과 공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투자관의 형성이나 질적 분석 같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역시 남들과 공유할 필요는 없지만, 제가 워낙 투자에 대해 얘기하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공자의 후학들이 쓴 '예기'에 나와있듯이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오뚜기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진라면이 신라면보다 맛있어서, 혹은 갓뚜기라는 좋은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주식에 접근할 때 그런 낭만적인 감성이 전부라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는 힘듭니다. 사업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 기업의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확신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규모가 큰 식품산업의 기업들은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 인구감소의 우려가 있기는 하나, 실제 국내인구가 정점을 찍는 것은 2030년 경이고, 2050년까지 인구의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30년 정도 후까지 인구는 정체상태이겠지만, 1~2인 가구의 증가와 간편식의 소비증가가 인구의 정체 내지 감소라는 초장기적인 트렌드를 상쇄할 국내 식품산업의 핵심 요인입니다.
라면의 주 소비층인 젊은인구의 감소는 이미 현실화되었지만, 오뚜기의 라면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오뚜기는 국내 간편식 분야의 선구자였습니다. 3분 요리 시리즈는 말할 필요도 없고, 집에서 떡만둣국을 끓일 때 오뚜기 곰탕을 안 쓰는 집을 거의 못 본 것 같습니다.
옛날 우리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는 물미역을 직접 말리고, 깨를 직접 볶았지만 요즘은 모두들 동사의 미역과 볶은참깨를 씁니다. 뿐만 아니라, 참기름, 후추, 당면, 소면, 케첩, 마요네즈, 쨈 같은 다수의 가정 상비 품목에서 동사의 점유율은 1위입니다. (오뚜기 후추만 먹다가 청정원 후추를 먹어보았는데, 후추 맛이 안 납니다.)
그러면 지난 15년 정도의 동사 영업실적과 주가의 추이를 보겠습니다. 모두 로그 값 추이입니다.
영업실적이 꾸준히 우상향 한데 반해 주가는 2012년에서 2016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평탄했던 점이 눈에 띕니다. 이는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주가는 현재의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또,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의 80~90%는 전체 투자기간의 5% 정도의 짧은 기간에 발생함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주가는 단기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영업실적에 수렴하게 됩니다. 이를 알고 있는 투자자가 2006년 경에 동사의 주식을 사서 10년 정도 보유했다면, 1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주가가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동사뿐이 아닙니다.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같은 식품산업에 속한 거의 모든 기업의 주가가 약속이나 한 듯이 하락한 후 지지부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다이어트에 돌입했거나, 곤충이나 인조육같은 대체식품을 먹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말이 안 되는 현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불합리해 보이는 현상이 주식시장에서는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2016년 이전의 1~2년간 동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식품기업들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주가가 짧은 기간에 가파르게 오르고 나면 사람들은 하나둘씩 이 업종이나 기업이 이 정도의 주가를 받아도 되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공개되는 영업실적이 그 정도는 아니었음을 증명하면, 이번에는 주가가 과도한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지금 바이오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바이오주의 주가가 언제까지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2년 내에는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오르는 폭이 클수록 떨어지는 폭도 클 것입니다.
굳이 2016년 이후 동사 주가의 부진사유를 굳이 찾는다면, 영업이익의 상승폭이 둔화되었다는 점 정도 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분석한 영업이익률 둔화의 원인은 식재료와 포장을 하는 자회사의 설립, 신규 물류센터의 준공, 베트남 공장 설립, 그리고 미국법인의 흡수합병으로 인한 일시적 비용의 증가로, 모두 미래의 이익률을 다시 올려줄 요인들입니다.
현재의 동사 주가는 충분히 매수가 가능한 싼 가격으로 보입니다. 제 글 '내재가치의 계산'에서 쓴, 제 내재가치 계산에 의하면 가치 배수 2배 정도의 가격으로, 경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16년 동사의 주가는 제 가치 배수의 4.5배가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제가 이 주식을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지나치게 엄격할 수 있는 1.5배의 가치 배수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외 매출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의 세계화 같은 낭만적인 생각이 아니라, 케첩과 마요네즈 같은 당장 세계화가 가능한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서입니다. 러시아에서는 오뚜기 골드 마요네즈를 최고로 치고, 한국 맥도널드에서는 과거에 케첩을 하인즈에서 동사로 바꾼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은 벤치에 앉아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의 증가가 가시화되면 출전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참, 한식의 세계화가 만약 현실이 된다면, 동사는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기름, 참깨, 당면, 소면, 미역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LA 한인식당에서도 이들 모두 오뚜기를 쓰고 있습니다.
어쨌든 투자는 본인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2020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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