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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2020년, 내 포트의 성과

 자신의 연간 투자성과를 점검해 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온도를 대변하는 코스피나 S&P500, 혹은 MSCI ACWI와 같은 지수와 비교하여 자신의 투자성과가 저조하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해에 소외된 가치주 위주로 포트를 꾸린 것이 저조한 성과의 원인이었다면 보유 종목들의 영업실적은 좋았다거나, 혹은 경기침체에 다른 주식들보다 크게 하락했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근거가 있다면, 1~2년 정도 시장지수에 뒤쳐지더라도 보유종목을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수년째 시장지수에 뒤쳐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면 자신의 투자방법에 문제가 없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고 '내년에는 좋을 것이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대게는 종목 선정이 아닌 자신의 투자관에 문제가 있을 소지가 큽니다.

 

 반대로 자신의 투자성과가 시장지수와 비교하여 지나치게 좋았다면,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이 아닌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작년에는 급락장에서 운 좋게 몇몇 대형주만 샀어도 2~3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테니, 이런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합니다. 이 경우, 작년의 투자성과에 만족하고 이제 주식투자를 그만둘 작정이 아니라면, 작년의 성과가 실력이 아닌 용기의 대가가 아니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2019년, 내 포트의 성과'에서 얘기했듯이, 제가 투자성과를 공개하는 이유는 제 글들을 통해서 애기한 투자관의 성과를 어느정도 기대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확신하는 주식을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하라'라고 끊임없이 설파해 왔는데,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는 술집에서 주정뱅이가 남들이 듣건 말건 떠드는 자신만의 세계관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먼저 제가 비교지수로 삼고있는 MSCI ACWI의 지난해 성과를 보겠습니다.

 

 - MSCI ACWI: 19년 종가 565.24 / 20년 종가 646.27

 - USD 환율: 19년 말 1,156원 / 20년 말 1,088원

 - 원화로 환산한 ACWI의 2020년 수익률: +7.61%

 

 '작년의 코스피 지수 수익률이 +30.71% 였으니, 너무 쉬운 상대를 비교지수로 정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된다면, 2019년의 원화로 환산한 ACWI 수익률이 +29.33%, 코스피 수익률이 +7.67% 였음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다음은 제가 2020년 한해동안 계속 보유했거나,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원화로 환산한 등락률입니다.

 장기투자를 한다면서 올해도 꽤 많은 종목을 사고팔았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작년 4월과 8월에 매도했던 하이록코리아, 금화피에스시, 인터로조는 모두 현재의 투자관이 확립되기 전에 매수하여 꽤 오래 보유했던 종목들로, 그간 '참고 오래 보유했으니 주가가 오를 때가 되었다'는 미련 때문에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보유하던 종목들이었습니다. 재작년에 확신이 없던 여러 종목들을 정리했을 때 좀 더 철저히 종목분석을 했다면, 이 3 종목의 분석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더 빨리 깨닫고 정리하게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저는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예상해 매수/매도의 결정을 하지는 않지만, 작년의 투자성과는 훨씬 더 좋았을 것입니다.

 

 '좋은 회사인데 주가가 낮으니, 인내하고 보유하면 주가도 화답할 것이다'와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는 주가가 만족할 만큼 오르기까지 충분히 오래 보유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한번 더 깨닫게 됩니다. 인생을 걸수있을 정도의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런 확신은 철저한 분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한편, 저는 안전자산인 IEF를 12.5%, 해외 주식 군과 국내 주식 군을 동일비중으로, 그리고 각 종목은 각각의 종목 군 안에서 동일비중이 되도록 일 년에 두 번씩 투자비중을 재조정해주고 있습니다. 또, 별도의 다른 수입이 없기에 보유 중인 증권 중 일부를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서, 위의 각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한 값은 제 실제 성과와 차이가 있습니다. 

 

 중간에 증권계좌에 추가로 자금을 넣거나 뺀 적이 없다면 연말의 계좌잔고를 전년말의 계좌잔고로 나누어 쉽게 연간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나, 중간에 입금이나 출금이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연간 투자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1) 월말의 계좌잔고를 전월말의 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하되,

 

 2) 입금이 있었던 달은 입금액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서 빼주고,

     * 전월 1억이 1.1억이 되었는데 5백을 추가 투입했다면: (1.1억-0.05억)/1억=1.05 -> +5%

 

 3) 출금이 있었던 달은 출금액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 더해주고,

     * 전월 1억이 1.05억이 되었는데 중간에 5백을 출금했다면: (1.05억+0.05억)/1억=1.1 -> +10%

 

 4) 주의할 점은 전월에 입/출금이 있었더라도 금월에 입/출금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월말 계좌잔고를 조정하지 않은 전월말 계좌잔고로 나누어 월간수익률을 계산

 

 5) 월간수익률을 모두 곱해 연간수익률을 계산

 

 다음은 이와 같이 계산한 제 포트의 2020년 수익률입니다.

 - 연간 수익률: +37.26%

 

 얼핏 작년에 보유했던 모든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하면 40%가 넘는 수익률이 나오므로 '복잡하게 자산군을 나누고 비중을 재조정해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제 2019년의 투자성과는 ACWI 지수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됩니다. 저는 어쩌다 한두해 크게 좋은 성과를 내기보다 꾸준히 시장지수를 이기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는 편이 좋습니다.

 

 자산군을 나누어 투자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안정적인 성과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시장을 이기는 것은 종목발굴에 달려있습니다. 여기서 요령은 꾸준히 높은 ROE를 보여주는 종목을 낮은 PER에 사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의 이익에 수렴하게 되므로, 대개의 경우 주가는 그 기업이 그 해에 보여준 ROE와 일시적으로는 미래 전망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런데, 작년의 제 포트 내의 유나이티드제약이나 프로텍과 같이 간혹 ROE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큰 폭의 주가등락을 보여주는 주식들이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평가, 즉 PER이 변한 결과입니다. 주가가 급등하도록 시장의 평가가 바뀌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기업의 미래를 지나치게 찬란하게 생각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암울하게 생각되던 기업이 누명을 벗고 정상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입니다.

 

 사람들은 전자의 주식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주식들은 대게 다시 정상적인 혹은 비관적인 평가를 받게 됩니다. 장기투자자라면 전자의 주식은 팔고, 후자의 주식은 정상적인 평가를 받을 때까지 인내하고 보유하여 시장을 이길 수 있습니다.

 

2021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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