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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td. (NYSE: TSM)

 사실 이 종목은 주식이 아닙니다. 대만증시에 상장되어있는 TSMC의 주식들 중 일부를 시티은행이 맡아서 보관하고, 맡은 만큼의 주식에 해당하는 수탁증서를 ADS(ADR)라는 형태로 발행한 종목입니다. 이 ADS 1주는 대만증시에 상장된 진짜 주식 5주에 해당됩니다.

 

 이 종목을 굳이 주식이 아닌 미국시장에 상장된 수탁증서의 형태로 보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환전수수료 때문입니다. 우리가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유로나 대만달러를 환전할 때는 별로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환전을 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 미국 달러 이외의 통화는 대부분 일단 미국 달러를 거쳐서 환전이 됩니다. 즉, 원화를 대만달러로 환전할 경우, 형식적으로는 원화-> 미국 달러-> 대만달러의 절차를 거치므로 환전수수료가 두 번 발생하게 됩니다. 반면, 미국시장에 상장된 수탁증서의 경우,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혹은 그 반대로 한 번만 환전절차가 이루어지므로 쓸데없는 수수료 낭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주식 대신 수탁증서를 보유할 때 불리한 점은 의결권의 제한 정도인데, 애초에 우리 같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쉽게 살수있는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의 반도체 제조사 주식을 놔두고, 제가 이런 것들까지 고려해가며 이 종목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 면에서 이 만큼 탁월한 종목이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왼편에 있는 동사의 지난 15년간의 실적 추이를 오른편의 삼성전자와 비교해보면 쉽게 제 말에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왼편: TSMC / 오른편: 삼성전자

 

 물론, 그래프에서 보이는 추이는 어쨌든 과거의 역사이기에 미래의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동사가 하는 반도체 제조업이 앞으로 유망하다면, 삼성의 반도체 제조도 역시 유망할 것이므로, 수년간 스마트폰이나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진으로 정체였던 삼성의 전체 실적도 다시 우상향 추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2~3년 정도 삼성전자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10년쯤 후라면 확신이 없습니다. 제 글들을 통해 여러 번 얘기했듯이 '10년쯤 후에도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은 저의 종목분석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으로, 2~3년 혹은 5년 정도 후까지의 예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있을 확률이 높아서입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반도체 설계 기업들로부터 그 반도체의 제조를 수탁받아 전문적으로 수탁생산만 하는 동사의 사업모델과 5세대 이동통신의 확산이 가져올 사물인터넷의 세상, 인공지능을 구현할 데이터센터의 증가, 혹은 10년쯤 후 현실화될지도 모르는 블록체인이나 양자컴퓨터 같은 기술을 생각할 때, 인류에게는 점점 더 많은 반도체 칩이 필요하게 될 것이므로, 반도체 수탁생산업은 이 거대한 흐름에서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또,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동사의 입지와 고객의 선호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점, 기술적인 진입장벽 등을 생각하면, 10년쯤 후에도 동사의 위상은 크게 변해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반면, 삼성이 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별도의 메모리칩 없이도 설계를 통해 구현이 가능한데, 여러 칩들의 기능을 통합한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주문형반도체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들립니다. 또, 동일한 제품을 수십만 장의 웨이퍼에 찍어내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중국 업체들의 부상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미 중국 업체에게 수위의 지위를 내어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삼성도 요즘 파운드리 사업에 공을 들이는 듯 하지만, 삼성에게는 이 분야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가 모토인 동사와 달리 협력사나 고객들의 기술을 하나씩 흡수해 오늘날의 위상을 이룬 전과가 있기에, 미래의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삼성에게 고객들이 자신의 설계를 맡기기를 꺼려한다는 점인데, 이 한계는 인텔에도 적용됩니다. (사실 인텔은 과거에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적인 있었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고객들이 인텔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은 비슷해 보입니다.)

 

 이 '철저한 을이 되겠다'는 진정성은 파운드리 업체에게는 공정기술의 수준을 논하기 전에 요구되는 도덕성과 같은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자신이 엔비디아의 사장이라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혁신적인 신제품의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 중 어디에 맡기고 싶은지요?

 

 이 문제는 단순히 고객의 선택을 받아 주문을 하나 더 받는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고객의 의뢰가 있어야 그에 맞는 첨단공정 개발의 동기가 생기기 때문인데, 대게 반도체 첨단 공정의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물론, 고객의 의뢰없이도 앞날을 내다보고 엄청난 액수의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많아야 한두 번 정도일 것입니다. 제가 만약 삼성전자의 결정권자라면, 연속해서 두 번이나 대규모의 투자를 했는데, 거기서 사업적인 성과는 없는 와중에 세 번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실무진이 있다면, 버럭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동사에게는 삼성이나 인텔과 같이 진정성 없어 보이는 경쟁자들보다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SMIC가 더 현실적인 미래의 경쟁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의 제제가 영원할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식의 제제는 오히려 국산화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반도체 제조는 어쩔 수 없이 장비와 소재기술의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한 산업이고, 장비와 소재는 10~20년으로도 추격이 쉽지 않은 산업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10년쯤 후에도 여전히 세계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있을 동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1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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