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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조선주를 사야하나? (2)

 제가 '원자재 랠리와 가치주'를 써서 올렸던 것이 올해 3월 9일이었으니, 글을 쓴 후 세 달이 지났습니다.

 

 세달이라는 기간이 주식투자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제가 글에서 '중후장대주'로 언급한 종목들의 지난 세 달간 주가 상승폭을 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과 비교하면, 당시 '중후장대주'에 대한 제 분석이 틀린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제가 좋아 보인다고 예를 들었던 HMM의 두배가 넘는 주가 상승과 최근 조선주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선주를 사야하나?' 그리고, '원자재 랠리와 가치주'를 쓸 때의 제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즉, 이렇게 산업의 주기가 길고,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주식에 투자는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저 역시 '수출할 물건을 실을 배를 구하지 못해 운임이 크게 오르고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을 때면 '지금이라도 HMM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주식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원자재 랠리와 가치주'에서 결정적 근거로 제시한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유휴 캐파를 생각하면, 기사에서 보는 배를 못 구한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붉은색의 영역으로 표시된, 코로나사태 직전까지 놀고 있던 컨테이너선들이 아주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1~2년 만에 이 유휴 캐파를 초과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을지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내 언론보도에서는 배를 못 구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컨테이너'를 못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작년의 코로나 사태로 많은 미국과 유럽의 항만들이 폐쇄되었었고, 이때 쌓인 컨테이너들에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 작년 겨울쯤부터의 컨테이너들이 더 쌓여서, 아직까지 이 물류대란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싣고 간 컨테이너를 항만에 도착해도 내리지를 못해서 며칠간 대기해야 하고, 출발했던 항구로 돌아올 때도 물건을 싣고 와야 하는데, 여기서 또 지체가 되고 있으니, 배가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또, 미국과 유럽의 항만에서 화물처리가 지연되고 있으니, 출발해야 할 중국이나 한국의 항만들도 화물이 쌓여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면, 이 물류대란이 언제쯤 해소될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해상물동량은 통상 연중 두 번의 피크 시즌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의 춘제 연휴 전, 그러니까, 중국 공장들이 쉬기 전에 부품이나 제품의 재고를 확보하려는 시즌과, 서구권의 크리스마스 전, 그러니까, 가을쯤부터 초겨울 정도까지의 크리스마스 쇼핑시즌 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입니다. 즉, 봄부터 여름까지는 해상물동량에서 비시즌에 해당이 된다는 말인데, 올해는 이 비시즌 기간에 얼마나 많은 물류를 처리하느냐가 이 물류대란이 내년까지도 이어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계속 오르고 있는 컨테이너선 운임지수를 보면 물류대란이 올해를 넘어 상당기간 이어질 것 같지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에 선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건화물 운임지수는 아래와 같이 상승을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물류대란의 장기화를 바라고 해운주를 사는 것은 불안해집니다.

 

 그렇다면, 올해 1분기 수주량이 작년 전체 수주량을 넘어섰다는 조선주 쪽은 어떨까요? 한두해 전까지 이어진 수주 가뭄으로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은 아직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니, 지금이 조선경기의 저점이 아닐까요?

 

 실제로 아래의 선박 인도량 예측을 보면 지금이 저점인 것이 명백해 보입니다. 또, 선박 건조는 수주 후 인도까지 보통 2년 정도가 걸리고, 주가는 보통 2~3년 정도의 예측이 가능한 업황은 미리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 당장 사야 합니다.

 

 그런데, 어째 주기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직전 주기의 고점과 고점 사이보다 예측치의 고점은 많이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인내심을 가지고 예리한 연필 끝으로 세어본 직전주기의 고점과 고점간의 간격은 35년 이었던데 반해, 예측치의 고점과 2011년의 고점간의 간격은 25년 이었습니다. 이는 보통 상선의 수명이 25~30년 인데서 예측치의 고점간격 25년이 도출된 듯 합니다. 그런데, 왜 직전주기의 고점간의 간격은 35년이나 되었던 것 일까요? 좀 더 과거의 주기도 살펴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예리한 연필끝으로 세어본, 위의 그래프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들의 연도는 1919년, 1944년, 1976년, 2011년이었고, 이들 간의 간격은 25년, 32년, 35년이었습니다. 즉, 주기가 정확히 선박의 수명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또, 주기가 점차 길어지는 경향이 보이는데, 저는 이것이 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한 선박수명의 증가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국제해사기구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로 이번의 선박 교체 주기는 직전의 주기보다 길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직전의 주기에서 회복세가 분명해 보였던 1995년에 25년을 더하면 작년이나 올해쯤이 이번 주기의 저점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면, 1995~1996년쯤에 한국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의 주식을 샀다고 가정하고, 그 이후의 주가 추이가 어땠을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 경으로 보이고, 그때까지 10년 정도 하락하는 주가를 참으며 보유했어야 그 이후의 엄청난 과실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왜? 선박 인도량이 늘어나는 추세가 명확해진 1995년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주가가 부진했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이런 산업에서는 경기가 악화되면 선박 수주도 급감하게 될 것이므로, 주가는 긴 주기에서의 실제 업황의 회복보다 그때그때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향후의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가 1995년으로 되돌아가서 해당 주식을 산 후, 조선업황의 회복을 확신하며 IMF나 닷컴 버블 붕괴를 견디며, 2005년까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2~3년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10년을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읽은 존 리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며 이번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개미들은 금리나 경기, 주가의 방향성을 예측해 주식을 사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식의 투자에서 성공할 확률은 희박합니다. 주식투자는 금리나 경기, 주가의 방향성에 대한 베팅이 아닌, 자신이 믿는 기업의 성장에 동행한다는 마음으로 할 때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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