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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Starbucks Corporation (Nasdaq: SBUX) (3)

 맥주나 와인, 막걸리, 차, 주스, 식혜 등 과 비교하면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커피가 오늘날의 바쁜 도시생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기가 별로 없는 음식을 밥으로 먹는 서구권에서는 아침이나 점심때 맥주나 와인 대신 곁들이는 음료이자 휴식을 상징하는 음료이고, 물기가 많은 음식을 밥으로 먹는 동양권에서는 디저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커피를 마시지만, 휴식을 상징하게 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회사의 성장이 산업화나 도시화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에스프레소가 어떻게 다른 방식의 커피추출을 제치고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방식이 되었는지 그 역사를 조금만 훑어보면 수긍하게 됩니다. 물론 고온/고압의 증기나 물로 추출하는 특성에서 비롯된 진한 바디감의 풍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겠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자체가 19세기에 유럽에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증가한 도시화로 인해 몰려든 수많은 도시노동자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빠른 커피추출이 필요해서 고안된 것이었으니,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주로 파는 이 회사는 태생적으로 산업화나 도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벅스가 가장 맛있는 커피집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적당히 비싸면서 중간 이상의 맛을 내는 고급브랜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매일 마시는 커피가 맛은 있는데 다소 비싸다면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잘 팔릴 것입니다. 따라서, 이 회사의 성장은 소득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와 소득의 증가는 지금 세계적으로 인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인 중국과 동남아에서 진행 중인 일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 회사의 성공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개념의 커피숍 체인으로 이 회사의 아성에 도전했고, 지금도 이런 모방경쟁자들의 등장은 진행 중인 일이지만, 이 회사에게는 이런 경쟁자들의 등장도 별로 두려워 보이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많던 '커피빈'이나 '카페베네'는 다 어디로 갔습니까? 지금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메가커피'가 몇 년 후 망했다거나 헐값에 어디에 팔린다는 기사를 보더라도 저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면서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갖춘듯한 종목을 찾았으니, 확신을 갖기 위해 숫자를 좀 들여다봐야겠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왼쪽 그래프 푸른 선의 매출액 추이를 보면 지금까지 애기한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붉은 선의 영업이익 추이는 꽤 부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4년의 추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여서 음수, 그러니까 적자는 표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당시 병이나 캔커피를 팔아주던 'Kraft'가 열심히 영업을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서 계약을 파기한데 따른 소송비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일회성 요인이었으니 그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2017년 이후의 영업이익 추이는 코로나 창궐이 있었던 2020년과 중국의 재창궐이 있었던 2022년을 감안하고 봐도 어쩐지 매출액의 증가추이와 비교하면 답답하게 보입니다. 2017년 이후 높아진 매출총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낮아진 영업이익률의 곡절을 알지 못하면 저는 설령 이 주식을 싸게 사더라도 주가가 충분히 오를 때까지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거나 하면 불안한 마음에 팔아버릴 것이 확실합니다.

 

 매출액에서 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고,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뺀 것이 영업이익입니다. 따라서, 매출총이익률이 높아질수록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는 말은 제품을 많이 팔수록 판매비나 관리비가 더 많이 든다는 말이 됩니다. 매장운영비가 판매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회사가 커피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그 보다 큰돈이 드는 매장과 직원들을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비용들 중 어떤 항목이 주요한 원인이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각 항목들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로그축에 그려봤습니다.

 

 짙은 푸른색의 판매비와 옅은 푸른색의 원가가 2017년부터 서로 반대로 접은 것처럼 역전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원가에 반영하던 매장임대료를 2018년부터는 판매비로 옮겨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매출총이익률의 상승만 설명해 주지 영업이익률의 하락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매장임대료를 원가에 반영하던 판관비에 반영하던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관비를 모두 빼서 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떤 항목이 영업이익률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래프를 다시 자세히 보니 붉은 선의 상각비 기울기가 2014~2015년부터 검은선의 총비용보다 가팔라진 점이 눈에 띕니다. 상각비는 대개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공장을 새로 지으면 급증하게 되는데, 이 회사가 공장을 지었을 것 같지는 않으므로, 인수나 다른 상각비가 증가했을 만한 사건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4년 일본 합자회사 잔여지분 인수 (9.1억 달러 - 그해 영업이익의 30%)

. 2018년 중국 합자회사 잔여지분 인수 (13억 달러 - 그해 영업이익의 31%)

. 2018년 네슬레와 병입/캔커피 라이선스/공급계약 (선급로열티 70억 달러 수령 - 40년간 상각)

 

 일본과 중국의 합자회사 인수가 증가하는 상각비 추이를 설명해주는 듯한데, 둘의 인수액이 비슷했다는 점에서 유독 2018년부터 하락한 영업이익률의 추이를 설명해 주는 것은 네슬레와의 계약으로 보입니다. 로열티로 받은 70억 달러는 손익계산서가 아닌 대차대조표에 이연매출로 반영된 후, 상각은 손익계산서에서 이루어 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받은 막대한 돈이 이익에 반영도 되지 않은 채, 매년 조금씩 지워지면서 장부상의 이익률을 오히려 떨어트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로열티로 받은 70억 달러를 상각 할 40년으로 나누면 연 177백만 불 정도의 금액이 되는데, 이 정도 금액이 과연 영업이익률 하락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제가 계산해 본 영향은 4% 정도로, 이 수치를 코로나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2019년과 2021년의 영업이익률에 더하면 19.5%와 20.3% 라는,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2014~2016년과 비슷한 숫자가 나옵니다.

 

 '어쨋든 상각액도 영업이익을 구하기 위해 빼는 돈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면, 상각액은 이미 주거나 받은 돈을 장부상에서 숫자만 지워나가는 회계상의 규칙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 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들의 추이를 그린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70억 달러의 로열티를 받은 2018년, 코로나 창궐의 영향이 컸던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추세적인 하락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영업이익률이 낮아진 이유에 대한 의문은 풀렸으니, 다른 재무지표들을 좀 더 보겠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2018년부터 난리가 난 순자산이익률과 주당순자산의 이유는 네슬레로부터 닫은 막대한 로열티의 주주환원과 막대한 스벅카트 충전액의 회계처리 문제 때문이었음은 이미 지켜볼 주식 - Starbucks Corporation (Nasdaq: SBUX) (2) (tistory.com)

 에서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주당순자산을 원금으로, 순자산이익률을 이자로 생각하는 제 방식의 주식 가치계산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인데, 순자산이 마이너스라면 거기에 뭘 곱해도 마이너스 값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고심 끝에 부채가 문제가 되지 않는 이 종목과 같은 경우는 부채와 순자산을 합한 총자산을 주식수로 나눈 '주당총자산'과 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 자산이익률'을 원금과 이자로 생각하고 주식의 내재가치를 계산하는 것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ROA: 총자산이익률 / APS: 주당총자산

 

 저는 여러 번 제 글들을 통해서 이렇게 과거에 부진했던 실적이나 재무지표들의 원인을 알아보는 이유는 거기에 미래에도 반복될 요소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알아본 이 종목에서와 같이 일시적인 요인이었거나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닌 것이 명백해졌다면, 이익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됩니다. 거기에 이 글의 초반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정성적인 분석을 통한 성장성에 대한 확신까지 얻게 된다면, 주가가 반토막 났을 때 그 주식을 살 수 있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2023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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