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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Starbucks Corporation (Nasdaq: SBUX) (2)

 아래에 있는 스타벅스의 재무상태표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임을 보고 충격을 받을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자산은 은행에 진 빚과 저축한 예금이나 부동산, 자동차 등을 팔아서 만들수 있는 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팔수있는 것들을 모두 팔아 만든 내 돈에서 빚을 모두 갚고 남는 돈을 순자산(자본)이라고 부릅니다. 기업의 자산(Assets) 역시 가계의 자산과 마찬가지로 갚아야할 빚(Liabilities; 부채)과 내 돈(Equity; 자본)으로 이루어지는데, 자본잠식 상태라는 말은 빚이 내 돈보다 훨씬 많아서 그 주식을 한주 살 때마다 그 기업이 진 빚 중 일부를 떠안게 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위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친절하게도 자본항목이 '주주의 몫(Shareholder's Equity)'이 아닌, '주주의 빚(Shareholder's Deficit)'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주식이 채권도 아니고, 원금이나 이자를 보장해 주지도않는 남의 빚을 왜 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말입니까? 주식을 산다는 말은 최소한 빚을 전부 갚고 남는 자산(순자산=자본)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증서를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다시 재무상태표로 돌아가서 제가 노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한 항목들을 자세히 보면, 'Stored Value Card Liability'와 'Deferred Revenue' 항목의 금액들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Stored Value Card'는 우리에게 '스벅카드'로 알려진 선불 충전카드로 요즘은 아마 다들 스마트폰 앱으로 충전을 할 것입니다. 즉, 'Stored Value Card Liability'는 선불 충전액으로,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이미 받은 돈입니다. 커피 장사를 하는 회사가 충전액만큼 커피를 내어주는 것이 어려울 이유가 없습니다. 충전을 한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매장에 들이닥쳐서 커피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치지 않는 이상은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막대한 충전액이 제 눈에는 빚으로 보이기보다 회사나 주주의 몫(자본)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Deferred Revenue(이연매출)'이라는 말은 돈은 받았는데 물건을 아직 전달하지 못했다는 말로, 물건이 전달되는 시점에는 손익계산서에 매출로 적어 넣게 됩니다. 이 회사의 경우는 이 이연매출 거의 대부분이 '네슬레'로부터 받은 로열티인데,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보이는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병커피나 캡슐커피 같은 것에 이름만 빌려주고 받은 돈이라는 말입니다. 이 이연매출은 수십 년간 장부에서 매년 조금씩 지워서 없애게 되는데, 이를 '상각'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역시 이미 받은 돈이고, 병커피나 캡슐커피를 이 회사가 만들어 주는것도 아니며, 더구나 매년 조금씩 지워서 없앨 금액인데 갚아야 할 빚으로 보아서 '부채'란에 적혀있는 것은 아무래도 억울해 보입니다. 이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저는 이 이연매출 역시 '부채'가 아닌 '자본'란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이렇게 수정한 이 회사의 자본(순자산)입니다.

 

 - 수정한 자본: 1,596.1(충전금)+6,463(이연매출)-5,321.2(장부상 자본)=2,737.9백만 달러

 

 또 한 가지 이 회사의 재무지표들을 보다가 놀라게 될 점은 최근 몇 년간의 ROE(순자산이익률)가 아래와 같이 마이너스 값이라는 점입니다.

출처: Macrotrends

 ROE는 주당순이익을 주당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이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 ROE(순자산이익률)=EPS(주당순이익)/BPS(주당순자산)

 

 즉, 앞에서 얘기했듯이 선불 충전액과 이연매출이 갚아야 할 빚이라고 적혀있는 통에 이 회사는 순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많은 장부를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최근 몇 년간 마이너스의 BPS와 ROE 값들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분자가 아무리 커도 분모가 음수이면 그 값은 역시 음수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제가 수정한 자본으로 BPS를 구하여 ROE를 다시 계산하면 2017~2018년에는 40%대의, 그리고, 2019년에서 2021년의 ROE는 마이너스의 값이 아닌, 플러스 수백 퍼센트라는 믿기 힘든 수치가 나옵니다. 이는 이 회사가 2018~2019년에 엄청난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서 BPS를 극적으로 줄였기 때문인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8년 4분기에 이 회사는 40년간 병입/캡슐커피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네슬레에 팔았고, 그 대가로 7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받게 됩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이 막대한 현금은 갚아야 할 빚이 아님에도 '이연매출'이라는 부채의 항목에 적어 넣을 수밖에 없었기에, 장부상으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되었지만 현금은 넘쳐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이 회사가 택한 엄청난 현금의 사용처는, 주주들에게는 고맙게도, 엄한 신사업의 발굴이나 성과급 잔치가 아니라 이 회사가 가장 확신하는 사업, 그러니까 자사주의 매입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확신을 가지고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기 위함입니다.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는데,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요약된 재무지표 몇 가지만 보아서는 자본잠식 상태나 엄청난 부채비율에 겁먹고 매수 버튼에 손이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2022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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