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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Analog Devices, Inc. (Nasdaq: ADI) (2)

 최근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침체의 늪에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유는 반도체 시장의 역사를 기록한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붉은선의 성장률이 2~3년간 상승한 후 급락하는 패턴이 과거부터 반복되어 왔는데, 이는 반도체도 철강이나 화학산업과 마찬가지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산업재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은 철강이나 조선, 화학업종과는 달리 침체기가 1~2년 정도로 짧다는 점인데, 이유는 그래프에서 푸른 영역으로 보이는 시장의 규모, 그러니까 수요가 등락은 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야를 넓혀 좀 멀리 바라보면, 지금 반도체 산업은 5G 이동통신의 확산에 따른 사물인터넷의 세상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기추세에 따른 구조적 성장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 모든것들에는 이전보다 아주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지금의 주가 침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가가 아직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오르는 추세가 명확해 지면 그때 사면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주가가 긴 침체를 딛고 반등할 때는 매우 짧은 기간에 폭등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가가 다시 오르는 추세가 명확해질 때쯤이면 이미 향후 몇 년간의 좋아질 실적까지 반영하여 주가는 오를 만큼 오른 후 일 확률이 높고, 이때 매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점에 물리게 되는 것입니다.

 

 혹은, 주가가 천천히 반등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상승은 '기술적 반등'이라고 하는, 긴 침체기에 나타나는 소폭의 반등인지 추세적인 상승인지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후에야 따라 사게 되는데, 역시 고점에 물리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것이 대가들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가 아닌 '주가가 쌀 때' 그 주식을 사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이 종목 'ADI'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들 중 두 번째로 큰 회사로, 아날로그 반도체는 데이터의 증가와 분산 네트워크의 확산, 스마트 팩토리/홈, 신재생에너지의 대두, 차량의 전장화/전동화, 디지털 헬스케어, 우주산업 등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 트렌드에서 수혜를 입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날로그 반도체는 현실의 세상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인 신호를 프로세서나 메모리가 처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므로, 모든 전자기기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전기로 작동하는 물건이라면 전력반도체라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프로세서나 메모리도 이런 대부분의 산업 트렌드에서 그 수요가 증가할 것이나, 문제는 이런 디지털 반도체 업계에서 현재 선두권인 회사들 중 어떤 회사가 미래에도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엔비디아'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만드는 GPU가 인텔이나 AMD가 만드는 CPU 보다 인공지능의 연산에 더 효율적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GPU는 애초에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반도체이지 인공지능의 연산을 목적으로 등장한 반도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연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CPU나 GPU 보다 더 효율적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최근의 동향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역사를 참조하면, 아마도 미래에는 한두 곳의 회사가 인공지능의 연산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세서 시장을 과점하게 될 것인데, 거기에 '엔비디아'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점유율이 미미했던 회사나 지금은 실리콘 밸리의 어느 작은 사무실에 있을 벤처기업이 될 확률이 더 높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팹리스들이 활개 치는 프로세서는 그렇다 치고, 자체적인 대량생산 기반을 갖추어야 하는 메모리는 어떨까요? 공정기술이나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팹을 갖추어야 하므로, 프로세서보다는 확실히 진입장벽도 높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중국의 부상이 꺼림칙해 보입니다.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산업인 디스플레이 업종을 이미 중국이 거의 장악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정부의 대 중국제재가 이런 흐름을 바꾸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먼 미래까지 계속 메모리 업계를 평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몇 년 정도면 몰라도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자국에 득이 될 것이 없는 대치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관료들이 물밑에서 만나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립니다.

 

 이렇게, 디지털 반도체 업종에서는 현재의 순위를 먼 미래까지 연장해서 생각하기가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를 많이 배치할수록, 그러니까, 선폭을 미세화할수록 더 효율적인 연산이나 저장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어서입니다.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공정의 미세화 보다 설계가 중요하고, 그 공정도 제조사 별로 많이 다릅니다. 즉, 아날로그 반도체 업종은 현재의 순위가 먼 미래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이제 이 종목을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매출과 영업이익이 등락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오른쪽 그래프 붉은 선의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으니 훌륭하군'하고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2011년 이후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한편,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제조원가를 빼서 구하므로, 매출총이익률이 장기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면 경쟁이 심해져서 가격을 낮춰서 파는 등의 외부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다행히 푸른선의 매출총이익률 추이에서 추세적인 하락은 보이지 않습니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빼서 구하므로, 이 회사 2014~2015년 과 같이 매출총이익률이 줄지 않았는데 영업이익률은 낮아졌다면 내부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당시의 내부적인 비효율성이 그대로 남아서 2022년을 제외한 최근 몇 년간의 이익률을 떨어트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런 조사를 하기 전에 그 회사의 연혁을 정리해 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2014년에 'Hittite Microwave'를 24억 달러에 인수했고(그 해 동사 매출 29억 달러), 2017년에는 'Linear Technology'를 158억 달러에(그 해 동사 매출 51억 달러), 2021년에는 'Maxim Integrated'를 280억 달러에(그 해 동사 매출 73억 달러) 인수했습니다. 모두 당시 매출액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으니, 재무제표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엉뚱한 곳에서 헤매지 말고 이 들 인수의 영향을 알아보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 2014~2015년 손익계산서와 주석을 보면 2014년에는 67백만 달러, 2015년에는 322백만 달러가 인수와 관련된 비용으로 영업이익 계산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들 영향을 제거하고 계산해 본 영업이익률은 30% 정도로, 이전의 높았던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앞에서 얘기한 큰 규모의 인수들의 영향은 아래에 초록선으로 보이는 이 회사 순자산이익률이 왜 하락하고 있는지에도 쉽게 답을 줍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오른쪽 푸른 선의 2017년, 2021년과 같이 순자산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하면 순이익도 두 배쯤 늘어나지 않는 이상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 회사가 최근 10년간 3~4년 간격으로 엄청난 돈을 써서 인수한 기업들 때문에 순자산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으니, 규모만 키우는 비 효율적인 인수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재무상태표를 들여다보면, 엄청난 금액의 인수들 덕분에 이 회사 전체 자산의 80% 가까이가 영업권과 무형자산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영업권은 다른 회사를 살 때 준 돈에서 그 회사 장부가치를 초과하는 금액을 적어 넣는 회계의 항목입니다. 따라서, 이 회사와 같이 큰 인수를 자주 하면 영업권이 전체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한편, 무형자산은 상표권이나 특허권 등의 경제적 가치를 적어 넣는 항목으로, 역시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 그 회사의 상표권이나 특허권도 산 셈이 되므로 급증하게 됩니다. 무형자산은 그 노하우나 지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에도 매년 조금씩 지워 없애는데, 이를 '상각'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의 경우 앞으로 5년간 꽤 큰 금액을 상각 할 예정인데, 그렇게 되면 순이익이 늘지 않더라도 순자산이익률은 높아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아래에 있는 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들의 추이를 보면 추세적인 하락은 보이지 않고, 영업현금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데서 이 회사가 규모만 키우는 비 효율적인 인수를 해 온 것이 아니라, 실은 꽤 효율적인 인수를 해 왔던 것 같습니다.

 

2023년 3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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