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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Monolithic Power Systems, Inc. (Nasdaq: MPWR) (2)

 제가 이 종목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 회사가 전력반도체 만을 전문적으로 만듦에도 아날로그반도체 시장에서 대기업인 'Renesas'나 'Microchip'과 비슷한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어서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시장 점유율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이나 소리, 전자기, 압력 등의 자연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전체 아날로그 시장은 전력반도체 외에도 영상이나 음향, 통신용 등의 반도체를 포함하게 됩니다. 따라서, 표에 보이는 붉은색의 이 회사 점유율은 미미해 보일지 몰라도 여러 종류의 아날로그 반도체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전력반도체만을 만드는 이 회사는 해당분야의 강소기업이라는 말이 됩니다.

 

 제가 아날로그 반도체 업종을 좋아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시장의 판도가 변해온 프로세서나 메모리와 같은 디지털 반도체와는 달리 수십 년간 인수/합병에 의한 과점화를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술업종의 가장 큰 위험인 혁신적인 신기술로 무장한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위험이 거의 없어 보여서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에 1990년대의 인텔과 삼성, 2000년대의 퀄컴, 2010년대의 ARM, 최근의 AMD나 엔비디아 같은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지 못한 것은 그 기술적인 특성과 수요처의 변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의 세상은 0과 1, 그러니까, 'Yes or No'라는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따라서, 이 '논리게이트', 그러니까, 트랜지스터를 수없이 많이 배치하여 설계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디지털 반도체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반도체는 설계의 자동화와 검증이 쉽기에 팹리스와 파운드리라는 형태로 설계와 제조공정을 분리하기가 용이합니다.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의 회로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파동의 크기나 모양, 주파수 등을 전자신호의 형태로 바꾸어 조작하는 역할을 하므로, 선폭의 두께나 길이, 저항이나 축전기의 배치 등 설계자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기에 설계의 자동화나 검증이 어렵습니다. 

 

 설계의 검증이 어렵다는 말은 설계와 제조공정을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설계의 결함인지 제조공정상의 문제인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아날로그 반도체는 여러 번 제조공정에 그 설계를 흘려보며 수정을 통해 설계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찾습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반도체에는 표준화된 제조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가 없는데, 이것이 진입장벽이 됩니다.

 

 그러니까, 자체 제조공정, 즉, 자체 팹을 가지고 있는것이 아날로그 반도체에는 유리하고, 아날로그 파운드리를 이용하더라도 여러 번 런을 흘려보아야 하므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이런 점이 혁신적인 아이디어 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 진입자에게는 장벽이 되는 것입니다. 디지털 반도체에는 표준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가 있기에, 퀄컴이나 ARM은 10명 남짓한 엔지니어로 시작했음에도 오늘날에는 업계를 재패하는 대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또, 아날로그 반도체는 자연과학에 전기/전자공학을 접목한 분야입니다. 그런데, 자연과학이나 전기공학은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의 시대 이후로는 중요한 발견이 수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진전이 느리고, 그 마저도 오늘날에는 우주의 기원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아날로그 업계에 예상되는 변화는 그 회로를 만들 소재의 변화 정도인데, 누군가 더 싸면서 좋은 소재를 찾아낸다면 그것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자는 기존의 반도체 제조사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 새로운 소재의 가공방법을 찾아낸다면, 그 자는 소재를 가공할 설비에 투자해서 그 소재를 반도체 회사들에 팔 생각을 하지, 직접 반도체까지 만들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주요 수요처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특히 전력반도체는 자유롭습니다. 그것이 라디오나 TV던, 컴퓨터나 스마트폰, 혹은 자동차이건,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물건에는 전력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5G 이동통신의 확대나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차량의 전장화, 태양광이나 풍력, 위성통신 산업의 발전 등, 앞으로의 트렌드 대부분에서 그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아래에 보이는 이 회사의 수요처별 매출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해외주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약 비슷한 종목을 국내에서만 찾으려 한다면,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같은 단일 품목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고, 그마저도 한두 회사만을 고객으로 가진 종목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첨단기술 산업에서 그 고객이나 수요처가 한두 군데뿐인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다음의 이 회사 얘기가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1998년에 이 회사는 당시 LCD의 광원으로 쓰였던 CCFL(냉음극관) 백라이트 전원을 업계 최초로 단일 칩으로 구현한 이후 2005년에는 전 세계 노트북 CCFL 백라이트 시장을 80%나 점유하게 됩니다. 당시 이 회사의 LCD 백라이트 분야 매출은 전체 매출의 거의 40%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5%가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바로, 2005년 경에 LCD 백라이트로 LED가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LED는 CCFL 보다 성능과 수명이 우수했고, 같은 TFT-LCD 공정에서 백라이트만 LED로 바꾸면 더 얇은 LCD 패널을 만들 수 있었으므로, 이후 CCFL은 빠르게 LED로 대체되었던 것입니다. 만약 당시 LCD 백라이트 시장에서 버는 매출이 40%가 아닌 거의 전부였다면 이 회사는 그냥 조용히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느 한 시장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고 수요처가 잘 분산되어 있으므로, 이런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종목, 그러니까, 제품의 수요가 안정적이면서도 장기간 꾸준히 늘어날 것 같은 회사를 찾는 일은 사실 장기투자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 남들이 유망하다고 떠드는 종목이나 허황된 소문을 쫓다 보면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못할 때 그 종목을 계속 보유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의, 혹은 단타라는 투기를 일삼다 보면 주가의 뒷 꽁무니만 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을 듯합니다.

 

2022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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