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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한솔케미칼 (코스피: 014680) (2)

 제가 정밀화학 업종의 주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의 수요처 확장이 비교적 쉽다는 점입니다. 철강을 만드는 회사가 반도체나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에 자신의 철강을 팔기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 회사 같은 정밀화학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소재나 원료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 걸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회사가 만드는 과산화수소는 과거에는 주로 종이를 만드는데 쓰였지만 지금은 주로 반도체의 세정공정이나 디스플레이의 식각 공정과 같은 전자산업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과거 제지나 목재, 폐수처리 같은 전통산업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와 같은 첨단산업으로 그 수요처를 확장해 왔음은 아래의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14년 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이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아래의 제품군별 매출 비중에서 보이듯이 붉은 선의 전자재료와 전자급 과산화수소가 대부분인 검은선의 정밀화학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돈이 되는 수요처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든 정밀화학 기업들을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수요처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공정이나 신제품 개발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식은 빈약한 상태에서 해외의 기술 같은것을 돈 만 들여서 도입한 회사들은 그 수요처가 다른 산업으로 옮겨 갔을 때 적절한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개발하지 못하고 도태되기가 십상이라는 말입니다. '도적들이 부자들의 금은보화는 훔쳐 달아날 수 있었지만 어느 랍비의 지혜는 훔치지 못했다'는 탈무드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모든 기업들이 새겨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솔그룹'이라는 집단의 총수일가가 '삼성그룹' 일가와 친인척 관계라는 것을 알고있는 분들 중에는 이 회사가 그동안 40년 넘게 성장해올 수 있었던 것이 운이 좋아서, 그러니까, 제지산업이 주요 수요처일 때는 '한솔제지'라는 든든한 고객이, 지금은 '삼성전자'나 '삼성 SDI'같은 친인척 관계의 고객을 거저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이 회사가 타고난 금수저 회사가 아니었다면 IMF를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기회라는 운도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습니다.

 

 1979년 일본 미쯔비시화학의 기술을 도입해 과산화수소 공장을 지었던 이 회사는 1997년에는 역삼투압 기술을 응용한 독자기술로 새 과산화수소 공장을 지었고, 심지어 그 기술을 미쯔비시화학에 역으로 기술수출까지 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 만드는 곳이 많지않은 반도체 박막용 전구체의 경우 이 회사는 글로벌 메모리 3사와 TSMC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 회사가 실력은 없이 운으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많지만, 비교적 최근에 개발에 성공해 공급중인 2 차 전지용 음극 바인더와 분리막 바인더가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인더'라는 말은 쉽게 접착제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이 회사가 과거에 비록 특성이나 소재는 다르지만, 다른 산업에서 쓰이는 접착제를 스스로 개발해 본 경험이 없었다면 이 처럼 시기적절하게 개발에 성공해서 고객을 확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밀화학 업종을 좋아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아래의 이 회사 공장 사진에서 보이듯 정밀화학은 기술과 노하우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유형자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어서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플랫폼이나 앱을 개발하겠다고 카이스트 출신 천재 몇 명이 모이듯이 해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장기투자에서 이처럼 진입장벽을 갖춘 종목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회사라도 이런 진입장벽이 없다면 빠르게 경쟁자들이 몰려들어 그 이익을 뺏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런 일, 그러니까, 경쟁자들이 몰려들어 이익률이 떨어지는 징조가 보이면 그때는 주식을 팔고 투자를 철회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투자가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왜 이렇게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이 많을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아마도, 그런 징조가 확실히 보일 때쯤이면 주가는 이미 반토막이 나 있기가 십상일 것입니다.

 

 제가 이 종목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이익률뿐만 아니라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현금흐름 역시 좋아지고 있어서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어느 종목의 이익률이 좋아지고 있다면 그 회사는 돈을 더 많이 벌어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말이므로, 당연히 유동비율이나 부채비율도 이 종목과 같이 좋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한편, '자유 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 중에서 현상유지를 위해 쓴 돈을 뺀, 미래를 위한 투자나 배당에 자유롭게 쓸수있는 돈으로, 현금흐름표에 나오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투자활동현금흐름' 중 '유형자산의 취득액'을 빼서 구합니다. 따라서, 어느 종목의 이익률은 높은데 부채비율이나 자유현금흐름 같은 재무비율이 몇 년째 좋지 않다면 그 회사가 엄한데 투자를 하고 있거나 돈이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종목은 모든 지표가 좋기에 다소 비싸게 주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주식시장은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으므로, 끈기만 있다면 언젠가는 이 좋은 종목을 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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