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나 장비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고를 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들 중 하나는 고객의 분포입니다. 많은 국내 소재나 장비업체들이 삼성이나 하이닉스 중 한 곳 혹은 두 곳에서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제 관심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규모의 자본을 계속해서 투자하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오는 특성으로 인해서 언젠가는 중국의 업체에게 따라 잡힐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니까, 이미 디스플레이 산업에 벌어진 일들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도 벌어지는 것은 제 눈에는 시간문제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어쨋든 아직 중국의 기술은 멀었으니,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기더라도 2~3년 내에는 힘들 것 아닌가? 그런 징조가 보이면 그때 가서 주식을 모두 팔고 투자를 철회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주식시장이라는 곳은 미래의 일을 가격에 미리 반영하는 곳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징조가 내게 보일 때쯤이면 주가는 필경 이미 반토막이 난 후일 것입니다.
'요즘 장이 안좋아서 반토막이 난 종목들이 허다한데, 4~5년쯤 후에나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을 걱정하다니, 별 태평한 놈을 다 보겠군.' 하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져서 혹은 금리가 올라서 빠진 주가는 늦어도 1~2년쯤 후에는 회복되지만, 실제로 그 회사의 경쟁력이나 미래 전망에 관계되는 일은 1~2년은 고사하고 4~5년이 흘러도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경기는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고 금리도 계속 오르기만 할 수는 없지만,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사안은 4~5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그런 의미에서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 중 제가 안심할 수 있는 몇 않되는 종목들 중 하나입니다. ASE, AmKor, JCET, PTI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업체들은 물론이고, Skyworks, ST Micro, Infineon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제조사들과 Unimicron, 코리아써키트 등의 인쇄회로기판 업체들 까지, 무려 300곳이 넘는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기술업종의 주식을 고를때 신경 쓰는 또 한 가지는 '그 회사가 특정한 기술이나 소재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 보다 효율적인 기술이나 소재가 등장했을 때 무너져 내려 버리지는 않을까?'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신기술이나 대체재가 등장했을 때 그 회사가 하는 사업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본다는 말입니다.
그런 영향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가 뭘 만드는지를 알아야 하므로, 이 회사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용 장비는 어떤것들이 있고, 그 공정이 무엇인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의 그림과 표에 잘 설명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에 있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좀 더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공정에서 만들어진 회로패턴을 가진 웨이퍼 상의 수많은 개별 칩들을 잘라낸 후, 인쇄회로기판에 그 개별 칩을 붙이고, 검은색 몰딩을 씌웁니다. 한마디로 자르고, 붙이고, 씌우는 것이 다입니다. 그러면,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는 어떻게 자르고, 어떻게 붙이고, 뭘 씌우느냐 정도 일 것입니다.
그런데, 패키징 공정이 전공정과 다른점 한 가지는 반도체 소자의 성능과 크기는 이미 전공정에서 거의 결정이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사들은 패키징 공정에 노광이나 증착, 식각 공정과 같이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싶어 하지를 않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성능을 끌어올리거나 크기를 대폭 줄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로 인해서 패키징 공정의 장비는 대부분 이미 상용화되어 쉽게 구할 수 있는 레이저나 비전 카메라 같은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물론 더 좋은 레이저나 비전 카메라는 끊임없이 등장하겠지만, 이 회사는 그냥 그걸 사서 장비에 달면 됩니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만드는 장비들이 시중에서 구할수있는 부품들을 사서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는 이 회사의 경쟁자들이 일본이나 네덜란드,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의 회사들임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즉, 충분한 진입장벽도 갖췄다는 얘기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어느 나라의 어떤 관리자나 검증된, 이미 남들도 다 쓰고있는 장비를 쓰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장비를 검증하려면 적어도 수천에서 수만 개 이상의 칩을 흘려보아야 하는데, 그 자체가 돈이 많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라인의 수율이 떨어질 그런 실험을 좋아할 관리자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신 공정이거나 공정비용을 엄청나게 줄여줄 수 있는 장비가 아니라면 후발주자들은 이 검증 기회를 잡기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이미 상용화된 구하기 쉬운 기술을 사용하는 패키징 공정의 특성으로 인해서 이런 기회도 대개 규모가 크고 양산의 경험이 많은 기존의 공급업체들이 절대적으로 많이 잡게 됩니다.
걱정이 많은 제가 이 종목을 분석하며 했던 또 하나의 걱정은 '미래에는 패키징 공정 자체의 수요가 현저히 줄지는 않을까?'였습니다. 'System on Chip(시스템의 기능을 칩 하나에서 구현)이나 Wafer Level Packaging(웨이퍼 상태에서 패키징을 구현)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패키징 공정 자체가 필요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패키징 공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반도체 회로라는 전기/전자의 세상을 외부의 현실 세상과 연결해 실제로 사람이 사용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점이 필요합니다. 그 접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인쇄회로기판이나 리드프레임이고 거기에 칩을 연결하는 것이 패키징 공정입니다.
또 한 가지는 칩 하나에 모든 시스템을 구현해야 할 정도로 전자기기가 작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전자기기들 중 가장 작은 크기의 물건은 아마도 무선 이어폰 일 것입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어폰은 귓구멍의 크기보다 작아질 수가 없습니다. 빠져 버리거나 귓속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평소 술과 담배를 즐겨서 인지, 요즘 위염이 생겨서 약을 먹고 있는데, 요즘 나오는 알약들은 크기가 매우 작더군요. 처음 약을 타 와서 은박포장의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밀어 약이 나오게 할 때, 약이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아서 불량 포장인 줄 알았더니 바닥에 쌀알만한 알약이 떨어져 있더군요.
2022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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