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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미원에스씨 (코스피:268280)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에너지 경화수지와 그 원료를 만들고 거기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며, 에너지 경화수지는 코팅이나 접착제, 인쇄용 잉크 등에 쓰인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바닥이나 가구, 가전제품 표면의 광이 나는 코팅과 그 제품 내부의 접착, 그리고 포장지에 인쇄된 잉크까지, 우리가 쓰는 공산품들 중 안 쓰이는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저는 이렇게 그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 다양한 곳에 쓰이고, 그 제품이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종목을 찾으면 제일 먼저 최근 5~10년 정도의 ROE(순자산이익률)를 찾아봅니다. ROE를 확인하는 이유는 당연히 투자할만한 종목인가를 판별하기 위해서이고, ROE를 그 종목의 성장률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그럴듯한 걸 만들고 수요가 안정적으로 보여도 5~10년의 평균 ROE가 10%를 넘지 않으면, 성장률이 낮다고 보고 관심을 끊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이 종목의 경우, 지주회사의 분할이 있었던 2017년을 제외하면 ROE는 꾸준히 15% 이상의 수준을 유지해왔고, 주당자유현금흐름 역시 우상향 추세에 있으므로 분석을 해 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또, 6~7개 회사가 과점하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산업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 종목을 찾아냈다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서 분석을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에너지경화수지 시장 점유율

 

 다음은 지난 15년 간의 실적과 이익률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5년이나 10년, 20년의 추이가 아닌 지난 15년의 추이를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10년 미만의 기간만 볼 경우 경제주기의 지난번 저점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가 최악일 때 실적의 추이가 어땠고 큰 어려움에 처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이 종목과 같이 산업재를 만드는 회사라면 다음번 불황에서는 망해버리거나 떨어진 주가가 5~6년 넘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또, 최근 4~5년 정도 좋아진 업황에 덩달아 실적도 좋아졌을 수 도 있으므로, 되도록 긴 기간을 보아야 합니다.

 

 20년이 아닌 이유는 20년은 거의 한세대가 바뀌는 기간이므로, 최근 10년 정도 달라진 산업환경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긴 기간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철강이나 조선과 같이 산업의 주기가 대단히 길어서 20~30년 이상의 실적 추이를 봐야하는 업종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업종은 아예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한 5년 정도의 재무 데이터만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면 저도 무척 편하겠지만, 투자가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왜 이렇게 주식투자에 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을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 종목의 경우 2008년에 미원상사로 부터 분할되어, 아쉽게도 2007~2008년의 추이는 볼 수 없지만, 미원상사가 건실한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부족한 관찰기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이 종목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숫자로 된 9개의 지표를 모두 통과했으므로, '최소한 관심종목의 반열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정말 어려운 분석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숫자로 된 지표들이 보여주는 것은 모두 과거의 실적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 못했던 기업보다는 과거에도 훌륭한 숫자를 보여주었던 기업이 미래에도 좋은 숫자를 보여줄 확률이 높겠지만, 그것만으로 내 전 재산을 걸기에는 부족합니다. 미래의 데이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므로,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다시 사업보고서로 돌아가 보면, 에너지 경화수지는 솔벤트 같은 용제를 열이나 대기 중에서 말리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빛을 쪼이면 순간적으로 굳어버리므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없고, 광택이나 경도 등의 특성도 우수해서 날이 갈수록 그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한때 반짝하다가 사라질 유행이 아닌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부합하고, 우수한 물성까지 겸비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가지 종류의 제품만 만드는 회사는 그 기술이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신기술이나 신소재, 그러니까, 대체재가 등장했을 때 급격히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재가 등장할 가능성과 그 위험을 가늠해 보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걸 가늠해 볼 수 있을까요?

 

 도대체 '에너지경화수지'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업보고서나 증권사 리포트에는 에너지 경화수지의 장점들만 나열되어 있지,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에서 찾은 다음의 그림에 잘 설명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코팅의 기초성분인 올리고머에 점성을 가지는 모노머를 첨가하고, 색상이나 특성을 좌우하는 성분인 첨가제, 그리고 빛에 반응하여 나머지 원료들을 딱딱하게 굳히는 광 개시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에너지 경화수지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일 뿐이지 대체재의 위험을 생각해 보기에 충분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합성수지'나 '고분자수지'에서 익숙한 용어인 '수지'는 딱딱하게 굳어 플라스틱으로 되기 전의 상태를 말하므로 액체상태의 플라스틱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미천한 화학 지식 덕분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제가 이해한 합성고분자, 그러니까, 플라스틱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학이나 고분자를 공부한 분이라면 웃음을 참고, 이 종목의 투자에 초점을 맞춰 정리한 내용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코팅은 물체의 표면에 플라스틱 막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플라스틱은 중합반응에 의해 생성되는데,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단계적 성장과 빠르게 진행되는 연쇄적 성장이 있다.

3. 느린 성장은 접착이나 코팅에 쓸 수 없으므로, 연쇄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4. 연쇄적 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양이온/음이온이나 자유라디칼을 첨가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방법이다.

5. 양이온/음이온을 이용하는 방법은 에너지경화의 한 방법인 전자빔 경화(Electron Beam Curing)에서 쓰는 방식이다.

6. 라디칼중합은 개시제가 필요한데, 열과 산화환원, 빛을 이용한 개시제가 있다.

7. 열을 가하는 방식은 솔벤트 기반의 기존 수지이고, 산화환원 반응은 반드시 산화되는 물질과 환원되는 물질이 생기므로 코팅이나 접착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8. 그러면, 빛을 이용한 개시제만 남게 되는데, 이것이 UV 경화와 같은 에너지 경화수지에서 쓰는 방법이다.

9.  즉, 에너지경화수지의 대체재가 등장하려면 누군가 단계적 성장과 연쇄적 성장 이외의 중합 반응을 발견하거나, 연쇄적 반응을 일으키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

10. 에너지경화수지는 1960년대에 등장한 기술로, 비교적 최근에야 많이 쓰게 된 데에는 중합기술의 발전보다 광원이 수은 램프에서 LED로 바뀌면서 싸진 측면이 더 컸다.

 

 종합하면, 노벨상 감이 될지도 모를 새로운 중합 반응의 발견보다 새로운 광원의 등장이 더 현실적인 신기술의 등장이 될 것인데, 이 회사가 그 새로운 광원에 맞는 제품을 못 내놓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이런 산업재에 쓰이는 신기술이나 신소재는 초기에 대량생산을 하기가 어려워 확산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타킹에 쓰인 나일론이 빠르게 실크를 대체한 반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아직도 철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자, 이렇게 해서 이 종목을 분석하며 들었던 가장 큰 의문이었던 대체재의 위험에 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이제 제 관찰목록에 올려놓고 주가가 떨어지기만을 바라면 될 것 같습니다.

 

 제 글들을 꾸준히 읽는 분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 이 종목은 제가 5년 정도 보유하여 작년 5월에 5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실현했던 종목입니다. 새로 발견한 종목인 것처럼 글을 쓴 이유는 제가 어떻게 종목을 발굴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2022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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