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지켜볼 주식 - 유나이티드제약 (코스피:033270)

 이 종목은 제가 2020년 4월에 주당 평균 17,665원에 사서 같은 해 9월에 전량을 85,242원에 팔았으니, 단 5개월 만에 +382.5%라는 환상적인 수익을 얻었던 종목입니다. 제가 이 주식을 보유했던 시기를 아래의 월간 주가 추이에 붉은 점선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마치 기가 막히게 저점과 고점의 타이밍을 맞춘듯해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시 주가급등의 이유가 이 종목이 코로나치료제 테마에 얽히면서 였기 때문이었으니 테마주를 노렸거나, 그도 아니라면 그냥 기막히게 운이 좋았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주식을 싸게 사서 짧은 기간에 5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챙길수 있었던 비결은 앞에서 말한 마켓타이밍이나 테마주를 잘 공략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맞히려는 마켓타이밍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뜬구름 잡는 식인 테마주는 사본적도 없습니다. 당시 이 주식이 코로나 치료제 테마에 얽힌 것은 뜻밖의 일이었으니 운이 좋았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운을 바라고 주식을 사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제가 그토록 짧은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부터는 제가 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도 계속 이 종목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쓸 작정입니다. 글 안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국내 전통제약시장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값을 정하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의 시장입니다. 과거 국내 제약산업의 보호를 위해 복제약의 약값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매우 후하게 인정해 준 덕분에 주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배하는 다른 나라들의 의약품 시장과는 달리 국내 제약사들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가 보호하는 산업에서는 대개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게 되므로 장기적인 경쟁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손쉽게 복제약만 만들어 팔아도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굳이 많은 투자가 필요한 신약을 만들거나 해외시장 진출 같은 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던 국내 제약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문제가 대두되면서 였습니다. 2012년에는 평균 12% 수준의 일괄 약가인하 조치가 있었고, 덕분에 두 자릿수이던 제약사들의 이익률은 대부분 한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이것이 한 번에 그치고 말 조치였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일입니다. 이것이 전통제약사들의 주가가 해외시장을 목표로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기업들에 비해 박한 대접을 받는 이유입니다.

 

 제가 이 종목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 매출의 절반 가량이 건보공단의 약가산정에서 신약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개량신약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입니다. 개량신약이란 오리지널약의 효능이나 복용 편의성 등을 증대시킨 약을 말하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부분 신약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복제약의 경우 국내는 정부의 약가인하 압박, 해외는 효능에 차이가 없어서 수출도 쉽지않은 반면, 개량신약은 늘어나는 국내 고령인구와 수출길도 열려있음을 생각하면 성장성도 매우 큰 산업이라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을 숫자로 검증하기 좋은 재무지표가 아래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과거의 지표들로 미래의 성장성을 알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과거를 모르는데 미래를 어떻게 가늠해 보겠습니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습니까?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12~2013년 경의 이익률이 하락한 것은 앞에서 얘기한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조치의 영향인 것은 알겠는데, 2009년 경부터 5년이나 하락한 매출 총이익률의 추이가 거슬립니다. 만약 상승추세인 최근의 이익률 추이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산업환경의 영향 때문이라면, 산업환경이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이익률과 주가는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매출원가와 유/무형자산의 상각비, 원재료비, 제조경비 중 연구개발비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 보았습니다. 붉은 선의 연구개발비가 2018년 이후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거의 매출원가에만 할당하던 개발비를 당시부터 판관비에도 비슷한 금액만큼 할당했기 때문입니다.

 

 푸른 선의 원재료비 비중이 크긴 하지만 관찰기간 내내 큰 변동이 없었던 반면, 연구개발비는 매출 총이익률이 급락했던 2009~2011년 경에 폭증한 것을 볼수 있습니다. 즉, 급증한 연구개발비가 당시 매출총이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당시 이 회사가 쓴 연구개발비가 헛돈이 아니었음은 2010년에 첫 번째 개량신약인 소염진통제 '클란자 CR정'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새로운 개량신약을 출시한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일괄 약가인하 조치가 있었던 2012년 이후 대부분의 제약사 이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진데 반해, 이 회사는 두 자릿수의 이익률을 꾸준히 지켜왔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적과 이익률이 정체상태인 것은 코로나 사태로 급하지 않은 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가 만드는 '전문의약품'들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어서 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거의 끝나가는 코로나 사태와 아래의 표에 보이는 고령층의 진료비 추이, 그리고 이 회사가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이 많이 앓는 순환기/소화기/호흡기 질환 약들을 많이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는 이런 환자들이 미뤘던 진료를 많이들 받을 테니 실적이 급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주식의 내재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은 이미 제 다른 글; 내재가치의 계산 (2) (tistory.com)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여기서 다시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이 주식을 2020년에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제가 추정한 내재가치의 하단과 상단에 주가가 근접했기 때문이었던 것 뿐입니다.

 

 '어쨌든 짧은 기간에 큰 시세차익을 챙긴 것은 예상치 못했던 테마에 얽히면서 였으니, 운이 좋았던 것을 가지고 꽤나 잘난 체 하는군'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래의 장기 주가 추이를 보면 이 종목에는 그런 기회가 꽤 자주 있었습니다.

 

2022년 6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