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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워런 버핏의 손절

 워런 버핏이 최근 코로나 급락장에서 보유 중이었던 항공주와 금융주 중 다수를 손절했다는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기사를 보고 '워런 버핏 같은 장기투자의 대가도 손절을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손절을 합리화한 투자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은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자산 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이며, 보유주식 중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투자자산 중 거의 80%, 상위 5개 종목은 대략 70%에 이른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최근 몇 년간의 버크셔 보유주식 상위 6개 종목을 보유규모 순서대로 나열한 것입니다.

 

 - 2018년: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코카콜라, 크래프트하인즈, 아멕스

 - 2019년: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아멕스, 웰스파고, 크래프트하인즈

 - 2020년 1분기: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코카콜라, 크래프트하인즈, 아멕스

 

 상위 6 종목 중 바뀐 종목이 없고, 최근 손절했다는 종목은 한 종목도 없습니다. 주가 변동에 따라 순위만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거대 규모의 자산을 운영하는 버핏이 거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핵심 포트폴리오는 최근 몇 년간 변동이 없었던 것입니다.

 

 며칠 전 제가 쓴 '피터 린치의 함정'에서 얘기했듯, 거대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거대 펀드는 한두 가지 방법의 투자로 모든 자산을 투자할 수가 없기에,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해야만 합니다. 워런 버핏이 손절한 항공주나 은행주는 경기변동 주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버크셔 입장에서 미국의 경기 호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중단기 보유 목적으로 항공주와 은행주에 투자를 했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손실을 확정하고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주는 다시 금리를 낮추는 환경에서 주가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고, 항공주는 언젠가 항공운송 수요는 살아나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를 가늠하기 힘든 환경에서, 어떤 항공사가 파산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위의 제 생각이 맞다면, 버핏의 손절은 투자의 대가 조차 단기적인 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면 손실을 보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만 시장을 바라보고, 평소에 미치도록 가지고 싶던 종목을 코로나 사태 같은 급락장으로 헐값에 살 수 있을 때만 사도, 인내심만 있다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차고 넘치게 채울 수 있습니다. 

 바깥쪽 꽉찬 직구나 까다로운 변화구는 그냥 흘려보내고,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성 공만 노리는 것입니다.

 

2020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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