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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진단키트와 언택트 관련주

 주식시장에는 시기별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나 업종이 있는데, 이를 주도주라고 합니다. 지금의 진단키트와 언택트 관련주, 코로나 사태 이전의 결제 관련주, 그 이전의 소부장, 그 이전의 반도체, 또 그 이전의 바이오 등 폭락장을 제외하면 시기별로 주도주가 없었던 기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주도주를 따라 잡으려는 것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이유는 장기간 꾸준히 주가가 올랐다고 생각하는 종목들의 10년 정도 주가 차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LG생활건강 같은 먼 과거부터 꾸준히 주가가 우상향해 왔다고 생각되는 종목들도 장기간의 주가 차트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기간은 수개월에서 길어야 1년 정도이고, 그 상승기간에도 실제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날은 며칠 되지 않습니다.

 주가가 큰폭으로 오른 후에는 조정이라고 부르는 하락 후 긴 횡보장을 맞게 됩니다. 주가가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는 주가는 기업의 미래를 반영하는데, 사람들은 호재나 악재에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진단키트와 언택트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씨젠과 카카오의 10년 정도의 주가 차트를 보면, 오를 만큼 올라 이제는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입니다. 하락 후의 수년간의 긴 횡보장, 그렇게 몇 년을 견디면 다시 주도주가 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저는 이마저도 부정적입니다.

 

 주식투자가 업이자 취미이다 보니, 뉴스기사를 많이 읽게 되는데, 얼마 전 이스라엘의 과학자가 테라헤르츠 파를 이용해 음주측정기 같이 부는 방식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0분이면 결과가 나오는데, PCR 방식보다 저렴하고 더 정확해 곧 양산에 돌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직 주식시장에는 반영이 안 되었지만, 양산이 가시화된다면, 씨젠같은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는 급전직하하게 될 것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같은 소프트웨어로 무언가를 하는 회사들의 장기적 전망도 그다지 밝게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야후나 라이코스, 싸이월드 같은 회사를 떠올려 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것입니다. 참, 다음은 카카오에 인수되지 않았다면 한미르같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글을 읽다가 '그러면 도대체 어떤 주식을 사라는 말이지?'라고 생각하신다면, 먼저 저의 이전 글들 중 '투자관의 형성'을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감이 안 잡히신다면, 다음의 구체적인 예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코로나사태발 급락장을 계기로 저는 KCI와 유나이티드제약 두 종목을 매수했는데, 매수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KCI는 샴푸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천연성분의 고급 보습원료를 만드는 회사로, P&G, 니베아, 헨켈, 로레알 같은 웬만한 퍼스널케어용품 제조사들은 모두 KCI의 원료를 사용합니다. 퍼스널케어 원료시장은 과점시장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신규 진입자나 대체재의 위협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외출을 못한 2분기에는 사람들이 머리를 덜 감고 화장도 덜해, 실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머리감기를 장기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나이티드제약은 개량신약 중심의 제약사로, 건보공단의 약가인하 압력이 존재하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찾은 진주라고 생각합니다. 개량신약은 선진국들에서도 신약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니, 동사가 복제약 업체로 싸잡혀 낮은 주가의 부당한 처우를 받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잠시 클로로퀸 테마에 엮여 주가가 폭등 후 하락했는데, 제가 매수한 시점은 하락한 후 입니다. 동사는 로슈가 만든 클로로퀸의 복제약인 아쉬킨 정을 만들고 있는데, 국내 확진자 1만 명 모두가 2주간 복용한다고 가정해 제가 추정한 매출 증가분은 14억 원 정도로, 매출액 2천억이 넘는 회사에게는 새발의 피였습니다.

 

 주도주를 따라 잡으려고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기보다는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고 확신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편이 났습니다. 옆의 차선이 더 빠른 것 같아 차선을 옮기면, 원래 가던 차선이 더 빨리 가는 법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구체적인 종목명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모두 투자원칙에 대한 글의 전개를 위한 예시일 뿐, 매수나 매도를 권유할 의도가 없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투자는 본인의 판단입니다.

 

2020년 5월의 어느 밤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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