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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투자관의 형성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투자관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해줄 말이 없습니다. 책만 많이 읽어서는 안 되고, 생각만 많이 해서도 안 됩니다. 공자의 말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음의 제 경험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저 역시 시장의 저점과 고점을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대충 맞힐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과 같이 미국채 10년 물 금리와 3개월 리보금리를 활용해서 말입니다.

 

 장단기 금리 추이와 주가지수 추이의 25년 정도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열심히 연구한 결과, 3개월 물 리보금리가 미국채 10년 물 금리를 3개월 이상 추월하게 되면 머지않아 침체장이 찾아옴을 발견했습니다. IMF, IT버블 그리고 리먼사태의 각 침체 장마다 정확히 맞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었지만, 환율이나 신용융자잔고, 실업률 같은 지표를 첨가하면 거의 비슷하게 저점과 고점을 맞힐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호가 발생하기 전까지 주식시장지수에 투자하고, 금리 역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미국 장기국채 ETF에 투자하는 시뮬레이션의 연복리 수익률이 15%를 넘었으니, 종목을 연구할 필요성 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연복리 15%면, 1억을 투자해 10년 후 4억이 넘는 수익률입니다.

 

 시장의 비밀을 밝혀낸 저는 벅찬 감정으로 2010년 경 가용한 거의 모든 돈으로 주식형 펀드를 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투자 관련 서적은 꾸준히 읽고 있었기에 한 펀드에 모든 자금을 몰빵 하지는 않았지만, 그때는 투자의 대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았지만, 심판의 순간이 찾아오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유럽발 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의 조정이면 견딜만하다는 생각으로 곧 다시 찾아올 상승장을 기다리기를 4~5년, 다행히 미국 시장에 투자한 펀드의 성과가 좋아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처음 생각했던 연복리 15% 이상 에는 한참 모자라는 성과였습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미친 듯이 책을 읽으며, 개별종목에 투자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PER, PBR 같은 지표를 활용해 주가가 저점 근처일 때 사서 고점 부근에서 파는 연구였는데, 주당순자산에 5년 평균 ROE를 할증한 후, 목표수익률로 다시 할인하는 방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채권 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 - 서 준식'에서 읽은 방법으로, 지금도 계량적 가치평가에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미국 시장과 한국시장에 상장된, 매출/영업이익/순자산이 15년 이상 꾸준히 증가한 종목을 각 40~50개씩 골라 나름대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결과는, 매해 대략 7~10 종목을 보유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10년간의 연복리 수익률이 20%를 넘는 경이로운 결과였습니다. 연복리 수익률 20%라면, 10년 후에는 1억이 6억을 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15년간 영업성과가 좋았던 기업은 그냥 지난 15년간 잘했던 기업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지난 시간 동안 못했던 기업보다는 확률적으로 낫겠지만, 앞으로 10년간 바뀔 산업환경에도 잘 적응 할지는 확실치 않은 것입니다.

 

 계량적 분석은 주식을 분석할 때 반드시 해야 할 과정이지만,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면 수학적인 투자공식 만으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렇게 해서 장기간 성공했다는 사람을 아직 모릅니다. 

 마법공식이라는 조엘 그린 블란트가 만든 공식이나 퀀트 투자라는 방식이 이런 투자방식이긴 한데, 2~3년 정도 해 보고는 대부분 접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수학적 확률에 의존하기에, 1~2년 이상 부진한 성과가 이어지면, 인간 심리상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근거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계량적 분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을 조사하고 이해하여 앞으로 10년쯤 후에도 해당 기업이 반드시 성장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질적 분석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계량적, 질적 분석을 거친 종목을 후보 리스트에 올려놓고 보수적으로 평가한 가치의 하단선에 근접한 종목을 매수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 개인투자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좁혀, 실투성의 한가운데 몰리는 공만 쳐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9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철학이나 원칙이 아닌 방법론으로 기울게 된 감이 있습니다. 그만큼 철학이나 원칙을 글이나 말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쓴 '가치투자의 비밀'중 다음의 문구가 제 원칙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의 80~90%는 전체 투자기간의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한다. 장기 투자자에게 진짜 위험한 것은, 진정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위협하는 것은 주가가 크게 오르는 시기에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하락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일시적인 하락을 감내하며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다음은 제 투자관 형성에 가장 많이 도움이 된 책들입니다. 번호 순서대로 읽기를 권유드립니다.

 

 1) 지금 당장 금리공부 시작하라 - 윤 채현

 2) 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 - 윤 채현, 박 준민

 3) 1초 만에 재무제표 읽는 법 - 고미야 가즈요시

 4) 쥬라기, 부자가 되는 0.4%의 비밀 - 김 철상

 5) 왜 채권 쟁이들이 주식으로 돈을 잘 벌까? - 서 준식

 6) 모닝스타 성공투자 5원칙 - 팻 도시

 7)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 모니시 파브라이

 8) 하상주의 가치투자 - 하 상주

 9) 크리스토퍼 브라운 가치투자의 비밀 - 크리스토퍼 브라운 

 10) 현명한 투자자 - 벤저민 그레이엄

 11)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 필립 피셔

 12)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 워런 버핏, 로렌스 커닝햄

 13) 워렌 버핏의 주식투자 콘서트 - 워렌 버핏

 

 금리, 환율, 재무제표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1)~3) 번 책은 생략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1)~2) 번 책은 한 번만 읽었고, 나머지 책들은 모두 최소 세 번 이상은 읽은 것 같습니다.

 

2020년 5월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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