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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모의투자의 위험성

 모의투자는 실제로 돈을 걸지 않거나, 돈을 걸더라도 잃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극히 소액의 돈으로만 주식을 산 후, 그 주식의 추이를 지켜보는, 주식투자의 연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저는 왜 이 잃을 것이 없는 연습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우선,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함정입니다. 모의투자를 하는 단계에서는 잃을 것이 없기에, 가장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투자의 세계에서 큰 수익이라는 말은 항상 큰 위험을 수반합니다. 모의투자를 5년이나 10년 이상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길어야 수개월에 이르는 모의투자 기간 중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투자방식은 그 기간에만 운 좋게 들어맞았을, 고수익/고위험의 투자방식일 확률이 솔직히 말해 100%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실험을 하는 기간이 짧기에 5년이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장 큰 수익을 안겨줄 장기투자나 가치투자 같은 방식의 투자는 아마도 확실히 배제될 것입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이라는 위험한 곳에 뛰어들기 전에 행하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어 안전해 보이는, 모의투자라는 이 연습이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위험한 곳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위험한 곳이 아닙니다. 주식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는 사람이 위험한 것입니다.

 

 주식시장을 위험한 곳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은 위험한 곳이니, 확실해 보이는 단기간에만 베팅을 하여 빨리 수익을 챙긴 후, 가급적 빨리 위험한 곳을 빠져나가자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저의 이전 글들에서 얘기했듯, 주식투자에서 얻는 수익의 80~90%는 2~7%의 상당히 짧은 기간에 발생하고, 우리는 그 2~7%의 기간을 맞힐 수가 없기에 장기투자를 해야 합니다.

 

 반면, 짧은 기간에 행하는 모의투자에서는 환상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그 2~7%라는 짧은 기간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단기투자'라고 생각하지만, 투기일 뿐입니다. 투자라는 행위는 수익을 얻기까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공장을 짓기 시작해 몇 개월 만에 거기서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장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실패한 투자보다는 성공한 투기가 낮지 않겠냐고 생각하신다면, 제 이전 글 개미가 돈을 잃는 이유 (tistory.com) 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투자의 연습을 할 수 있을까요? 

 

 워런 버핏이 얘기했듯이 저도 역시 기업의 과거 실적과 주가의 관계를 연구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연구가 과거의 주가 차트를 보며 어떻게 하면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팔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리먼사태와 같은 큰 폭의 하락장이 포함되는 가급적 15년 이상의 과거 기간을 설정해, 자신이 발견한 기업의 매출과 이익, 이익률, 부채비율, 주당순이익이나 주당순자산 등의 내재가치를 주가와 비교해 검토하다 보면 그 기업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실 것입니다. 또, 주가는 실적을 따라오는 그림자임을 깨닫게 될 것이며, 어느 정도의 주가 수준이 매수하기에 안전하고 매력적인 가격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투자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영역입니다. 아무리 그 기업의 과거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확률적으로는 과거에 못했던 기업보다는 낫겠지만, 역시 미래는 안갯속에 싸여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모의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고 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모의투자를 마치고 실전 투자를 결행한 순간부터는 자신의 모의투자도 역시 과거의 영역에 포함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미래에 대한 혜안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대단한 선견지명이 있어야만 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이 미래의 유망 산업이나 종목이라고 떠들어대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산업/종목은 대개 고평가 상태이고, 이미 경쟁도 치열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그 산업이 장기간 성장하더라도 거기서 얻을 수익은 형편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신기술이나 신소재 혹은, '게임체인저'라고 하는 혁신적인 경쟁자가 나와서 그 산업의 판도가 바뀔 확률도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여 거기서 성장할 산업이나 종목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크게 바뀌는 일이 없을 종목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미래의 도로에 전기차가 많을지 수소차가 많을지를 알지 못합니다. 또, 10년쯤 후에도 여전히 구글이나 애플이 인터넷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을지에도 확신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고 돈을 잘 버는 기업이 미래가 어떻게 되든 크게 거기서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면, 미래의 성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리한 예측력이나 선견지명 보다 건전한 상식과 생각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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