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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멀리 보아야 수익이 보인다

 며칠 전에 어머니로부터 온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참고로 어머니는 제가 주식투자로 먹고 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주식투자를 해본 적도 없는 분입니다.

 

 전화를 건 이유는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이 있어서, 그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이었습니다. 당신이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 의하면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대규모의 반도체 투자유치를 할 것이고, 이재용도 곧 사면될 것이니, 올해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오르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확신을 얘기하시길래 '그러면,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얼마나 보유하려고 생각하시느냐?'를 물었더니 2~3년쯤 보유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2~3년쯤 후에 주가가 올라있을지 그토록 확신을 하시느냐?'라고 묻자, 앞에서 애기한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다시 애기하기에, 저는 '어쨌든,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들이 아니냐?'라고 말씀드렸더니 시끄럽다며 전화를 끊자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어머니는 전업투자를 한다는 아들이 자신의 확신에 동조해 주기를 기대하셨던것 같습니다.

 

 또, 며칠전에는 아내로부터 처사촌의 다음과 같은 사연을 들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의 작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부모님께 드리는 작물 값을 제하고도 꽤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처사촌은 10년 가까이 번 돈을 매달 남편에게 관리하라고 맡겨왔는데, 남편은 그 대부분의 돈을 주식에 투자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간 맡긴 돈의 내역을 보자고 얘기했더니 남편이 화를 내며 보여주지 않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왕래가 많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사이라서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지 않았지만, 화를 내며 거부할 정도라면 그간의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 남편분이 주식투자로 먹고사는 프로 투자자인 저에게 작년 말 때쯤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삼성전자라는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우량주라고 생각하는 주식에 2~3년간의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주식을 시작한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단타를 생각하며 주식을 시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단타를 통해 꽤 그럴듯한 수익을 얻지만, 주가에는 항상 등락이 있기에 단타를 통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 정도는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량주를 고점에서 따라 사다가 물려서 만회하기 위해, 혹은 지지부진한 주가가 답답해서 단타로 전향했다는 사람은 꽤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인정하는 우량주에 2~3년이라는 장기투자가 실패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주식시장에서 2~3년은 장기가 아니라는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므로 현재의 상황을 연장해서 볼 수 있는 2~3년 정도를 투자대상을 바라볼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2~3년은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는 짧은 기간입니다.

 

 이는 아래의 삼성전자 장기 주가추이에 붉은색으로 표시한 횡보구간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1990년 9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총 30년 8개월 중 붉은색으로 표시한 횡보기간의 수익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 1990년 9월 ~ 1993년 8월 (2년 11개월): +23.2%

 - 1995년 10월 ~ 1999년 5월 (3년 7개월): -23.9%

 - 2000년 6월 ~ 2003년 2월 (2년 8개월): -18.8%

 - 2004년 4월 ~ 2009년 5월 (5년 1개월): +0.2%

 - 2009년 9월 ~ 2011년 8월 (1년 11개월): -8.7%

 - 2012년 4월 ~ 2016년 4월 (4년): -10.4%

 - 2017년 11월 ~ 2020년 10월 (2년 11개월): +11.4%

 

 2~3년 정도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임을 알 수 있으며, 해당 기간을 모두 합한 23년 1개월간의 수익률을 모두 더하면 -27%가 됩니다. 반면, 주가 그래프에 보이는 모든 기간인 30년 8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했을 경우의 수익률은 놀랍게도 무려 2만 5천 퍼센트가 넘게 나오는데, 연복리 수익률로는 +19.8% 정도가 됩니다. (1990년 3월 311원 -> 2021년 5월 80,100원)

 

 그러면, '설사 고점에서 사서 2~3년 정도 물리더라도 삼성전자는 우량주이니, 오래 보유하면 결국 훌륭한 수익을 안겨줄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처음 이주식을 사는 대부분의 개미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생각에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2~3년 내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반토막 난다거나 시장점유율을 갑자기 크게 잃을 일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저 역시 2~3년쯤 후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2~3년의 실적 성장에 비례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님은 이미 30년의 주가 추이에서 봤습니다. 그러면, 주식투자라는 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영역이므로 '삼성전자가 과연 앞으로 30년, 아니, 한 10년쯤 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르는 것입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일제강점기 때 제일 정미소로 번 돈으로 제일제당을 만들어 1950~60년대의 한국이 밀가루나 설탕을 원조받을 때 큰돈을 벌어, 자본이 부족했던 시절에 문어발식으로 여러 분야에 자본을 투입할 수 있었기에, 땅집고 헤엄치기 식으로 여러 사업을 키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오늘날의 삼성전자입니다.

 

 이 문어발식 성장의 역사는 첨단기술 산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의 삼성전자에도 녹아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TV나 생활가전 등, 거의 모든 전자산업에 진출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회사가 하는 여러 사업들 중 10년 후에도 성장성을 유지하며 수위권의 위치에서 해당분야를 선도하고 있을 사업이 있을까?'에 심히 회의적입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애플을 뛰어넘어 본 적이 없고,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라는 은혜가 없었다면 삼성은 핸드폰 사업을 접었어야 했을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가전사업은 지금은 잘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샤오미 같은 저가 경쟁자들에게, 과거 소니나 월풀이 동사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듯이, 언젠가는 자리를 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대규모의 자본투입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이기에 그렇습니다. 아마도 과거 일본 업체들이 삼성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듯이 중국 업체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삼성전자도 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시스템반도체의 수탁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와는 달리 스스로 메모리나 모바일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기에, 고객들이 자신의 기술이 삼성이라는 경쟁자에게 누출될 것을 우려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삼성이 공정기술에서는 상당히 앞서있고, 고객들로서는 TSMC와 삼성을 제외하면 선택지가 거의 없기에, 당분간 삼성 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고려할 때, 다른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10~20년쯤 후에도 TSMC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는 많은 의심이 듭니다.

 

 앞으로 20~30년 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는 저 역시 모릅니다. 하지만, 10년쯤 후에 지금보다 성장해있을 기업을 유추해 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처럼 확실치 않아 보이는 기업은 투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2~3년간의 성장은 이미 주가에 녹아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10년 후에도 여전히 지금과 비슷한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려해 주식을 골라야 하는 것입니다.

 

2021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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