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이름의 이 회사는 보일러와 정수기를 만드는 가장 큰 미국 회사입니다.
'이왕 미국주식을 살 것이라면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잘 나가는 회사를 놔두고, 굳이 내가 왜 보일러 같은 고리타분한 분야의 주식을 사야 하는가?'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지난번 제 글 '멀리 보아야 수익이 보인다'에서 말한 '향후 2~3년간의 실적 성장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최소한 10년 이상의 먼 미래의 성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쉽습니다.
오늘 아마존 주식을 사서 2년 정도 횡보하는 주가를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성을 믿으며, 참고 보유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쯤 페이스북이나 구글, 혹은 어떤 신생기업이 블록체인같은 신기술을 이용해서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인지, 싸면서 품질도 좋은 제품인지를 평점이나 별점을 통해서 정확하게 보여주는 플랫폼을 개발했는데, 젊은애들의 호응이 좋아서, 빠르게 전자상거래 시장을 10% 정도 점유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쯤 되면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우려하는 시장에서 아마존 주가는 잃은 시장점유율만큼이 아닌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자, 그쯤 되어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믿으며 아마존 주식을 편하게 보유하거나, 혹은, 더 사서 모을 수 있겠습니까?
저라면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사와 같이 안정적인 분야의 사업을 하면서 미래의 성장성도 겸비한 회사를 분석하고 주목하는 것입니다.
보일러와 같은 분야에도 신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의 변화가 인터넷 플랫폼 같은 분야와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느립니다. 대게 산업의 판도가 바뀌는 때는 혁신적인 신기술에 기반한 경쟁자가 등장하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난방이나 온수에 응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면 동사와 같은 과점적 사업자는 자사의 제품에 적용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을 경동과 귀뚜라미, 린나이가 과점하는 것처럼 미국도 동사를 포함한 3개 회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또, 동사의 제품이 제공하는 난방과 온수, 정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인터넷 쇼핑을 못하게 되면 마트나 백화점, 다이소에서 사면되지만, 한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집에서 얼음장 같은 찬물로 머리를 감아야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그러면, 동사 이익의 안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으므로, 앞으로 한 10년쯤 후에도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북미시장보다 경쟁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보일러/정수기 시장에서도 동사는 선두권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선진국 시장들과 비슷하게 중국과 인도의 시장도 아래와 같이 점차 과점화 되어가고 있는 경향이 보입니다.
대기오염을 걱정하기 시작한 중국 정부는 석탄이나 장작을 태우는 대신 가스나 전기보일러 사용을 장려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또, 겨울철에 상하이 같은 남부 도시의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다면, 많은 집들이 난방장치가 없어서 실내가 꽤 춥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는 어떻습니까? 자신이라면 인도에 살면서 우물이나 수돗물을 그냥 마실수 있겠습니까?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도국들의 도시화와 소득 증가는 앞으로 수십 년 이상 이어질 초장기적인 트렌드인데, 동사는 이 거대한 흐름에서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렇게 커진 중국시장 덕분에 동사의 최근 2~3년 실적은 하락 중인데, 아래의 오른쪽 그래프와 같이 중국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입니다.
2008~2009년의 실적 하락은 미국 주택시장 버블 붕괴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익률이 낮았던 전기모터 사업을 매각한 영향이 더 컸고, 미국 보일러 시장은 주택분양에 따른 신규 수요보다 교체 수요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어쨌든, 앞으로 점점 더 중국 부동산 경기가 동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커지겠지만,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동사의 과점적인 입지를 생각하면, 언젠가 닥칠 중국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이 주식의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1년 5월에, 동해에서..
'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주를 사야하나? (2) (0) | 2021.06.09 |
---|---|
지켜볼 주식 - 오리온 (코스피: 271560) (1) | 2021.06.03 |
멀리 보아야 수익이 보인다 (2) | 2021.05.22 |
매도[賣渡] - 미원에스씨 (2) | 2021.05.15 |
지켜볼 주식 - LG생활건강 (0) | 2021.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