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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2024년 내 포트의 성과

 자신의 투자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여정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소한 3년 이상의 성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주식시장이 좋았거나 나빴거나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전체적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나 S&P 500, MSCI ACWI와 같은 지수들 말입니다.

 

 이런 지수들과 비교해 자신의 성과가 크게 부진했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은 자신의 투자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두해 주식에 투기를 하고 말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인생 내내 투자를 할 것이라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투자법을 가다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는 국내와 해외주식 모두에 투자를 하고 있기에,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주식시장을 포괄하는 지수인 MSCI ACWI를 비교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ACWI의 작년 성과를 보겠습니다.

 

 - MSCI ACWI: '23년 종가 727.00 / '24년 종가 841.33

 - 미국달러 환율: '23년 종가 1,299원 / '24년 종가 1,477원

 - 원화로 환산한 ACWI의 '24년 수익률: +31.58%

 

 다음은 제가 2024년 한 해 동안 보유했거나, 사고팔았던 모든 종목들의 원화로 환산한 주가등락률입니다.

 

 저는 현금 대신 안전자산으로 대부분을 미국 장기국채 펀드인 'IEF'를 일정한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고, 미국 주식군과 국내 주식군은 같은 비중으로, 그리고 각각의 종목은 그 주식군 안에서 동일한 비중이 되도록 일 년에 두 번씩 비중을 재조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른 종목을 일부 팔아서 떨어진 종목을 더 산다는 말입니다. 또, 저는 다른 수입이 전혀 없는 전업투자자여서 역시 오른 종목을 일부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종목들의 등락률을 평균한 값은 제 실제 성과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간에 증권계좌에 추가로 돈을 더 넣거나 뺀 적이 없다면 연말의 계좌잔고를 전년말의 잔고로 나누어 쉽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나, 중간에 입금이나 출금이 있었다면 다음과 같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연간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1) 월말의 계좌잔고를 전월말의 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하되,

 

 2) 입금이 있었던 달은 입금액 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서 빼주고,

     * 전월 1억이 1.1억이 되었는데 5백을 추가 투입했다면: (1.1억-0.05억)/1억=1.05 -> +5%

 

 3) 출금이 있었던 달은 출금액만큼을 월말 계좌잔고에 더해주고,

     * 전월 1억이 1.05억이 되었는데 중간에 5백을 출금했다면: (1.05억+0.05억)/1억=1.1 -> +10%

 

 4) 주의할 점은 전월에 입/출금이 있었더라도 금월에 입/출금이 없었다면, 정상적으로 월말 계좌잔고를 조정하지 않은 전월말 계좌잔고로 나누어 월간 수익률을 계산

 

 5) 월간수익률을 모두 곱해 연간 수익률을 계산

 

 다음은 이와같이 계산한 제 포트의 2024년 수익률입니다.

 

 - 연간 수익률: -3.41%

 

 지수를 이기는게 결코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내 투자성과가 30% 넘게 지수에 뒤쳐졌다면 내 투자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그냥 지수 ETF를 사는 게 낫지 않은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다행히 작년의 제 부진했던 성적의 이유는 아래 몇 가지 지수의 원화로 환산한 작년 등락률을 보면 감이 잡힙니다.

 

 - S&P 500: +40.2%

 - 나스닥: +46.26%

 - 코스피: -9.63%

 - 코스닥: -21.74%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주식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시장이 안좋았던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테마주나 방산주, 조선주를 들고 있지 않았다면 작년에 국내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사람은 거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국내종목들은 그렇다 치고, 미국종목들의 성과도 신통치는 않았던 것 같은데?' 하고 아픈 곳을 찌르신다면, 또다시 다음과 같이 구차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에 미국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종목들은 인공지능과 관련있는 빅테크 기업들이었습니다. 이들 종목들은 시총이 워낙 커서 미국지수나 ACWI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큽니다. 그러니까, 30~40%가 넘는 이들 지수의 작년 상승률은 인공지능에 의한 착시라는 말입니다.

 

 '인공지능은 이제 막 시작된 산업이고 앞으로도 틀림없이 유망한 산업인데, 그렇다면 미국 빅테크 종목이나 나스닥 지수 같은 것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작년에 국장을 탈출해 미장으로 향한 대다수의 개미들이 이런 종목을 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인공지능은 유망한 산업이긴 한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TV에 달려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열번을 말해도 열 번 모두 제대로 인식하던지요? 인공지능으로 검색한 결과가 내가 시간을 들여 검색한 결과보다 나은 결과물을 보여 주던지요?

 

 이들 미국 종목들이 지난 2~3년간 주가가 몇배에서 몇십 배까지 오른 이유는 향후 수십 년간의 낙관적인 가정이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조금만 실망스러운 소식이 들려도 이들 종목의 주가는 급전직하하게 될 것입니다. 인터넷 산업은 계속 성장했음에도 IT버블 붕괴 때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는 데는 10년 넘게 걸렸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보유종목들의 작년 주가등락률을 유심히 보셨다면 전체 포트의 연간 손실율이 고작 -3.4% 였다는게 의아하실 것 같습니다.

 

 현금대신 미국국채라는 안전자산을 일정 비중 보유하는것과, 일 년에 두 번 비중을 다시 맞추기 위해 재조정해 주는 것의 효과와 함께 운이 좀 따랐습니다. 작년 초에 안전자산의 비중을 12.5%에서 25%로 늘렸는데, 이는 당시 제가 주식시장을 비관하거나 채권시장이 유망해 보여서가 아니었습니다. 투자자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되면 안전자산의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작년 2~3월까지만 해도 당시 주식시장을 낙관하고 있었기에 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게 좀 망설여졌지만, 오래전부터 해왔던 다짐이었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25%나 되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유지하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작년 같은 하락장에서 포트를 방어하는데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갉아먹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10~15% 정도의 안전자산 비중을 유지하는 게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원래 유지했던 안전자산 비중 12.5%를 계속 유지했다면 전체 포트의 성과가 어땠을까가 궁금해서 계산해 보니 대략 -13%의 손실율이 나왔습니다. 그 정도면 멘붕에 빠져서 주식투자를 그만두거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국장을 탈출해 나스닥 레버리지 ETF 같은 것을 사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됩니다.

 

2025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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