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미국종목인 'ACN'의 작년 사업보고서를 검토하다가 10년 넘게 ROE가 30~40%를 넘게 나오다가 최근에야 20%대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런 ROE를 바탕으로 주식의 내재가치를 바르게 추정할 수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번 얘기하듯이 저는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ROE를 그 회사의 성장률로 보고, 주당순자산에 그 값을 열번 곱한 후 (10년간 할증한 후), 다시 현재의 금리로 열번을 나누어 (10년간 할인하여) 그 주식의 내재가치를 추정합니다. 그런데, 연복리 30%의 성장만 해도 5년 후면 4배 가까이 커지게되고, 10년 후라면 대략 13배가 됩니다. 간혹 '엔비디아'같은 종목의 주가가 몇년만에 10배 가까이 오르는 일도 있지만, 그건 그냥 주가가 그렇게 움직인 것이지 실제로 회사가 10배나 성장했다는건 아닙니다. 이런 경우 주가는 언젠가는 회사의 실제 성장에 맞춰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3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가정한다는 자체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 몇년간 보유하고 있는 미국종목들의 주가가 예상했던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게 비현실적인 성장률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성장률로 ROE를 대체할만한 좀 더 현실적인 숫자는 없을까요?
'ROA'가 있었습니다. ROE, 그러니까 순자산(자기자본)이익률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어 구하는 반면, 총자산이익률인 ROA는 순이익을 모든 부채까지 합한 총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같은 순이익이라도 부채가 많을수록 더 낮아지게 됩니다. 'ACN'의 경우 10년 평균 ROE는 36% 가까이 나오고 5년 평균도 29%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숫자가 나오는데 반해, ROA는 10년 평균이 대략 15%이고 5년 평균도 14% 정도의 훨씬 현실적인 숫자가 나옵니다. 10년과 5년의 평균수치가 비슷하다는 점도 ROA가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순자산이익률을 주당순자산에 곱해 내재가치의 하단값을 계산했으므로, 총자산이익률은 주당총자산에 곱하는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아래는 이렇게 해서 계산한 'ACN'의 내재가치 하단값 대비 연도별 주가가 몇배였는지와 주가의 추이를 2007년 부터 현재까지 그린 그래프입니다. 이 종목의 회계결산일은 8월말 이므로, 그해 11월말의 주가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세달의 간격을 두는 이유는 시장에서 그 해 사업보고서를 주가로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고, 저 역시 사업보고서를 읽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왼쪽 붉은선이 원래하던 방식대로 그해 주가를 주당순자산에 ROE를 할증해 구한 내재가치 하단값으로 나누어 나오는 배수이고, 오른쪽 붉은선이 ROA와 주당순자산으로 계산한 값의 배수입니다. ROA로 추정해서 1.5배 쯤에서 사서 2.5배 근처에서 팔았을 경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하고 2022년의 고점 부근에서 팔수 있었으므로 훨씬 더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수가 1.37배 였던 2012년에 사서 2.05배였던 2018년에 팔았다면 주가상승률은 +142%라는 만족할만한 숫자가 나옵니다.
그런데, 푸른선의 주가는 2008년과 2022년 정도를 제외하면 비교적 꾸준히 증가해 왔어서, 최근 2~3년간 주가가 조정을 받았는데도 ROA로 계산한 배수는 팔아야할 정도로 높은값이 나오는게 맞는가 싶습니다. 회사가 IT컨설팅/서비스를 하는 특성상 걸면 걸릴 종목이어서, 그러니까 블록체인이 됐던 메타버스나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양자컴퓨터 할애비라도 걸릴 종목이고, 아래와 같이 실적의 추이도 좋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ROE로 평가한 배수가 2021년 까지 1배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값이 나왔던 이유는 아래의 푸른선으로 보이는 총자산에서 순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에 낮았어서 50~60%대의 믿을수 없는 ROE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순자산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서 ROE는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영원한 성장주같은 종목은 보통 ROE로 평가한 내재가치 하단값의 1~3배를 적정주가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 매도시점과는 거리가 멀고, 2010년대의 매우 낮았던 배수는 '그냥 아무때나 사서 계속 보유하라는 신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종목을 좀 더 봐야겠습니다.
'NKE'입니다. 마찬가지로, 왼쪽 붉은선은 ROE로 계산한 배수고 오른편 붉은선은 ROA로 계산한 배수입니다. 2025년의 추이는 회계결산일로 부터 3개월 후가 아닌, 지금의 주가와 배수입니다.
'ACN'과 마찬가지로 오른편의 ROA로 계산한 배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하기는 했지만,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지금은 오히려 팔아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ROE로 평가한 배수는 1배에서 3배라는, 이런 종목의 적절한 매수와 매도 시점을 잘 맞췄고, 주가가 반토막난 지금은 다시 사야할 때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ROE로 평가할때 2008~2009년의 금융위기는 피하지 못했겠지만, 당시의 주가하락폭을 보면 꼭 그것까지 맞춰서 굳이 피해야 했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EL'입니다. 마찬가지로 2025년의 주가는 최근 주가이고, 내재가치의 하단값 계산에는 최근 5년의 사업보고서에서 얻은 평균 26.57%와 최근 금리를 사용했습니다. 2024년 까지의 추이는 회계결산일로 부터 3개월 후의 주가와 당시 까지 5년과 10년 평균 ROE와 ROA 중 낮은값, 그리고 당시의 금리를 사용했습니다.
전에는 이 종목의 적정주가를 ROE로 계산한 값의 1~3배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위의 왼쪽 그림을 보면 1.3배에서 2배 사이가 현실적일것 같습니다. ROA로 평가할 경우는 1.5배에서 3배 사이가 될것 같은데, 저는 ROE가 더 마음에 듭니다.
지켜보고 있는 모든 종목을 이런 식으로 검토해 봤지만, 여기서는 한종목만 더 보겠습니다. 'TXN'입니다.
ROE로 추정한 이런 경기변동주의 적정주가가 1~2배 사이라는것을 잘 보여주는 예인것 같습니다. 2009년의 꽤 컸던 주가하락폭을 ROA로 평가한 배수로는 피하지 못했을것 같고, 솔직히 ROA로는 언제 사서 언제 팔아야 할 지도 명확치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검토해 본 네종목 모두 최근 5~6년 이상 매우 높은 ROE가 나왔던 이유는 순이익이 증가해서 였기도 했지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순자산을 줄인게 더 큰 작용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분자가 커져서 라기 보다는 분모가 줄어서, 그 나누어 나오는 값이 커졌다는 말입니다.
30~40%를 넘는 성장률이 일견 합리적이지 못한것 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ROE를 성장률로 사용하는 것은 적정주가를 추정하기 위한 도구일뿐, 실제로 그 기업이 장기간 그 비율대로 성장할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이익이 많이 났으니 주주환원도 하는 것이고, 자사주를 엄청나게 많이 사들여 순자산이 줄었더라도 주가는 크게 오를텐데, 그 오른 주가를 옳게 평가하려면 높아진 ROE를 할증률로 사용하는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주당순자산에 ROE를 할증하고, 현재의 금리로 할인하여 나오는 값만큼 적정주가를 잘 추정하는 법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더 잘 들어맞는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25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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