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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미원상사 (코스피: 002840) (2)

 이 회사는 정밀화학 기업으로, 정밀화학이란 자연에서 채굴한 물질을 정제한 기초원료를 사와서 산업에 쓸 수 있도록 합성원료, 그러니까, 중간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회사는 여러 합성원료를 만들고 있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샴푸나 린스, 화장품 등에 쓰이는 계면활성제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의 원료에서 거두어들이고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15년 간의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17년 까지 실적은 증가하지 못했고, 이익률 역시 지지부진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실적이 장기간 부진하다가 최근 몇 년 새 좋아지고 있는 종목은 웬만하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스스로의 힘으로는 실적을 향상할 수 없던 기업이 최근 몇 년간 업황이 좋아지자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업황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이런 주식의 주가는 삼분의 일 토막이 난 상태에서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를 반등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이 회사가 대부분의 돈을 벌고있는 반도체 산업은 그 주기가 그렇게 길지 않고, 샴푸나 린스, 화장품 등의 생필품은 주기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장기간 부진했던 실적에는 뭔가 곡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회사의 과거 실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연혁을 정리하다가 보면 알게됩니다. 2009년에는 에너지 경화수지를 하던 사업부가 '미원에스씨'로, 2011년에는 황산 관련 제품을 만들던 사업부가 '미원화학'으로 분할되어 떨어져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부진했던 실적에 대한 의문은 풀렸는데, 이번에는 이들 사업이 분할되고 난 후에도 2017년 경까지 떨어진 이익률이 신경쓰입니다. '이익률이 높던 사업은 떨어져 나가고, 이익률이 낮은 사업만 이 회사에 남은 와중에 최근 몇 년간 업황이 좋아진 것은 아닐까?' 하는,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2013년에서 2017년 까지 하락한 이익률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의 금액을 그래프로 그려 보았습니다.

 '상각비'나 '중단영업비'같은 항목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붉은 선의 '원재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검은선의 '총비용'과 그 추이가 거의 일치하는데서 당시 이익률 하락의 원인은 원재료비의 영향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익률이 좋아진 2019년부터는 검은선과 붉은 선의 간극이 벌어졌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익률이 하락했던 기간에 원재료비가 꾸준히 상승했던 이유는 아래의 코코넛오일 가격 추이에서 알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이나 코코넛 오일 가격이 계속 올랐던 것입니다. 근래의 샴푸나 화장품에 쓰이는 계면활성제는 천연성분이 선호되고 코코넛 오일이 가장 많이 사용되므로, 당시 이 회사 이익률과 강한 역의 상관관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코코넛오일 가격이 치솟고 있는 최근 몇 년간의 좋은 이익률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이는 아래에 있는 계면활성제 위주의 '생활화학'과 포토레지스트 등에 쓰이는 원료를 만드는 '전자재료' 부문의 매출 비중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전자재료 부문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익률이 높아진데서 이 회사가 만드는 전자재료가 꽤 많이 남는 장사임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아래의 지표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최근 몇년간 부채를 거의 쓰지 않고도 ROE와 자유 현금을 증가시킨 것입니다. 따라서, 이 회사가 하는 전자재료 사업이 기계나 설비를 사는 유형자산의 투자보다 지식과 노하우가 중요한 사업 임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쨋든 이 회사가 좋은 실적과 이익률을 보여 준 것은 고작 최근 몇 년이었으니, 앞으로 한 10년 이상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리라고 확신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훌륭한 장기투자자의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이 회사에게는 자기 제품을 팔 수요처의 확장이 크게 어려워 보이지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사실 분사되어 나간 에너지 경화수지와 황산 관련 제품도 이 회사가 하던 사업들이었고, 이 회사는 지금도 2차 전지나 렌즈용 원료 같은 분야로 꾸준히 수요처를 넓히고 있습니다.

 

 아래에 간추린 연혁을 읽다보면 이 회사가 생활용품에서 전자산업으로 수요처를 확장한 것이 막대한 자본투자나 우연이 아닌,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의 결과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 1953년, 고 김진박회장이 화공약품의 도매 위해 영남화공약품 설립

- 1959년, 물량증가로 무역회사 설립의 필요성 > 미원상사 설립

- 1963년, 외화부족으로 정부의 수입규제 조치 > 자체 인력만으로 황산공장 준공

- 1972년, 황산가격 폭락으로 황산공장 휴동 > 황산 설비 사용하는 계면활성제 원료 생산/락희화학에 공급

- 1977년, 음이온 계면활성제 생산/태평양화학에 공급

- 1981년, 저자극 양성 계면활성제 생산

- 1982년, 인쇄회로기판용 정제황산 생산

- 1985년, 일본이 독점하던 친환경 아미노산계 계면활성제를 독자기술로 개발/생산, 광중합 개시제 생산/조흥페인트에 공급

- 1988년, 에너지경화수지 원료 아크릴 모노머 생산

- 1993년, 브라운관용 감광제 생산/동진쎄미켐에 납품

- 2000년, 전자재료사업부 조직

- 2004년, 타이어접착증진제 콘티넨탈 타이어에 공급

- 2007년, 유럽 포토레지스트 1위 Azem에 감광제 납품

- 2009년, ArF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생산, 미원에스씨 분할

- 2010년, LCD 포토레지스트 및 유기절연막 원료 개발, 2차 전지 전해액 첨가제 개발/LG화학에 공급

- 2011년, 미원화학 분할

- 2014년, 미쓰이케미칼이 독점하던 고굴절 우레탄 렌즈 모노머 개발/생산

- 2016년, 굴절율 1.67 옵티컬모노머 생산

- 2019년, 자회사 태광정밀화학 타이어접착증진제 글로벌 1위 점유

 

2022년 1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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