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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Starbucks Corporation (Nasdaq: SBUX) (4)

 먼저, 이 종목을 다룬 작년의 제 글에 댓글로 달렸던 '다용도 면봉' 선생님의 진지한 의문들이 제 분석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타임슬립'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 회사가 10년쯤 후에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그 많던 '카페베네'나 '커피빈'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저는 '메가커피'나 '블루보틀' 혹은 중국의 '루이싱 커피'가 10년쯤 후에도 살아남아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이 회사가 훨씬 성장해 있으리라는 점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요즘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맛이 없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정도입니다. 1~2년 전 쯤 한동안 일요일 아침마다 브런치를 먹기 위해 동네 커피집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다녔던 곳이 스타벅스였습니다. 하루는 그날따라 유독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고 자동차도 길게 늘어서 있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커피를 내리는 기계 한대가 고장 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아! 스타벅스는 돈을 잘 벌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긴 대기시간에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피터 린치가 얘기했듯이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한 종목이 분석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바로 매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좀 많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달 쯤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른 오토바이는 생각도 하지 않고, 웅장한 배기음을 좋아해서 전기 오토바이 따위는 역시 안중에도 없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고, 그 종목에 꽂혔던 일이 있습니다.

 

 처음 얼핏 들었던 생각은 '전동화의 시대에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앞으로도 잘 될까?' 였지만, 생각해 보니 요즘도 말을 취미로 타는 사람들은 있고, 할리 데이비슨으로 출근이나 배달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주가 역시 당장 사도 될 만큼 쌌으니, 주말 내내 실제 할리 사용자들이 올린 라이딩 영상 같은 것들을 보며 '세상 참 좋아졌네, 이런 소비재는 전 세계의 실제 사용자 후기를 볼 수 있으니..'라고 생각하며, 그 어느 때 보다 종목분석의 열정이 불타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열정은 매출액의 장기추이를 살펴보다가 이내 사그라 들어 버렸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매출액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역시 '할리 데이비슨'은 전기 오토바이의 출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종목이고, 제가 본 유튜브 영상들은 모두 실제로 할리를 사서 주말마다 등산이나 골프를 하듯 즐기면서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영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취미로 전기 오토바이를 산 사람들의 영상은 찾아보지도 않고, 할리를 타는 사람들의 영상만 주말 내내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종목에서도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반드시 숫자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의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영업이익률

 

 10년이나 20년이 아닌, 15년간의 추이를 보는 이유는 지난 10년간의 추이만 볼 경우 지난 경제주기의 저점때 어땠는지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이 종목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을 저점으로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당시는 전자산업과 같이 오히려 호황이었던 업종들도 많았습니다. 20년이 아닌 이유는 20년은 거의 한세대가 바뀔 만큼 긴 기간으로, 최근의 바뀐 산업환경에 둔감해질 소지가 크고, 그렇게 먼 과거의 데이터를 구하기 어려운 종목들도 많아서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2009년과 2020년에도 큰 타격은 없이 실적이 매우 이상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장기적인 이익률의 추이도 매우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2013년의 영업이익 적자는 지금은 '네슬레'가 라이선스로 하고 있는 마트에서 보이는 스타벅스 상표의 상품들을 당시 팔아주던 '크래프트'와의 소송비 때문이었는데, 일회성 요인이었으니 무시해도 좋을 듯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2019년 경부터 매출총이익률이 높아졌음에도 영업이익률은 약간 낮아진 것 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영업이익은 거기서 판관비와 기타 비용을 빼서 구하므로, 매출총이익률이 높아졌다면 영업이익률도 높아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만약, 경쟁자나 대체재 쪽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어서 가격을 낮춰서 팔아야 했다면 매출총이익률 역시 낮아져야 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비용을 분류하는 기준이 바뀐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재무제표에 나오는 각 비용 항목들의 추이입니다.

 

 

 푸른 선의 원가와 붉은 선의 매장운영비가 데칼코마니처럼 2018년부터 바뀐 것을 볼 수 있는데, 원가에 반영하던 매장임대료를 그때부터 매장운영비에 반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영업이익률의 하락이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 특이한 현상을 분석하며 제가 알아낸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이익률의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강력한 경쟁자나 대체재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어서 제품을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2018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률의 하락은 주로 북미지역의 객단가 하락과 중국 합자법인의 잔여지분 50%를 모두 사들여 중국 사업을 100% 직영점 체제로 전환한 때문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아래는 비용의 각 항목들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매장임대료를 원가에 반영하던 매장운영비에 반영하던 영업이익을 계산할 때 빼주는 것은 같으므로, 혼란을 없애기 위해 두 비용은 합해서 계산했습니다.

 

 

 '상각비'와 주로 구조조정 비용인 '기타'는 2018~2021년경 높아진 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는데 반해, '원가+매장운영비'와 '관리비'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2022~2023년의 인플레이션 영향입니다.

 

 그러니까, 북미지역의 손님이 적은 매장들을 통폐합하고 메뉴도 정비하고, 중국은 대리점 직원들을 정직원으로 전환하고 인테리어도 다시 하는 등의 일은 이전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중국법인의 잔여지분 인수비용도 어느 정도 상각이 마무리되어 다시 이익률이 높아졌어야 할 2022~2023년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난 것입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이익률을 떨어트릴 요인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높아진 물가에 적응하고 높아진 판가를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이 종목의 영업이익률이 조만간 최소한 2014~2017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제 생각이 틀리더라도 애초에 영업이익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이에 대한 걱정은 이만 마무리하고 다른 지표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ROA: 총자산이익률 / APS: 주당총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여러 번 얘기했듯이 저는 주식의 내재가치를 추정할 때 주당순자산에 순자산이익률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그런데, 이 종목의 경우는 자본잠식, 그러니까 부채가 순자산(자본) 보다 많아서 주당순자산이나 순자산이익률을 구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 종목의 경우는 대신 주당총자산과 총 자산이익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왼쪽 그래프 붉은 선의 부채비율이 2018년 이후 보이지 않는 것도 이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여서입니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는데, 순자산이 마이너스라면 그 비율이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매장에 줄을 서는 스타벅스가 왜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아래는 자본변동표에 나오는 항목들을 정리해 그린 15년간의 추이입니다.

 

 

 포괄이익과 주식발행액은 자본에 쌓여 자본을 늘려주는 요인들이고,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계인 주주환원액은 자본을 줄여줄 요인입니다. 2017년 이후 주주환원액이 포괄이익과 주식발행액을 합한 금액보다 많았던 해가 여러 해 있었던 점이 이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빚을 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다는 말일까요? 아래의 자유현금흐름에서 주주환원액을 뺀 금액인 푸른 선의 추이를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유현금흐름은 회계상의 숫자일 뿐인 순이익에 실제로는 쓰지 않았거나 쓴 돈을 더하거나 빼서 구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투자액을 빼서 구하는, 한마디로 장사를 해서 순수하게 남긴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자유현금이 순이익이나 포괄이익 보다 거의 매년 훨씬 많은 데서 실제로는 돈을 쓰지 않는 회계상의 숫자로만 적어 넣은 비용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푸른 선의 추이를 보면, 등락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0'에 수렴하고 있다는 데서 이 회사는 자유현금을 쌓아두지 않고 거의 전부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좋은 종목 정도가 아니라 위대한 기업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모든 게 돈을 잘 벌고, 현금회전도 빠르기에 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쯤에서 한 가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그래도 자유현금으로 그 많은 부채를 먼저 갚아서 자본잠식 상태부터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아래는 손익계산서입니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9%, 순이익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총자산이익률은 15%를 넘으므로 그 많던 빚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보입니다. 빌린 돈은 거의 대부분 3~4%대 이자의 회사채로 만기가 무려 2050년까지 분산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금을 갚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보입니다.

 

 은행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서둘러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하지만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만기가 되기 전에 갚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발행하는 등의 회사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24년 1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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