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쓴 '주가의 정배열'에서 '유나이티드제약'과 '하이록코리아' 두종목의 예만 들어 차트분석의 무용론을 얘기했는데, 예가 부족해서였는지 무언가 좀 부족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정배열 투자법에서 하이록코리아의 하락률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상승폭이 제한되지만 하락폭 역시 제한되므로 시도할만한 투자법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 역시 주택청약통장에 있는 6백만원을 코로나가 종식되면 해외여행 비용으로 쓰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최소한 큰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으니, 운이 좋으면 정배열 투자법으로 돈을 좀 불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6백만 원을 정배열 투자법으로 한 1천만 원 정도로 불려서 저와 가족들이 럭셔리 여행을 갈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하겠습니다.
사례를 좀 더 많이 검증해 볼 수 있도록 제가 2019년에 보유했던 종목들 중 보유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던 몇몇 종목들을 제외하고 검토해 보았습니다.
'장투 등락률'은 2019년에 제가 실제로 보유했던 기간의 등락률이고, '정배열 등락률'은 같은 기간 중 일봉>20일선>60일선>120일선의 순서로 배열되는 정배열 시기들의 등락률을 곱해서 구한 연간 정배열 등락률입니다. 정배열 수익률의 평균이 코스피지수에 훨씬 못 미치는 형편없는 결과였다는 점과, 두 자릿수의 장투 수익률이 나타나는 종목들에서도 정배열 등락률은 손실이 난 경우가 꽤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번에는 2020년의 제 보유종목들 중 역시 보유기간이 짧았던 일부 종목들을 제외한 비교표입니다.
이번엔 코스피 지수보다 낳은 성과지만, 역시 장기투자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또, 여전히 장기투자에서는 두 자릿수 수익이 난 종목들 중에서 미미한 정배열 수익률을 보인 종목들이 꽤 많습니다.
2019년과 2020년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다음의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정배열 등락률이 장투 등락률을 이긴 경우는 '19년의 '금화피에스시' 한 경우 밖에 없었음
- 정배열이 흐트러지면 매도해야 하는 정배열 투자법의 특성상 하락률의 폭이 제한되는 장점은 있음
- 그러나, 장기투자에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이 나타난 종목들에서도 정배열 투자에서는 수익이 거의 없거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음
- 이유는 소외주/가치주의 초기 주가 상승구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며,
- 긴기간 동안 완만하게 주가가 상승하거나,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하는 경우 고점매수/저점매도의 신호가 자주 포착되어서였음
- 정배열 투자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의미있는 수익률은 '20년의 3종목이 전부였으나, 장기투자에서는 '19년과 '20년에 각각 6종목에서 두자리수 이상의 수익률이 달성되었음
- 정배열 등락률이 높았던 '20년 3종목의 특징은 연중 큰 폭의 주가 상승이 긴 기간에 걸쳐 나타났음
- 즉, 정배열 투자에서는 큰 폭의 주가 상승이 긴 기간에 걸쳐 나타나야 의미있는 수익률의 달성이 가능
- 그러나, 큰 폭의 주가상승이 얼마나 길게 지속될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함
이 사실들을 종합하면, 정배열 투자법은 결국 '급등주 따라잡기'가 되어 버립니다. 작년의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큰 폭의 주가 상승이 길게 나타난 종목들이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작년과 같은 상승장은 드문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배열 투자를 지속할 경우 전반적인 성과는 제 연구의 2020년 성과보다 2019년의 성과 쪽에 가까울 것입니다.
물론, 어떤 투자법을 검증하기에 2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고(최소 10년 이상을 검증해 보아야 합니다), 제 연구에서는 검증해본 종목수도 너무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동평균선 만을 지표로 사용하는데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지표들을 보완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보완지표를 추가하거나 검증기간과 종목수를 늘려 더 연구를 해보지 않는 것은 제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동전 던지기를 해서 만든 차트(앞면이면 양봉, 뒷면이면 음봉, 앞면이 연속 두 번이면 장대양봉..)를 분석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여서입니다.
역시 주택청약통장의 돈을 가지고 불확실한 투기를 하다가 손실을 입고 국내여행으로 계획을 바꾸느니, 아무 짓도 안 하다가 계획대로 해외여행을 가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2021년 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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