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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장기투자를 해야하는 이유

 아침마다 틀어놓는 증권방송에서 포스코나 한국전력의 예를 들며 장기투자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꽤 자주 봅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 정도면 개미들 중에서 고점에 물려서 본전을 회복하기 위한, 뜻하지 않은 장기투자자를 제외하고, 처음부터 장기투자를 생각하며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은 주식을 사는 사람들 중 1~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음의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10년간 주가추이를 보면 이 '장기투자 무용론'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10년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분도 보유해서는 안 됩니다.' 유명한 워런 버핏의 말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장기투자를 해야 할까요? 다음의 구체적인 예가 더 쉽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다음은 'LG생활건강'의 2005년 11월 이후의 주가와 실적을 로그 값으로 나타낸 추이입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매년 꾸준히 늘었으며, 심지어 리먼사태가 있었던 2008~2009년에도 성장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반면, 주가는 장기적인 그림에서는 증가하는 실적에 동행해 상승해 왔지만, 2009년 경과 2014년경, 2017년경, 그리고 최근과 같이 증가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꽤 자주 하락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2005년 11월에 이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단기적인 주가의 등락을 무시하고 보유했다면, 다음과 같은 성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 2005년 11월 종가: 59,300원

 - 2021년 11월 종가: 1,054,000원

 - 16년간의 상승률: 1,677%

 - 16년간의 연복리수익률: +19.7%

 

 주가가 크게 폭락한 기간도 없었고, 실적도 꾸준히 좋았으므로 2005년경으로 돌아가 이 주식을 샀다면 16년간 보유해 17배가 넘는 수익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타임머신을 타고 주가가 다소 저조했던 2013~2014년 경으로 돌아가 아래의 일간주가 추이를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당시 주가침체의 원인은 싸드 사태에 따른 중국의 불매운동을 시장에서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차트나 수급을 분석하는 단기 투기꾼들, 혹은 막연히 우량주라서 장기 보유하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주식을 산 많은 사람들 중 몇 명이나 2년 가까운 주가 침체를 견딜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반면, 진지한 장기 투자자라면 센카쿠 열도 이슈로 촉발된 중국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음과 해당 기간 동안 동사의 실적은 여전히 우상향하고 있음을 생각하며, 해당 기간 동안 이 주식을 더 사 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예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프로텍'의 2006년 11월 이후 주가와 실적 추이입니다.

 2006년 11월에 이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얻었을 수익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06년 11월 종가: 1,853원

 - 2021년 11월 종가: 26,900원

 - 15년간의 상승률: 1,352%

 - 15년간의 연복리수익률: +19.52%

 

 'LG생활건강'과는 달리 반도체나 전자산업에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경기변동주 이기에 실적에 꽤 큰 등락이 있었지만, 산업의 주기를 이해하고 회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충분히 장기 보유하여 위에 보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해당 기간의 주가를 보면, 우선, 2011년 2월에서 2016년 8월까지 5년 가까이 주가가 횡보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비교적 소형주라서 시장의 관심에서 소외됐다는 점과 해당 기간동안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정체되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도, 5년간의 주가 횡보를 견디려면, 아무리 좋은 주식도 길게는 5년까지도 주가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또, 매출은 등락이 있었지만 상승추세 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간 동안 이 종목의 주가는 지지부진하더라도 전체적인 자신의 포트폴리오는 수익을 내기 위한, 분산투자를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은 필경 주가의 횡보를 3년쯤 견딘 후부터는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주식을 사고 파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래의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것과 같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짧은 기간만 해당 주식을 보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가 차트나 수급을 분석하며, 단기간에 크게 오를 종목을 찾습니다. 또, 그래서 주식 보유의 최대 기간을 2~3년 정도로 생각하며 주식을 삽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차트나 수급을 분석하며, 길게는 2~3년 정도 그런 방식으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10년 이상 꾸준히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주식투자에서 2~3년은 어떤일도 벌어질 수 있는 짧은 기간으로, 시장이 좋다면 그 방식으로 그 2~3년간은 꽤 좋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지만, 사실 시장이 좋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하든 꽤 근사한 수익을 달성하게 됩니다. 미국의 연구에서 상승장에 원숭이가 고른 주식들이 펀드매니저의 성과를 이겼다는 유명한 일화를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1~2년 정도 그런 식으로 수익을 꽤 내다가, 욕심이 생겨 더 크게 걸었다가 망했다는 얘기는 무척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현실적으로는 장기간 지속하기는 가능하지 않은 투기일 뿐입니다.

 

 저의 이전 글 '투자관의 형성'에서 얘기했듯, 주식에 투자해 얻는 수익률의 80~90%는 전체 투자기간의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 2~7%라는 기간을 맞출 수가 없기에 'LG생활건강'이나 '프로텍'의 예와 같은 좋은 회사를 골라, 이번 코로나 급락장 같은 바겐세일을 기회로 가급적 저가에 사서 장기간 보유해야 합니다.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싸게 산 좋은 종목 3~4개 이상을 골라 장기간 보유한다면 개별 종목의 주가가 2~3년 이상 지지부진 하더라도 전체적인 포트의 성과는 장기투자를 지속하기에 만족할만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을 것입니다.

 

 돌이켜 보면 '포스코'의 경우는 1980~1990년대에는 장기투자에 좋은 주식이었지만, 지금부터 15년쯤 전부터는 중국이 산업화를 달성하면서 철강을 훨씬 싸게 만드는 저가 경쟁자들이 출현했으므로, 그간의 수익을 실현하고 투자를 철회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국전력'의 경우는 회사가 마음대로 자신이 파는 제품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으므로 당연히 장기투자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싫어서 차트나 수급을 분석하며 단타에 몰두하지만, 가능하지 않은 투기일 뿐입니다.

 

 금리나 환율, 주가는 이해의 영역이지 예측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남해회사의 주식을 손절한 아이작 뉴튼이 얘기했듯이 천체의 움직임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수많은 인간들의 심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반면, 어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은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잘 성장해왔고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에도 그 성장해온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을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습니다. 주가는 결국 그 기업이 성장하며 벌어들일 이익에 수렴하게 될 것 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2021년 12월에(2020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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