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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팔아버린 주식 - 인터로조

 인터로조는 컨택트렌즈를 만드는 회사로 '수지 렌즈'로 유명한 '클라렌'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OEM/ODM 사업도 병행하는데, 중국과 국내는 자체 브랜드, 해외는 OEM/ODM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콘택트렌즈 시장은 전 세계 어디나 존슨 앤 존슨(아큐브), 알콘, 쿠퍼비전, 바슈롬의 Big4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매우 과점적인 시장입니다. 제가 이 주식을 샀던 이유는 철옹성 같은 이 과점적 시장에서 동사가 무려 국내 점유율 2위라는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컨택트렌즈라는 것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재구매가 이루어지고,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시력도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2018년 말쯤에는 ROE 대비 낮은 주가에 거래되던 이 주식을 매수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주가 하락의 이유가 국내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주식시장의 우려 때문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경쟁자들이 비교적 영세했고, 동사의 매출 6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었고, 2018년 한 해를 제외하면 실적도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었으므로 경쟁자들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동사의 미래 경쟁강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증가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이 이익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서였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O/M: 영업이익률

 아래의 품목별 매출액 추이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이익률 하락의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빨간색은 1회용 미용렌즈, 파란색은 1회용 투명 교정렌즈, 그리고 노란색은 여러 날 사용하는 소프트렌즈의 매출을 나타냅니다. FRP도 미용과 교정용을 나누어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에서도 해당 데이터를 구할 수 없었으므로 1회용 제품들의 추이만으로 미용/교정용의 매출 추이를 가늠해보는 수 밖에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동사의 양적 성장을 견인한 것은 미용렌즈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정용 렌즈의 매출 성장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사업보고서나 증권사 분석 리포트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택트렌즈라는 것은 각막에 직접 닿기에 착용감이 곧 품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용렌즈야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할 테니 착용감이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 아닐 수도 있지만, 거의 매일 사용하는 교정용 렌즈라면 다른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글로벌 Big4가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나온 싼 렌즈를 안경사의 권유로 한 두 번 사용해 보지만, 2~3일쯤 써보니 불편함을 깨닫고 다시 아큐브나 알콘으로 되돌아 가는 것입니다.

 

 '설사 교정용 렌즈의 경쟁력이 부족하더라도 뷰티기업으로 보고 계속 보유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과 중국에 미용렌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당연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도 시장이 충분히 커진다면 Big4의 점유율이 확대될 것 같습니다.

 

 서구권에는 미용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인종의 특성상 눈동자가 커서 굳이 필요가 없었기에 시장 자체가 없었고, 서구권 회사들인 Big4의 입장에서는 무시해도 될 시장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동양권은 사정이 다릅니다. 미용렌즈를 아이돌 가수들이 쓰는 귀신눈동자 같아 보이는 컬러렌즈라고만 생각한다면, 아래의 착용 전/후 사진을 보면 왜 사정이 다른지 이해가 갑니다.

 여기서도 문제는 중국시장의 부상입니다.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이 시장이 커진다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Big4도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교정용 렌즈와 동일한 착용감의 미용렌즈를 들고 나올 텐데, 동사가 그때까지 품질 수준을 동등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듭니다. 실제로 2019년 국내 미용렌즈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는 동사가 아닌 아큐브였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하면 2010년대 중반까지 동사가 보여준 높은 ROE는 결국 '수지 효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지 효과의 성공을 본 신규 진입자들도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고, 심화된 경쟁 탓에 해외사업의 이익률도 하락할 것을 생각하면, 동사의 이익률은 당분간 더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년 2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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