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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Monolithic Power Systems Inc. (Nasdaq: MPWR)

 제가 주식을 고르는 세 가지 요건은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 주가의 저평가 여부라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이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업의 성장성'입니다. 이익의 안정성이나 저평가 여부는 마음만 먹으면 과거나 현재의 데이터를 통해 어렵지 않게 판별이 가능하지만, '그 기업이 앞으로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과거와 비슷한 성장을 유지할지?'는 미래에 대한 영역이기에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장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영역도 이 성장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설픈 전망이나 예측에 의존하지 않고,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가 택한 방법은 그 기업이나 산업의 미래를 바라볼 때, 최대한 보수적이고 회의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대게의 사람들은 전기차나 바이오 같은 신산업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런 산업들에서 미래의 경쟁강도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제트엔진 여객기가 처음 상용화될 때 항공산업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고배를 마신 일과, 2000년대 닷컴 버블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산업이 안심할 수 있는 유망산업인가?'라는 질문에는 옛날 미국의 골드러시 때 금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에게 청바지를 팔아서 부자가 된 리바이스와 같은 기업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반도체 공정용 장비나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 중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눈여겨 볼만한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기기들이 무선으로 연결되고 자동화될 것이므로, 대단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제조사가 아닌 장비나 소재 회사를 언급한 것은 메모리나 프로세서 같은 디지털 반도체 분야에서도 역시 미래의 경쟁강도를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나 미디어텍, 인수되기 전의 자일링스 같은 회사들은 10년 전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고, 2000년대의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망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요즘은 구글이나 애플이 직접 프로세서를 만든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반면, 반도체 제조사들 중에서도 제가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는 기업들이 있는데, 아날로그 반도체를 하는 회사들이 그렇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 모방이 힘든 기술 등의 산업적인 특성 덕분에 구글이나 애플 같은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이 아니고, 실제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나 '아날로그 디바이시스'같은 이 분야의 수위권 업체들은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더 선호하는 업종은 전력 반도체입니다. 전력 반도체의 경우는 수탁생산을 해주는 파운드리들 조차 표준공정을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업체별로 고유의 공정기술로 특화되어 있고, 제품의 특성상 전력계통에 사용되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인증이 다른 반도체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기기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은 기기만의 문제이나, 전력계통의 이상으로 화재나 폭발이 발생한다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즉, 매우 튼튼한 진입장벽을 갖춘 업종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견고해 보이는 전력 반도체 업종에도 우려할만한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 가장 현실적이고, 가까운 미래에 위협이 될만한 것이 SiC와 GaN 기반 반도체의 등장인데, 아래의 그림과 같이 기존의 Si 기반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주파수 영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전력 손실과 발열 문제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하니, 마치 당장 내일부터라도 빠르게 Si 반도체를 대체하게 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소재나 신기술의 등장을 바라볼 때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것은 경제성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그 신소재나 신기술의 확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대게 나일론과 같이 소비재에 적용되는 신소재는 경제성의 획득이 쉬워서 빠르게 기존의 실크 같은 소재를 대체하는 반면, 산업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는 기존의 철강 기반의 지식이나 인프라를 버려야 한다는 문제로 경제성의 획득이 쉽지 않기에, 아직도 철강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SiC/GaN 반도체의 가장 큰 문제는 베어 웨이퍼(회로를 가공하기 전의 웨이퍼)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점인데, 화합물 반도체의 특성상 결정을 성장시켜 잉곳으로 만들기 위해 더 높은 온도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완성된 잉곳을 얇고 균일하게 잘라 개별 웨이퍼로 만들 때도 Si 웨이퍼보다 깨지거나 흠이 생기기 쉽나고 하니, 시간이 흘러도 Si 반도체 보다 가격이 내려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또, 최근에는 SiC나 GaN 반도체를 수탁생산해 주는 파운드리도 등장하고 있으니, 지금은 극 소수의 업체들만 만들고 있지만, 시장만 커지면 많은 기존의 전력 반도체 업체들도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혹은, 더 싸고 좋은 소재가 개발되어, SiC/GaN 반도체는 조용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Monolithic Power Systems'는 사명에 Power가 들어가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전력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입니다. 전력반도체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인 전압 관리에 특화되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해당분야에서는 아래와 같이 인피니온이나 ST마이크로와 비슷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전력반도체 업종이 가지는 진입장벽 외에도, 고객의 분포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는 전자기기나 서버, 자동차, 산업용 장비나 기기, 통신 인프라 등, 오늘날 전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기기에는 전력반도체가 들어가기 때문으로, 고객들이 어느 한 산업에만 있지 않고, 다양한 여러 산업에 분포되어있다면, 특정 산업이 침체되더라도 다른 여타의 산업에서 이를 상쇄해 주므로 이익의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동사의 수요산업별 매출비중

 

 동사 이익의 안정성은 아래와 같이 지난 15년간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07년에서 2010년의 영업이익이 이례적으로 높았음과, 특이하게도 해당 기간 동안 매출총이익률은 하락한 점이 눈에 띕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를 제하고 구해지는 수치이고, 여기서 판매비나 일반관리비 등을 추가로 제하면 영업이익이 됩니다. 따라서, 매출총이익이 줄면 영업이익도 주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만약 미래에도 매출총이익률이 해당 기간과 같이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면 영업이익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이익률 역전현상의 원인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는 원인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기간의 사업보고서를 통해서 알아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해당기간 동안 매출이 증가하고 있었음에도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한 원인은 LCD 백라이트용 제품의 재고 증가 때문이었습니다. 동사는 1998년 최초로 노트북의 LCD 백라이트 전원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이후 2005년 경에는 노트북 시장을 80%까지 점유했는데, 이후 LCD 분야의 경쟁 심화로 해당분야의 이익률이 급감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5년에는 38%를 넘었던 LCD용 제품의 비중은 2010년에는 13% 정도로 하락했고, 현재는 미미한 비중입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부분은 다양한 고객 분포의 중요성입니다. 만약 동사가 매출의 대부분을 LCD 분야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면 동사는 LG디스플레이처럼 2010년대 내내 쇄락해가는 기업이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미래에도 전기차 같은 특정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 분야의 이익률이나 점유율이 하락하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나, 당시보다 다양한 산업에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현재를 고려하면, 그 영향이 걱정스럽지는 않습니다.

 

 한편, 해당 기간의 매출총이익률이 꾸준히 하락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상승했던 이유는 소송비용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2007년에는 매출액의 14%를 넘었던 소송비용은 꾸준히 감소하여 2010년에는 매출액의 2.5%, 현재는 1% 미만의 미미한 비중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나 분쟁은 일상적인 일이나, 이 역시, 당시보다 훨씬 커진 동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2021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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