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지난주 초에 쓴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에서 시장은 코로나 사태의 종식을 낙관하고 있는 반면, 아직 우리에게는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에 2차 하락장이 도래할 수 있고, 2차 하락장이 도래한다면 3월의 하락장보다 큰 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시장은 요 며칠새에 코로나의 2차 창궐에 따른 2차 폭락장을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연준이 금융시장의 급한불을 끄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쓸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모두 사용했기에, 남은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두세달내에 무어라도 백신이나 치료제에 진전이 없다면, 2차 폭락장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제가 2차 폭락장의 발생 가능성을 시장보다 일찍 우려했던 이유는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영향도 있으나, 아래의 과거 시장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림은 2000년경 에서 2012년경까지의 S&P500 지수의 월간차트입니다. 2002년 IT버블 때도, 2008년의 리먼사태 때도 매끄러운 V자 반등이었다기보다는, 반등할만하면 다시 폭락하기를 반복해서 저점을 만든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월간차트가 이정도면 일간차트는 말씀을 안 드려도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있는 위치는 월간차트로 보면, IT버블이나 리먼사태의 폭락장 중의 짧은 반등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전 글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에서 주식을 팔아 안전자산이나 인버스 ETF 같은 것을 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 좋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안전자산을 일정한 비중으로 포트폴리오 내에 편입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 두세 달 후에 주가가 올라있을지 떨어져 있을지는 저도 모르지만, 몇 년 후에는 아마도 확실히 올라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람마다 안전자산에 대한 정의가 다르겠지만, 저는 안전자산을 리먼사태와 같은 폭락장에서 가치가 오르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이번 코로나 급락장이었던 올해 2월 17일에서 3월 19일까지의 주요 자산의 수익률입니다.
- 코스피: -34.99%
- 미국 달러: +7.8%
- 일본엔: +6.03%
- 스위스프랑: +6.58%
- 유로: +4.75%
- IEF(iShares 7-10 Year Treasury Bond ETF): +10.54%
- SHY(iShares 1-3 Year Treasury Bond ETF): +9.54%
- GLD(SPDR Gold Shares ETF): -0.13%
※ IEF/SHY/GLD의 수익률은 환율 감안, 배당은 감안치 않음.
미국 국채펀드인 IEF와 SHY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반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자산으로 생각하는 금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였습니다.
다음은 리먼사태 기간인 2007년 10월 초에서 2009년 2월 초까지의 성과입니다.
- 코스피: -48.52%
- 미국 달러: +70.23%
- 일본엔: +101.28%
- 스위스프랑: +68.39%
- 유로: +48.91%
- IEF: +88.9%
- SHY: +75.83%
- GLD: +100.56%
※ IEF/SHY/GLD의 수익률은 환율 감안, 배당은 감안치 않음.
금펀드의 수익이 2배가 넘게 증가한 것을 보시고 '역시 믿을 건 금이군..'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금을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은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하나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면 상품의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리먼사태 때는 운 좋게도 중국인들의 금 수요로 인해 가치가 폭등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는 진실이 드러났다는 생각입니다.
유로화 역시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유는 역사가 짧아 유로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안전자산의 중요한 요건중 하나는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그 자산의 가치가 크게 요동치지 않도록, 적절히 통화량을 잘 조절해왔고 부채는 반드시 상환해왔는가 라는, 2~3백 년 이상의 장기간 검증된, 역사가 중요합니다. 비슷한 경제규모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위스프랑은 안전자산인 반면 싱가포르달러는 안전자산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유로는 역사가 너무 짧습니다.
일본엔의 경우는 세계 최초의 제로금리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덕분에 과거 수십 년간 안전통화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먼 미래에도 안전통화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입니다. 2차 대전 때 국민에게 판 채권을 상환해주지 않은 전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예금도 몰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예금이나 부동산, 증권 등의 자신의 전체 자산 중 50% 가 넘는 큰 비중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경우, IEF나 SHY 같은 미국 국채펀드를 달러로 사서 일정한 비중을 자신의 포트 안에 반드시 편입시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은 사람들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와 '부동산 vs 주식'에서 말씀드렸듯, 주식은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상향 하는 경향이 강하고, 수익률도 다른 어떤 자산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40% 이하의 비중이 되어야 합니다. 또, 너무 적게 편입하면 하락장에서의 상쇄효과가 떨어지기에 10% 이상은 보유해야 합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10~40% 비중 내에서 조절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분이 있으실 것입니다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려다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했을 시기에 주식만 100%를 가지고 있었고, 주식비중을 높여야 했을 시기에 안전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상황을 맞히려고 노력하다 보면, 시장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버리기가 십상입니다.
대신, 가급적 과거 15년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에 맞는 안전자산의 편입비중을 찾아보시라고 추천합니다. 투자자산의 규모가 커서 방어를 위주로 한다면 40%에 가까운 비중이 될 것이고, 아직은 자산의 증식이 중요하다면 10%에 가까운 비중이 될 것입니다.
일단 편입비중을 정했다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시가로 평가해 그 비중을 계속 유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 폭의 하락장이 온다면 목표비중을 넘는 안전자산을 팔아서, 가격이 급락한, 평소에 가지고 싶던 주식을 살 수도 있습니다.
2020년 6월에, 동해에서..
※ 오해의 소지가 있을것 같아서 덧 붙이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한 정기적인 투자자산의 비중 재조정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고 하는 투자방법의 하나입니다. 예금과 부동산, 증권 등을 합한 모든 자신의 자산에서 30~40% 에도 못 미치는 적은 비중을 주식투자에 할애하거나,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 만큼의 주식을 사는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효과는 적립식 투자와 동일합니다. - 2021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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