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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내친구 이야기

 오늘 유가가 한 달간 두배 가까이 올랐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지난달 이맘때쯤 이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기사를 읽다가, 한달쯤 전 아파치 주식을 사겠다고 전화를 했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그보다 한 달쯤 전에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어떻겠냐고 물었던 친구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그 친구의 계획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주가가 최저점을 찍고 막 회복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유가가 최저점을 찍고 막 회복하던 시점에 원유 채굴업체인 아파치의 주식을 산다는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이번 코로나 사태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며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친구인데, 한두 달 만에 주식투자를 꽤 오랫동안 한 사람처럼 그럴듯한 종목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주가가 폭락한 후 반등하는 시기에는 대형우량주가 가장 먼저 반등하기 시작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합니다. 그리고 원유 가격에 베팅을 하고 싶다면 원유 선물 같은 만기가 있는 파생상품이 아닌 원유 채굴기업이나 정유사 또는 낮아진 유가의 수혜를 입게 될 석유화학기업의 현물 주식을 사라는 것 도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어떻게 이 친구가 한두달만에 전문가 수준이 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같은 직장의 부장님 한분이 주식을 꽤 오래 했다고 합니다. 그 '제야의 고수'에게 한두 달 동안 계속 자문을 구하며,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해 보였습니다. 그 친구의 투자계획에 부정적인 답변만 했던 저는 '그럴 거면 왜 나에게 물어보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말리지 않았습니다.

 

 마흔이 넘은 사람의 생각을 남이 설득을 통해 바꾸기는 불가능 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계기로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때만 생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 친구가 나중에 깨달음을 얻는다면, 제가 했던 조언들이 아마도 기억날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친구의 계획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친구는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친구였기에, 지금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어떻겠냐는 전화를 받았을때, 제가 이전 글 '개미가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에서 쓴 전형적인 개미투자자가 생각났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은 급락 후 막 반등을 시작한 듯 보였고, 누가 보아도 싸 보이는 가격이었으니,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개미들의 삼전 투자를 찬양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질문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투자계획에 확신이 없었기에 저에게 물어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확신이 없는 투자는 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은 최근 몇 달간의 삼성전자 주가 추이입니다.

 

 그 친구와 통화를 했던 3월 말 경 이후 주가는 횡보 추세입니다. 최소한 손해를 보지는 않았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시 모르겠지만, 쇼펜 하우어가 말했듯 인간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지루함 때문에 그 친구도 유가가 급락했던 4월 말 경에는 떨어진 유가에 투기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다음은 최근 10년간의 삼성전자 주가 추이입니다.

 

 2012년 중순부터 2016년 중순까지 4년간의 횡보와 2017년 말경부터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이어지는 횡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두 달도 못 참는데, 확신이 없는 주식을 2~3년간의 하락이나 4~5년간의 횡보를 견디며 보유할 수 있을지에는 심히 부정적입니다.

 

 이전의 제 글들에서 얘기했듯 주식투자에서 얻는 수익의 80~90%는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하기에 좋은 종목을 되도록 오래 보유해야 하는데,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종목도 오래 보유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의 두 번째 계획이었던 '아파치 플랜'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다음은 최근 몇 달간의 아파치 주가 추이입니다.

 

 그 친구가 계획을 얘기했던 4월 말 경부터 지금까지 횡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좀 이상합니다. 언론에서는 5월 한 달간 유가가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하는데, 주가는 왜 횡보하고 있을까요?

 

 주가는 현재의 상황이 아닌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합니다.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있었던 3월 말경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은 비정상적인 일시적 사건이니 유가는 30~40불 까지는 다시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해서 그런 기대가 이미 3월말 경에서 4월말 경까지의 주가상승으로 반영되었던 것 입니다.

 

 다음은 아파치 주가의 장기 추이입니다.

 

  상품 가격은 한번 추세가 형성되면 상당기간 그 추세가 지속되기에 동사의 주가도 이를 반영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유가가 저점을 찍은 듯 하니 이제 상승으로 추세가 바뀌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장 내일부터 추세가 바뀔지 혹은 몇 년간 횡보를 하다가 상승으로 추세를 바꿀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참, 수년간 지루한 횡보를 하다가 다시 하락으로 추세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결국 회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석유의 미래는 지금의 석탄과 비슷할 것이라고 믿는 저로서는 찬동하기가 어려운 계획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당장 한두 달 안에 유가가 상승으로 추세를 반전한다면, 이 원유 채굴업체의 주가는 2007년 경의 고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절반 정도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주가의 다섯 배는 될 것이니, 상당한 수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친구는 아마도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투기의 기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이 투기의 말로는 '개미가 주식으로 돈을 잃는 이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을 것입니다.

 

 혹시 오늘 쓴 제 친구의 이야기가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분의 이야기와 비슷하지는 않은지요?

 

2020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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