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삼성전자를 어찌하면 좋을고?

 저는 주말에는 보통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토요일은 TV 예능프로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서 뒹굴거리고, 날씨가 좋은 일요일에는 등산을 하거나 가족과 가까운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산보를 하고 밥이나 커피를 사 먹는 게 다입니다. 그래서 토요일에 배달돼 오는 경제신문도 거의 읽지 않은 채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주에는 1면에 제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려있었습니다. 바로, 최근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 기사가 제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저는 제 생각이나 예측, 분석이 들어 맞아서 큰 수익을 실현할 때 큰 성취감을 얻지만, 내가 사려는 종목이나 업종의 특성과 비슷해 보여서 조사를 하다가 결함이 있음을 발견하고 투자대상에서 지워버린 종목이나 업종이 제 예상대로 될 때도 비슷하게 큰 성취감을 얻습니다. 무엇보다 내 생각이 들어 맞았다는 자체가 기쁘지만, 만약 분석을 통해 그런 결함을 발견하지 못해 그 종목을 샀다면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투자에서는 성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주식투자를 꽤 오랫동안 한 많은 사람들에게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대형주가 관심 대상이 아닌 이유는 아마도 주가가 무겁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유망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삼성전자 대신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나 소재를 납품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삼성전자가 관심 종목이 아닌 이유는 놀랍게도 그 회사가 유망해 보이지가 않아서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삼성전자 기사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유도 이런 제 생각이 차츰 들어맞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CXMT'의 추격 얘기가 그랬습니다.

 

 

 제 글들을 통해서 간간히 메모리 제조사들이 제 투자대상이 아닌 이유를 대량생산이라는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메모리는 가령 아이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처럼 어떤 특정한 용도가 아닌, 범용의 성격이어서 시장에서 상품처럼 거래되기에 주문이 없어도 생산을 하는 특성으로 인해 호황과 불황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불황 때 적자를 견디면서도 생산이나 투자를 지속하지 않으면 다음번 호황에는 점유율이 급속하게 줄어들게 되는데, 기술의 발전이 빠른 산업이어서 그렇습니다. 5년쯤 전 노트북에 들어가던 메모리가 들어간 노트북이 최신 노트북은 아닐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서 역사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주도권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변해왔습니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이나 대만 메모리 제조사들을 파산시키고 1등을 달성할 수 있었던데는 '치킨게임', 그러니까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더 많이 생산해서 상대가 망할 때까지 가격을 더 떨어트리는 전략이 주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상대가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업체들입니다. 저는 메모리 산업이 이미 중국이 장악한 디스플레이 산업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고,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주가 추이는 LG디스플레이의 모습을 닮게될 것 같습니다.

 

 기사에서는 중국 CXMT는 아직 HBM이나 DDR5는 생산하지 못하고 DDR4만 생산하고 있으므로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첨단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돼있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미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의 3사 과점의 평화로운 시대는 끝났습니다. 반도체 회사가 실제로 돈을 많이 남기는 품목은 양산이 안정돼 수율이 매우 높은 구형 반도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DDR4 가격이 하락해서 아직 수율이 높지 않은 DDR5나 HBM 생산을 늘린다면 이익률은 줄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차세대 기술투자에 쓸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메모리만 위기라면 다행이겠지만, 파운드리는 애초에 태생적으로 열위입니다. '5나노 이하의 첨단공정을 할 수 있는 데가 TSMC와 삼성뿐인데, 뭐가 열위라는 말인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말은 기술력이 열위라는 말이 아니라 삼성전자는 절대로 '을'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완전히 '을'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기술력을 통해 더 싸게 첨단공정을 제공할 수 있다면, 1등은 못하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마침 인공지능 붐이 불고 있어서 첨단공정에 대한 수요도 넘쳐나니 말입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너무 많은것들을 하고 있어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믿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에 애플이나 퀄컴이 자신의 최신 프로세서를 맡길 수 있을까요? 내가 만약 엔비디아의 사장이라면 인공지능 가속기에 들어갈 중요한 반도체는 절대 삼성에게 맡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 년 후 삼성전자가 비슷한 인공지능 가속기를 개발해 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사업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가전이나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 다른 사업부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 같습니다. 문지방도 넘지 못하는 로봇청소기로 중국산과 경쟁하겠다니요? 또, 스마트폰을 접을 수 있다고 그걸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미래의 스마트폰은 음성인식 기반에 안경형태의 물건이 될 것 같은데, 거시서 삼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묻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공한 예를 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얘기에 공감한 분들이라면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의 지지부진한 수준에 계속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삼전주가는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DDR5나 HBM을 1~2년 안에 중국업체가 어떻게 해낼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이번 반도체 주기의 저점은 이미 통과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발 반도체 수요 증가도 이번 주기가 기대되는 이유들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지난 수십 년간 통했던 삼성전자는 주가가 주당순자산 가치 근처일 때 사서 주당순자산의 2배 근처에서 팔면 성공했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 같습니다. 이쯤이면 이 글을 읽고 계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2~3년 이내의 삼전주가에 대한 제 생각은 충분히 얘기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와 주당순자산(BPS) 추이

 

 그런데, 저는 이런 2~3년 내의 예측을 바탕으로 투자를 결행하지 않습니다.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 입니다. 최소한 10년 정도의 예측이나 전망을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데, 그렇게 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제 관심종목이 아닙니다.

 

2024년 11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