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산 투자자산, 그러니까 주식이나 채권, 펀드, 외화, 금, 부동산 등을 잘 선택한 건지를 말해주는 매우 뛰어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그 자산을 한 십 년 이상 보유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편하냐?'입니다.
잠을 청하기 전이나 새벽에 어설프게 잠에서 깼을 때 다시 잠을 자려고 틀어 놓는 증권방송에서 요즘 중동전쟁이나 트럼프발 달러강세 어쩌고 하면 엔화 때문에 걱정이 돼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달러로 미국국채만 보유할 때는 잘만 잤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두 달쯤 전에 일본 엔화를 샀던 제 결정은 좀 많이 충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식투자를 한 지 10년이 넘었고, 충동적으로 종목을 샀을 때는 손실을 입은 기억 밖에 없음에도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합니다.
제 글들을 통해서 여러 번 10년물 이하의 미국국채를 달러로 살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역의 상관관계가 강하니, 안전자산으로 일정 비중을 유지할 것을 권유드리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므로 자신 있게 권유할 수 있는 안전자산이 있었음에도, 10년은커녕 몇 달도 보유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자산을 충동적으로 샀다는 기분이 듭니다.
엔화를 샀던 동기는 달러와 엔의 환율 차이가 크게 벌어져있어서였는데, 2~3년쯤 안에는 두 환율이 중간지점, 그러니까 달러환율은 떨어지고 엔 환율은 올라서 중간쯤에서 만나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명한 워런 버핏은 금값과 은값의 차이가 많이 벌어졌을 때 은을 사서 뜻하지 않은 장기투자를 하고 나서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안전자산처럼 보이는 이런 통화도 10년 이상을 보유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단 몇 달도 보유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음은 지난 두 달 정도 일본 엔을 보유해 얻은 성과입니다.
- 매수시점 / 100엔당 환율: 2024년 8월 / 929.53원
- 매도시점 / 100엔당 환율: 2024년 10월 / 907.43원
- 보유기간: 약 2달
- 보유기간의 수익률: -2.38%
- 연복리수익률: -13.44%
가장 크게 후회되는 점은 같은 기간 동안 원래 보유하던 미국 10년물 국채 ETF인 'IEF'를 그대로 보유했을 경우,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0.51%로, 거의 2%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으로 엔화환율은 오르고 달러는 떨어질 수 도 있겠지만, 역시 엔화를 10년 이상 보유할 마음은 없습니다.
아휴, 아직도 돈을 잃고서야 이런 걸 깨닫습니다.
2024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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