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동네마다 헬스장이 한두 곳 이상은 생기고, 거기에 찾아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한 10년쯤 전만 해도 여자가 헬스장에서 역기를 드는 모습은 매우 희귀한 광경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헬스장에 등록을 할까 싶어서 한번 찾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죄수들처럼 좁은 실내에서 운동을 하는 게 답답해 보여서 그만둔 기억이 납니다. 참, 실제로 러닝머신은 1800년대 영국에서 죄수들의 형벌기구로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또, 최근에는 '러닝크루'라는 여럿이 모여서 달리기를 하는 모임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거의 매일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있음에도, 저로서는 '왜, 혼자 해야만 하는 운동을 여럿이 모여서 하는것인지?' 당최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달리다 보면 숨이 차서 옆사람과 대화는 불가능할 텐데, 잠깐씩 쉬는 동안 그 잠깐의 외로움도 참을 수 없어서 여럿이 모여 달리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동호회들처럼 운동이 끝나고 같이 술을 먹으려는 것인지 말입니다. 혹시 이유를 알고 계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량운동이나 달리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하겠지만, 젊은 사람들만 운동을 하는것도 아닙니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에서 제가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는 20~30대는 거의 보이질 않고, 60~70대 이상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의사가 운동을 하라고 하니 걸으러 나오는 사람들인 듯합니다. 저처럼 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고, 산보를 하러 나왔음에도 운동복이나 등산복을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한때 반짝하고 말 유행같지는 않습니다. 건강이나 몸매관리를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인데, 이런 현상은 소득이나 여가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하면 더 했지 줄어들 것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요즘은 '주 4일 근무'라는 말도 들립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이라도 가지 않는다면, 늘어난 여가시간을 양복이나 격식을 갖춘 복장으로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종목은 이런 거대하고 장기적인 흐름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종목들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스포츠 웨어' 업종에서 이 회사의 점유율이 가장 높기에 그렇습니다.
주가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다고 하는 ROE가 무려 30%를 넘고, 장기전망도 밝아 보이므로 '더 이상 분석할 게 있을까?' 싶지만, 실적이라는 숫자를 통해 안정성과 성장성을 검증해 보아야 합니다. 막연히 '미래에도 사람들이 건강이나 몸매관리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며, 업종 내에서 1등 회사니 좋은 종목이다'라는 생각으로 투자에 임한다면,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며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구나'라는 불안감에 주식을 팔아버리거나, 좋은 매수의 기회임에도 겁을 먹고 망설이다가 나중에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난 이후에야 후회하게 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겠습니까? 확신을 얻는 과정이 복잡해 보여서 싫으니, 차트분석이나 테마주 투기를 하다가 원금까지 다 까먹은 후에야 '주식은 믿을게 못되는군' 하는 것입니다.
마침 이 종목의 현재 주가는 2021년 11월의 전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니, 숫자를 통한 검증과 그로 인한 종목에의 확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나이키'같은 우량주도 반토막이 나니 말입니다.
아래는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왼편 붉은 선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영업이익이 조금 줄기는 했는데, 그게 주가가 반토막이 날 만큼인가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에도 주가는 이렇게 까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는 주가가 내재가치에 수렴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제가 추정하는 이 종목의 내재가치와 주가를 비교해 보면 전고점이었던 2021년 11월에는 주가가 내재가치의 상단을 초과한 상태였고, 지금은 하단 근처입니다.
그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니, 이익률이 다소 떨어진 2023년과 2024년의 사업보고서를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이익률 부진의 원인은 높아진 직판비중, 그러니까 'ABC마트'같은 유통사에 파는 물량이 아닌, 직영점이나 자체 온라인 몰에서 하는 장사가 부진했다고 되어있습니다.
언뜻 '직판비중이 높아졌다면, 같은 가격에 팔더라도 유통사에 떼 주어야 하는 마진이 절약되므로 이익률이 오히려 높아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이는 ABC마트와 나이키 직영점 중 어디에 사람이 많은지를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그러니까, 직판비중이 높아졌다는 말은 유통사를 통한 도매판매는 줄었다는 말로, 그렇게 되면 전체 매출은 늘더라도 판매수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줄어든 판매수량만큼이 재고가 되므로, 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서 할인판매 같은 판촉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데, 의류업종에서 판매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입니다. 또, 직영점을 늘리고 온라인몰을 확장하려면 관리비도 더 많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유통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겠다고 하고 직판비중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이미 시행하고 있으니, 이 회사의 이익률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가 하는 말이나 행동 외에도 제가 이익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다음의 숫자들을 보면서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오른편 붉은 선으로 보이는 주당자유현금흐름이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어서입니다. '자유현금흐름'은 현금흐름표에서 보이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에 투자한 금액을 빼서 구하므로, 그 회사가 장사를 해서 실제로 남기는 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걸 모든 그 회사의 주식수로 나누면 주당자유현금흐름이 되므로, 자유현금이 늘지 않더라도 주식수가 줄면 주당자유현금흐름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경우 2018~2020년에는 줄어든 주당순자산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사주를 많이 사서 태워 없애기도 했지만, 아래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보유현금의 총액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24 회계년말 현금보유액은 무려 10조 원을 넘습니다.
제가 이렇게 까지 현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업종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브랜드가치의 훼손, 그러니까 떨이 가판대에 그 브랜드가 넘쳐나서 사람들이 정가를 주고 그 브랜드를 사려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슬래진저'는 제 20대와 30대 내내 그런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리복'이나 '휠라'도 한때는 그런 신세였는데, 그걸 극복하는데 10년 이상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돈이 없어서입니다. 어떤 특정한 스타일이 유행할 때는 때를 잘 만나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지만, 유행이 바뀌면 그게 모두 떨이 가판대에서도 잘 팔리지 않는 재고가 되어버립니다. 그 팔리지 않는 재고들을 모두 치우고 새로운 유행에 맞는 스타일의 제품들로 매장을 채워야 하는데, 그게 모두 돈입니다. 그 돈을 마련하려고 계속 떨이 가판대에서라도 제품을 팔지만, 사람들은 아무리 최신 유행에 맞는 스타일의 운동화나 운동복이라도 떨이 가판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는 정가를 주고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이 있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을 수 있습니다. 안 팔리는 제품은 과감히 치우고 신상들로 매장을 채우는 것 말입니다.
나이키가 지금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설사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이 회사는 그걸 극복할 충분한 돈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2024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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