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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려아연 공개매수, 차익거래의 기회일까?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점입가경에 달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10월 4일 종가였던 주당 77만 6천 원 보다 높은 83만 원으로 공개매수하겠다고 합니다. 자신이 산 주식이 공개매수되지 않을 우려도 없어 보입니다.

 

 최회장측 지분이 34%이고, MBK-영풍 연합 측 지분이 33%입니다. 또, 움직일 리가 없는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가 2.4%, 국민연금 7%, 지수를 추종하는 ETF 같은 펀드들이 4~5%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80%는 움직이기 힘든 지분입니다. ETF는 지수를 추종해야 하기에 그렇고, 국민연금은 민간의 사적인 싸움에서 정부가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이렇게 보면 나머지 20%의 지분 중에서 누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인데, 양측 모두 10% 이상의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하니 자신이 산 고려아연 주식이 공개매수되지 않을 걱정은 없어 보입니다. 세금이나 수수료로 한 20% 정도를 떼더라도 최소한 5% 이상의 수익이 남는 무위험의 차익거래 처럼 보입니다.

 

 5%의 수익이 별것 아닌것 같아 보이는 분이라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신의 포트 수익률이 5% 이상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양측이나 한쪽에서 공개매수가를 더 올릴 수 도 있으므로, 이 거래의 수익률은 한두 달 내에 5% 이상이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한 달에 5%의 수익이라면, 원금과 수익을 모두 재투자할 수 있다면 일 년이면 거의 80%의 수익이 됩니다. 그것도 위험이 없는 거래를 통해서 말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런 차익거래 기회를 평가할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을 해 본다고 합니다.

 

1. 이 거래는 어떤 기회를 가지고 있는가?

2. 이 상황이 종료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얼마인가?

3. 또 다른 인수합병자가 나타나서 더 낳은 제안을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4. 거래가 무산될 경우, 어떤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상황에 맞춰 네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이 거래는 어떤 기회를 가지고 있나?

 - 연 수익률 80%라면 작은 기회는 아닙니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전에 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위험이 크지 않다면 분명히 해 볼만한 거래의 기회입니다.

 

2. 상황이 종료되기까지 소요기간은?

 - 저는 한 달 내에 종료될 것으로 가정해서 연 80%라고 말했지만, 두 달에 5%라면 연 34%로 줄어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큰 수익이고, 기간이 연장되면 공개매수 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무위험의 수익이라면 돈을 빌려서라도 참전해야 할 기회로 보입니다.

 

3. 또 다른 인수합병자의 더 나은 제안이 들어올 확률은?

 - MBK-영풍의 제안에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를 한 사안이므로, 이미 이 질문은 시효가 지났습니다. 최초 공개매수 발표 때 대항 공개매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주식을 산 분이라면 지금쯤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입니다 만, 저는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대항 공개매수가 나올 확률이 7~8할 이상은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4. 거래무산 시, 벌어질 일은?

 - 당연히 주가의 급락입니다. 지분 싸움이 벌어지기 전 이하의 수준으로 주가는 떨어질 텐데, 제가 그걸 미리 간파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래무산의 확률입니다.

 

 공개매수는 다음의 사유에 해당될 때만 철회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제 3자에 의한 대항공개매수가 있는 경우

2. 공개매수자가 사망, 해산, 파산한 경우

3. 공개매수자가 발행한 어음 또는 수표가 부도나거나,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 또는 금지된 경우

4. 대상회사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1) 합병, 분할, 분할합병, 주식의 포괄적 이전/교환

 2) 대상회사의 중요한 영업이나 자산의 양도/양수

 3) 대상회사가 발행한 어음/수표의 부도

 4) 은행과의 당좌거래 정지/금지

 5) 대상회사 주식의 상장폐지

 6) 천재지변, 전시, 사변, 화재, 그 밖의 재해 등으로 인해 최근 사업연도 자산총액의 10% 이상의 손해가 발생

 

 다른 조건들은 차치하더라도 첫 번째 조건인 '제 3자의 대항공개매수'에 양측이 모두 공개매수를 철회할 수 있는 요건은 충족됩니다. 지분싸움을 하고 있는 대상이 법인인 '고려아연'이니, 양측이 보기에는 서로 상대가 제 3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편이 패배를 직감하고 공개매수를 철회하더라도 남은 한편은 제 3자가 사라졌기에 이 공개매수를 이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측 모두 20%에 해당하는 유통주식 대부분을 매수한다고 하니, 이건 크게 걱정되지 않습니다.

 

 걱정이 되는 것은 4.1)호 중, 대상회사 주식의 포괄적 이전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그게 왜 걱정이 되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개매수 공방이 있기 전에 비해서 주가가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따라서 양측 모두 이 지분권 싸움에서 이겨서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재무적 부담이 클 것입니다. 양측 중 한편은 분명히 어느 순간에는 패배를 직감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잃은 경영권 대신 최대한 많은 돈이라도 챙기려 할 것입니다. 즉, 상대와 협상을 하려 할 것입니다. 이미 양측이 협상을 하고 있을 확률이 솔직히 더 커 보입니다.

 

 그러니까, 패배를 직감한 측에서 자신이 가진 지분을 공개매수가 보다는 낮지만 지분권 싸움이 시작되기 전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상대방에게 넘기려고 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경영권을 확보한 측이나 지분을 넘기는 측이나 손해볼게 없는 장사입니다.

 

 제 생각대로 향후 경과가 흘러갈지를 100% 확신하지는 않습니다. 한, 60:40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결행할 수 있는 7~8할의 확률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저는 이 전투에 참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생각이 틀린다면 누군가는 이 전투에서 꽤 큰 수익을 얻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비슷한 다음번 전투에는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만약 거기서도 큰 수익을 얻는다면 그 다음은 훨씬 더 큰 자금, 심지어 빚까지 끌어서 참전할지도 모릅니다.

 

 전투는 여러 번 이기지만, 결국 전쟁에서는 지게 되는 것입니다.

 

2024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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