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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지켜볼 주식 - 한솔케미칼

 한솔케미칼은 정밀화학 회사로 반도체 제조공정용 세정액과 디스플레이 공정용 식각액에 쓰이는 전자급 과산화수소와 반도체 박막재료의 매출 비중이 큰 회사입니다. 제 글을 많이 읽으신 분들 중에는 '또 반도체 관련주인가?'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밝게 생각하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5G의 확산과 이어질 IoT의 세상, 스마트 홈/팩토리 외에도 미래의 에너지 (태양광, 풍력, ESS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같은 것들을 구현하려면 많은 반도체가 필요합니다)와 케이팝이 있습니다. 

 

 '응? 케이팝은 왜?'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일본에서 데뷔하기 전이었던 2017년 초순경에 JYP의 주식을 사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터넷 유머사이트에서 일본 여대생들 사이에서 트와이스처럼 옷을 입는게 유행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었고, 곧 일본에서 데뷔할 것이라는 기사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몇달후 일본 데뷔는 현실화되었고, 2년쯤 후 주가는 제가 처음 매수를 고려했던 가격의 7배쯤 올랐습니다. 

 여기까지는 주식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해 보았을 놓친 고기에 대한 경험담과 비슷하지만, 저는 주가가 7배나 올랐다는 사실을 모른 채 당시로 되돌아간다면, 역시 JYP 주식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의 재무적 수치가 저의 매수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작년쯤 BTS와 블랙핑크가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다시 진지하게 케이팝 기획사들의 주식매수를 검토하기 위해 좀 더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케이팝의 성공은 60년대 모타운레코드의 성공방정식을 답습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았는데, 실제로 당시 모타운은 지금의 케이팝 기획사와 비슷하게 한 건물의 1층은 보컬 연습실, 2층은 백댄서들의 안무 연습실, 3층은 편곡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4층은 세명의 작곡가들이 모든 모타운 가수들의 곡을 작곡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타운이 몰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열악한 대우를 받던 이 세명의 작곡가들이 회사를 나가면서 시작되었는데, 지금의 케이팝은 이런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 작곡가들에 대한 대우도 괜찮고, 유명해지고 싶은, 혹은 유명한 해외의 작곡가들도 인기 케이팝그룹의 곡을 쓰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또, 90년대 일본 제이팝처럼 한때 반짝하다가 사그라들 위험도 적어 보입니다. 자국시장이 충분히 커서, 자국 시장에만 맞추려다가 오타쿠화(갈라파고스화)된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이미 케이팝은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며 신곡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케이팝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곡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안무가 있다는 점입니다. 케이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마이클 잭슨의 공연 실황을 보아도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추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포인트 안무를 중간중간 반복하거나 댄스 솔로 부분에서 정말 멋진 춤을 출 뿐입니다. 

 요즘은 음악도 유튜브로 보는 시대입니다. 뮤직비디오는 몇번 보면 실증이 나므로 공연실황을 많이들 보는데, 이 점에서 케이팝그룹들은 계속 볼거리가 있다는 강점을 가지게 됩니다. 세션맨들이나 백댄서가 아닌,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계속 볼거리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들을때 베이스나 드럼 소리에도 집중하며 음악을 들었지만, 요즘 젊은애들은 음악을 보거나, 듣더라도 가사에 집중하며 듣는 것 같습니다. 베이스나 드럼 같은 악기는 컴퓨터로 만든 기계음으로 대체된지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가사에 집중하며 듣는 힙합은 항상 그래 왔듯, 음악의 유행이 바뀌면 사그라 들것 같습니다.

 반면, 댄스음악은 고대시대부터 사람들이 좋아했던 음악으로, 이런면에서 케이팝은 상당히 오래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미국에서도 케이팝과 유사한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제가 케이팝 기획사에 투자를 하지않는 이유는 저의 재무적 기준을 충족하는 기획사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흥행산업이라는 산업의 기본적 특성상 한건의 흥행으로 대박이 날수도 있고, 반면 한두 건의 실패가 바로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입니다. BTS라는 하나의 성공으로 대박을 낸 빅히트엔터가 전자의 예라면, 80년대 초반에 흥행신작의 부재로 적대적 인수의 대상이 될뻔했던 미국의 유명한 디즈니는 후자의 예일 것입니다.

 

 그러면, 이 불안정해 보이는 흥행산업에서 수혜를 입을 안정적인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악을 보는 시대라고 얘기했습니다. 음악을 보기 위해서는 단순히 듣기만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져 버렸습니다. 한솔 케미컬의 주식을 오래 보유하기 좋은 이유는 많이 있지만, 우선, 이익의 안정성이 돋보입니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산화수소는 언뜻 흔한 약품처럼 보이지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전자급 과산화수소는 동사와 OCI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또, 동사는 반도체 증착공정에 사용되는 박막재료를 놀랍게도 TSMC와 글로벌 메모리 3사에 모두 납품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미세화와 고 다층화를 고려하면 이런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들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사는 제지와 섬유, 건축, 폐수처리 등에 사용되는 약품들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회사 테이팩스를 통해 국내 식품포장랩 1위 브랜드인 유니랩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유망한 사업이라면 곧 경쟁자들이 몰려들지 않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큰 걱정이 없습니다. 정밀화학의 특성상 한정된 공급자가 과점하는 틈새시장이라는 점과 아래의 동사 공장 사진에서 보이듯 상당한 규모의 유형자산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의 장치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사는 신규 진입자에 대한 충분한 해자까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이익률이 아래와 같이 상승추세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아쉽게도 이 주식의 주가는 현재 적정한 수준의 시장평가가 반영된, 즉, 싼 가격은 아닌 수준에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 십 년 정도 동사를 지켜보면 언젠가는 매력적인 수준의 할인판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0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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