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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닥터카퍼와 코스피

 최근 한 달 정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앞으로의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얘기했듯이 저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려고 노력해 그 방향성에 베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제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시장 예측에 대한 연구는 꽤 오랫동안 한 경험이 있기에, 이때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팽배한 비관적인 시장 인식에 대해 반론을 펼쳐보고자 합니다.

 

 한동안 열심히 했던 시장 연구를 통해 저는 꽤 재미있는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었는데, 환율과 구리 가격이 역의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위의 환율-구리 가격 그래프에서 1997~1998년 경의 IMF, 2000~2002년 경의 닷컴버블 붕괴, 2008~2009년 경의 리먼사태 때를 보면 검은색의 환율은 치솟은 반면 붉은색의 구리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때 환율 급등이 1,300원 부근에서 멈춘 것은 IMF의 경험으로 당시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발 급락장이었던 올해 3월에는 과거와 같은 환율의 급등이 보이지 않았는데, 정부가 상황을 잘 통제한 덕분에 과거와 같은 급격한 외자의 유출이 없었기 때문으로, 바로 이점이 제가 시장을 예측해 베팅을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만일 과거 IMF나 리먼사태와 같은 수준의 환율 급등과 시장 하락이 이번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거기에 크게 베팅을 했다면, 저는 아마도 지금쯤 원양어선을 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즉, 과거의 어떤 패턴은 그럴만한 이유로 만들어진 결과물일 뿐, 막연히 이번에도 비슷하게 환율이 치솟을 듯 하니, IMF 때나 리먼사태 때와 같은 하락장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거기에 전적으로 베팅을 했다면 큰 낭패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글에서 그토록 어렵다는 시장 전망을 한번 해보려는 부분은 앞의 설명과는 반대가 되는 구리 가격이 치솟고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입니다. 다시 앞의 환율-구리 가격 그래프로 돌아가서 보면, 2005~2008년 경, 2010~2011년 경, 그리고 최근의 2017년 경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이때는 전 세계 주식시장이 꽤 좋았던 시기인데, 아래와 같이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성과가 좋았습니다.

 

 여기에도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가 급락해 돈을 풀 때와는 다르게 중앙은행이 돈을 다시 거두어들일 때는 좋은 경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 서서히 거두어들입니다 (즉, 기준금리를 낮출때는 급히 낮추지만, 올릴때는 서서히 올립니다), 현물자산인 구리 가격은 중앙은행(특히 미국 연준)이 돈을 많이 풀어 상대적으로 비싸지고 있는 상태이지만, 돈을 서서히 거두어들여도 한동안은 호황인 경기 덕분에 수요가 많아져 계속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경기가 좋은 시기에는 수출의 비중이 큰 한국에는 달러가 많이 유입되게 되어 환율이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를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닥터 카퍼'나 '닥터 코스피'와 같은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인데, 이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구리 가격이나 코스피 지수가 세계경제에 대해 신묘한 예지력을 가지게 되어 얻은 별칭입니다.

 

 아 참, 제가 감히 앞으로의 시장을 예측해 본다고 했습니다. 다시 앞의 환율-구리 가격 그래프로 돌아가 최근의 추이를 보면 구리 가격은 오르고 있고 환율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항상 낙관적으로 보는 편인 저로서는 이 추세가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구리 가격의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추세로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또, 환율의 하락은 그간 사업장의 폐쇄가 거의 없었던 국내의 여건을 감안하면, 수출 역시 한동안 증가할 것이고,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세계경제 역시 호전되어 이 추세는 최소 2년 정도는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주식을 사기위해 진 빚인 신용융자잔고가 역대 최대라며 지구의 종말이 임박한 듯한 기사를 종종 봅니다. 그런데, 제가 보는 로그 값으로 나타낸 신용융자잔고의 추이는 아래와 같이 리먼사태나 닷컴버블 붕괴 직전처럼 급등한 정황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흑색선: 신용융자잔고(좌) / 적색선: 미국 Margin Debt (우)

 주식시장 혹은 경제의 규모가 커지거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릴수록 신용융자잔고는 증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신용융자잔고 역대 최대, 주식시장 폭락이 임박했다'와 같은 기사를 앞으로 수년간 종종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릴수도 있기에, 제 생각에 동조하시더라도 거기에 전적으로 베팅을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투자는 상황에 대한 베팅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대한 것이어야 합니다.

 

2020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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