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유나이티드제약 (코스피: 033270)

 다음은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우상향 하고 있지만, 2012~2013년 경에는 영업이익이 급감했음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이 종목에 대한 제 이전 글들에서 이는 2012년에 시행된 당국의 일괄 약가인하 조치 때문이었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옆의 이익률 그래프로 눈을 돌려서 두 이익률의 추이를 보면, 일괄 약가인하 조치의 영향을 감안하고 봐도 매출총이익률은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과 2018년 이후 다시 하락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점이 눈에 띕니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것이 매출총이익이고,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 등을 뺀 것이 영업이익입니다. 따라서, 매출총이익률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아무리 판관비를 아껴 쓰더라도 언젠가는 영업이익률 역시 낮아지게 됩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면 순이익과 현금흐름도 나빠지므로, 이 사안은 '영업이익률은 일괄 약가인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으니, 괜찮군' 하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먼저, 최근에 매출총이익률이 왜 하락하는 것 처럼 보이는지 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는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항목들의 추이입니다.

 

 

 원재료와 급여 항목들의 추이는 모든 비용을 합한 검은선의 추이와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붉은 선의 기타 항목은 2020년에 급감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2020년부터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개발비와 지급수수료, 외주비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기타 항목으로 판관비에 반영하던 많은 비용들을 당시부터 원가에 반영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최근 몇 년간의 매출 총 이익률 하락에 대한 의문은 풀렸습니다.

 

 이번에는 2011년 까지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한 원인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당시 사업보고서에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가 없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매출총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를 뺀 숫자라고 말했습니다. 매출액은 판매가에 판매한 수량을 곱해서 얻어지므로, 판가나 원가를 알아보면 될것 같습니다. 아래는 당시 사업보고서에서 추적이 가능했던 세 가지 약들의 연도별 판매가입니다.

 

 

 당시 매출비중이 높았던 '클란자'는 2008년에 12%와 2011년에 7% 정도 약가가 인하되었고, 다른 약들도 지속적으로 약가가 인하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의 일괄 약가인하 이전부터 당국의 약가인하 압박은 계속 진행 중이었다는 말인데, 이는 아래의 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제 이전 글들에서 저는 이 회사가 일괄 약가인하 이후에도 이전 수준의 이익률을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국의 약가산정에서 신약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개량신약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왔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량신약이 당국의 약가우대를 받는 한 당시의 이익률 하락은 미래에는 반복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당국의 정책을 믿고 이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될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정부를 못 믿는다면, 도대체 뭘 믿는다는 말인가?'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정책은 변덕스러운 대중의 바뀌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권이나 국회의 주도권이 선거를 통해 몇 년마다 한 번씩 바뀌고, 표를 얻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난 정부의 정책들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국내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10년쯤 전에 정부의 장려로 자신의 논이나 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었고, 이후 속앓이를 해 본 사람이라면 제 말에 뼛속까지 공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식을 버려야 할까요?

 

 그러기에는 이만큼 좋은 ROE와 자유현금흐름의 추이를 보여주는 종목이 국내시장에는 드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의 사례를 알아봐야 할것 같습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규범 같은 것들은 사람들의 사회나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그런 인식들은 선진사회의 그것들을 시차를 두고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라면 모르겠지만, 10년 이상의 긴 흐름에서는 거의 대부분 그렇게 됩니다. '우리의 현실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르다'며 거대한 시대의 조류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는데, 제 귀에는 자기 밥그릇을 지켜달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카카오 택시에 반대하던 택시업계가 공멸의 위기에 몰렸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아래는 의약품의 허가를 얻기위해 식약처나 FDA 등에 제출한 성분이나 임상시험 데이터 등의 자료가 보호되는 독점기간을 나타낸 표입니다. 특허가 아닌 자료보호 기간을 살펴보는 이유는 특허는 식약처가 아닌 특허청에서 신물질일 경우 20년의 특허기간을 받게 되는데, 그 물질을 실제로 약으로 개발을 해서 식약처의 승인을 완료한 시점에는 남은 특허기간이 몇 년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개량신약의 독점기간을 살펴보면 국내의 그것들은 일본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독점기간이 짧거나 아예 없습니다.

 

 유럽이 개량신약에 독점권을 주지 않는 이유는 개량신약이란 것이 어차피 특허가 만료된 약물을 개량, 그러니까, 주사제를 알약으로 바꾸거나 하루에 세번 먹던 약을 한 번만 먹게, 혹은 두세 가지 약을 한 알에 담는 것과 같이 만드는 것이니 단순한 복제약보다는 잘 팔릴 테고, 따라서 시장의 선택에 맞기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EU의 식약처인 'EMA' 홈페이지에는 개량신약을 말하는 'Hybrid Medicine'이라는 명칭이 있는 것으로 봐서 독점기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우대나 장려를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복제약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면 뭐 하러 별도의 명칭이 있겠습니까? 또, 최근에는 EMA와 FDA가 개량신약에 대한 제도를 조율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는 뉴스도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선택에 맞긴다는 유럽의 논리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주사로 맞던 약을 알약으로 먹거나 삼키기도 힘들만큼 큰 약을 조그마하게 만들었다면 시장의 선택을 받을 테고, 그 약이 잘 팔려서 누군가 비슷하게 따라 만들더라도 이미 처방실적이 많은 약을 선호하는 이 시장의 특성상 후발주자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과 유럽의 제도 조율이 어떤식으로 될지와는 상관없이 이 회사가 만드는 개량신약들이 시장의 선택을 받는다면 당국의 정책이나 우대는 큰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무리 약가산정에서 우대를 받고 긴 독점기간을 얻었더라도 그 약이 팔리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이 회사가 만드는 약들이 앞으로도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매출상위 품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CT조영제인 '옴니헥솔주' 하나를 빼면 매출상위 9 품목이 개량신약입니다. 이 회사가 식약처에서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은 약은 클란자와 실로스탄, 가스티인, 레보틱스, 아트맥콤비젤 5종뿐인데, 그렇다면 매출상위 9종의 개량신약 중 겹치지 않는 5종은 식약처로부터는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한편, 라베듀오(2022년)와 아트맥콤비젤(2021년), 오메틸큐티렛(2019년), 글리세틸(2019년)과 같이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약들의 성적이 좋은것도 볼 수 있는데, 이점에서 이 회사가 매년 수많은 복제약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차별성 있는 복제약, 즉, 개량신약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중소형 제약사인 이 회사가 어떻게 왠만한 대형제약사 보다 많은 개량신약을 개발해 출시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다음과 같이 이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보유기술들을 요약해 봤습니다.

 

 . 제어방출 플랫폼: 약물의 방출을 조절

 . 이중 방출조절: 빠른 약효발현과 일정한 약효의 유지

 . 바이오 흡수: 위장관내 흡수부위에서 용해도 증가

 . 서방형 주사제: 1회 주사로 2~3개월 효과 유지

 . 액상/고상 복합제: 액상과 고형정제의 복합제 제조기술

 . 캡슐형 복합제: 다수의 성분을 복합제로 개발 가능

 . 연질캡슐: 표면 접합부위 없애 제제의 소형화 가능

 . 흡입기기: 건조분말흡입제의 약물 전달장치

 . 이온교환수지: 기존의 감미제나 pH/점도조절과는 다르게 쓴맛을 차단

 

 대부분의 기술들이 '약성분을 인체내에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라는 물음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기술들만 있다면 특허가 만료된 약물 2~3가지를 섞어서, 혹은 다른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체내에 전달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아 보입니다. 

 

 제약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산업이고, 미국에서도 처방되는 약의 90%는 복제약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개량신약을 우대하는 이면에는 이스라엘 'Teva'나 인도 제약사들의 점유율이 높은 복제약시장에서 기술력 있는 자국 회사들이 개량신약에는 유리할 테니 자국 내에 어느 정도의 생산기반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제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학익진도'가 깔려 있습니다.

 제가 이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부분은 그림안에 있지 않습니다. 그림의 바깥 부분, 그러니까 적들이 깔때기에 물을 부은 것처럼 진의 중앙으로 쏟아져 들어오지 않고, 진영의 측면이나 후방을 공격한다면 성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전술이어서입니다. 즉, 이런 전술을 쓰기 위해서 해류나 주변지형 등을 얼마나 치밀하게 파악했을지가 떠올라서입니다.

 

 저도 반드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만 싸우고 싶습니다.

 

2023년 3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