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지켜볼 주식 - Amkor Technology, Inc. (Nasdaq: AMKR)

 똑같은 반도체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메모리와 설계의 검증이 어려워서 표준화된 생산공정이 없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퀄컴'이나 '엔비디아'처럼 설계만 하던지, 'TSMC'처럼 생산만 전문적으로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심지어 생산도 웨이퍼에 회로를 세겨 넣는 전공정 수탁생산(파운드리)과 웨이퍼에서 회로가 세겨진 칩(다이)을 하나씩 떼어내어 기판에 붙이고, 검은색 몰딩을 입히는 후공정 수탁생산(OSAT)으로 나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의 제조방식이 크게 달라서입니다. 전공정은 나노미터 단위의 회로를 만들어야 하므로 노광이나 증착, 식각 등과 같은 초미세 공정들이 필요한 반면, 후공정은 전공정에서 이미 만들어진 칩(다이)을 작은 인쇄회로기판(PCB)이나 리드프레임에 붙이므로 전자산업의 표면실장에 더 가깝습니다.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 후공정은 좀 귀찮은 일입니다. 전공정에서 이미 모든 회로가 다 만들어지므로, 후공정을 잘 한다고 그 반도체에 기능이 추가되거나 성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미 완성된 반도체칩인 다이를 작은 PCB나 리드프레임에 붙이는 이유는 그 반도체를 현실세상에서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반도체칩을 사람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버튼이나 화면, 스피커, 마이크 같은 부품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품들은 더 이상 작게 만들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부품들이 조립되는 커다란 PCB인 '마더보드' 역시 회로나 접점을 그 부품들의 스케일에 맞춰 제작합니다. 쓸데없이 미세하게 만들면 가격만 더럽게 비싸지기 때문인데, 이때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바로, 미세한 회로와 접점을 가지는 반도체 다이를 붙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때 반도체 후공정이 엄청난 기능적/경제적 효용을 발휘하게 됩니다. 다이의 미세한 접점을 작은 PCB나 리드프레임이 마더보드의 거대한 접점과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마더보드가 화면보다 작을 필요는 없고, 노트북의 마더보드가 화면과 키보드 보다 작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반도체 후공정은 사라질 산업이 아니고, 실은 반도체의 수요증가와 함께 성장할 산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후공정 수탁업체들 중 두 번째 규모인 이 종목을 분석할 의욕이 넘칩니다.

 

 

 다음은 지난 15년간의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2008년의 영업이익이 표시되지 않은 것은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여서 음수는 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오른편의 영업이익률 추이에서 그 해 영업이익률이 -15%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꽤 큰 적자가 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그전에 다른 회사를 살 때 준 돈 중에서 장부가치를 넘는 금액을 적어 넣는 항목인 '영업권'에서 6.7억 달러를 지워 없앴기 때문입니다. 장사를 못해서 적자가 난 것도 아니고, 일회성의 요인이었으니, 그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 걸 감안하고 봐도 영업이익의 등락이 심하고 영업이익률은 좀 참담합니다. 마치 10년에 한두 번 정도만 10%를 겨우 넘기는 회사 같습니다.

 

 그래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찾아낸, 안정성 있어 보이는, 반도체 업종의 종목이니 10년 가까이 낮은 이익률을 보였던 이유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해소되어 최근 2~3년 간 이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면, 대박 종목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

 

 아래는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매출총이익의 구성 항목별 금액의 추이를 그린 그래프입니다.

 

G/M: 매출총이익

 

 재료비가 매출총이익의 두 배쯤 된다는 점과, 재료비와 매출액의 추이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회사가 하는 사업이 기본적으로 많이 남는 구조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이 낮았던 2010년대에는 앞의 매출총이익 구성항목들 중 붉은 선의 기타 비용이 급증한 후 2020년대 들어 증가폭이 둔화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 영업이익률 상승의 원인이지 않을까요?

 

 다시 사업보고서의 주석을 보니 기타 비용은 주로 '감가상각비'와 '제조간접경비'로 이루어져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뭔가 단서를 얻은 듯 합니다. 기타비용과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봤습니다.

 

 

 2012~2014년 경에 감가상각비가 급증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추이는 기타비용 전체와 비슷합니다. 또, 제가 계산해 본 영업이익률에 감가상각비 증가가 미친 영향은 1%를 넘지 않았습니다.

 

 이쯤에서 업계 1위인 대만 'ASE'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짝 보고 왔는데, 그쪽도 이쪽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산업 자체가 별로 많이 남는 구조의 산업이 아니어서 산업의 주기나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말입니다. 즉, 최근 2~3년의 이익률 상승은 그냥 업황호조의 결과일 뿐입니다. 이 회사 이익률이 환율의 영향을 받는 이유는 이 회사 공장들이 대부분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에 있기 때문입니다. 월급은 현지 돈으로 나갈 것이니 말입니다.

 

왼쪽: 미국달러 환율 / 오른쪽: 세계 반도체 투자액 추이

 

 일견 이익률이 높을 것 같은 첨단산업인 반도체 후공정 수탁업의 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앞에서 말한 '반도체 제조사들이 귀찮아하는 일'이라는 산업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전공정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귀찮으니 남에게 맡기는데, 이때 무서운 점은 후공정 수탁을 맡기는 반도체 제조사들도 대략의 원가를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이 직접 해봤거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종목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최근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이 10%를 넘는데, 코로나 특수가 있었던 2021~2022년을 제외한 10년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자유현금흐름의 추이도 좋습니다. 저는 아무리 산업주기와 상관없이 성장하는 회사라도 순자산이익률이 장기적으로 10%를 넘지 못할 것 같으면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또, 반도체산업 자체가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다면 후공정 수탁업도 그와 엇비슷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가 자력으로 이익률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나 업계 수위권의 위치를 생각할 때, 산업주기의 영향은 있더라도 최소한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은 그 과실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이때, 산업주기의 영향으로 요동치는 주가는 오히려 싸게 사서 비싸게 팔 기회를 자주 줄 것 같습니다.

 

 이익률은 낮은 반면, 전공정만큼은 아니지만 큰 금액의 투자와 기술확보가 지속적으로 필요해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몰려들 요인이 떨어진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렇지만, 산업주기에 따라 움직이는 종목이므로 내재가치에 성장성을 인정해 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ROE 할증법보다 PBR 1~2배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7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