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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삼성전자와 주당순자산

 불과 한두 달 전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지지부진할 때 만 해도 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7 종목 중 3 종목이 반도체나 관련 업종의 종목들인 게 '너무 큰 비중을 반도체에 싣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더니, 엔비디아發 훈풍에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주쯤부터는 '너무 적은 비중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합니다.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발표가 업종의 호재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1분기의 실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회사가 발표한 2분기 실적전망이 예상을 한참 뛰어넘을 정도로 높았다는 점입니다. '전망이란 것이 언제나 빗나갈 수 도 있는데, 그게 이렇게 까지 환호할 일일까?' 하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공정들을 거쳐야 해서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반도체 납기를 생각하면 2분기의 실적전망은 이미 제작에 투입되어 어느 공정인가 쯤에는 있을 물량들만 계산한 수치일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주문이 밀려서 납기가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기사들을 종합하면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한두 분기에 그치고 말 현상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엔비디아'를 사야하지 않을까요?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이유로 인해서 '인간의 마음은 돈을 잃게끔 되어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읽은 다음의 기사가 이 말이 참임을 증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바보입니다…6만전자 허겁지겁 팔아치운 개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 한국경제 (hankyung.com)

 

"나는 바보입니다"…'6만전자' 허겁지겁 팔아치운 개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나는 바보입니다"…'6만전자' 허겁지겁 팔아치운 개미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삼성전자 치솟자…개미 이달 2조 '풀매도' 외국인, 삼전 주식 '싹쓸이'…2조 순매수 인버스 사들인 개미…'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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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들어 26일까지 개미들이 삼성전자는 2조 원 가까이, 하이닉스는 9천억 원 넘게 순매도 했는데, 대신 같은 기간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어이없게도 '곱버스'였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이없는 매매를 반복하는 것 일까요?

 

 '삼성전자'를 단타나 몇 개월에 두세 배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국내 1등 기업이고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이니 장기보유하기 좋은 종목이라서'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를 사는 이유일 것 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고점에서 사서 2년쯤 후 저점에서 손실을 보고 팔고 있는 것일까요? 고작 2년이 그들이 생각하는 장기투자의 최장기간인 것 일까요?

 

 '삼성전자'가 아닌 '주식' 자체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는 시장참가자, 그러니까 주식을 사는 사람들에는 두 부류만이 있습니다. 주식이 그 회사의 지분임을 믿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주식을 숫자가 적힌 종이 쪼가리로 보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주식을 믿지 못하니 오늘 산 주식이 내일이나 다음 주, 혹은 몇 달 후에 어느 정도 오르면 팔아야 합니다. 더 이상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휴지조각이지만 잽싸게 판다면 현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장의 칩과 같은 것으로 본다는 말입니다.

 

 장기투자를 한다며 주식을 사는 사람들 중에도 대다수는 주식을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주가가 2년 정도 떨어졌다고 그 사업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 아님에도 주식을 팔아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주식을 샀을 때 내가 가지게 되는 지분은 그 주식수를 그 회사가 발행한 모든 주식수로 나누어 나오는 비율만큼이 됩니다. '그 지분이 얼마의 가치가 있느냐?'를 주식시장의 시세에만 의존하는 것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방법입니다. 주가는 호재나 악재를 미리 과도하게 시세에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도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PBR, 그러니까 주당순자산 비율만 설명하고자 합니다.

 

 순자산은 회사가 가진 모든 자산, 그러니까 가지고 있는 현금에 공장이나 설비 같은 것들을 팔아 현금화시킬 수 있는 돈을 합해 거기서 빚이나 아직 주지 못한 원료대금 같은 것들을 빼면 나오는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발행된 주식수로 나누면 주당순자산이 됩니다.

 

 아래는 '스톡워치' 사이트에서 찾은 삼성전자의 주가와 주당순자산(BPS)의 지난 10여 년간 추이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붉은 선의 주가는 매년 혹은 매달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 반해, 푸른 선의 주당순자산은 비교적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가는 주당순자산을 축으로 그 위 어딘가에 형성되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가가 주당순자산에 근접했던 2015년 하반기에서 2016년 상반기나 2018년 말, 혹은 2022년 하반기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가가 주당순자산에서 많이 멀어진 2017년 10월이나 2021년 1월 경은 좋은 매도의 시점이었습니다.

 

 두 개의 그래프를 비교해 보는 것이 귀찮거나 헛갈린다면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주당순자산 비율(PBR) 하나의 지표만 보는 것도 같은 결과가 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PBR이 1배 부근일 때 사서 1.8배 부근일때 팔 수 있었다면 꽤 큰 수익을 얻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난 10년 정도 삼성전자에만 나타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이런 패턴이 훨씬 이전부터 반복되어 왔고, 삼성전자 외에도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 종목들이 많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장사를 잘하는 회사이고 그 업종이 사양산업이나 한계산업이 아니라면 순자산은 삼성전자의 경우와 같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현금을 계속 벌고 있고, 공장이나 설비 같은 것 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빚을 많이 내 설비를 늘렸는데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면 그 회사의 순자산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한편, 주가는 사양산업이나 한계산업이 아니고 돈을 잘 버는 회사라면 주당순자산 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이재용이라면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삼성전자를 사겠다며 순자산과 비슷한 가격을 부른다면 코웃음을 칠 것 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고작 순자산 정도의 가격이라니요? 최소한 순자산의 2~3배는 되어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 같습니다.

 

 물론,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과도하게 미리 반영하기에 한동안 치솟은 후에는 2~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도 지지부진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사실만 알고 있어도 고점매수 저점매도를 반복하는 호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3년 5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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