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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미원상사 (코스피:002840) (3)

  이 회사는 화장품이나 샴푸 등의 원료를 만드는 생활화학 부문(41%)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쓰이는 소재를 생산하는 전자재료 부문(43%)의 매출 비중이 큽니다. 제가 이 종목을 지켜보는 이유는 이 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면도 있지만, 제품이나 사업의 확장성이 매우 좋아 보여서입니다.

 

 요즘 우리가 쓰는 공산품들 중에는 화학원료를 쓰지 않는 물건을 찾기가 힘듭니다. 세제나 화장품은 물론이고, 가전제품이나 건축자재 등, 언뜻 보기에는 나무나 철로만 만들어진 것 같은 제품도 코팅이나 접착, 칠 등은 모두 화학원료로 합니다. 심지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쓰이는 공정용액이나 소재도 화학원료를 사용한 것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화장품이나 샴푸에 쓰이는 화학원료를 만들던 회사가 그 기술과 돈만 있다면 이 회사처럼 반도체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생뚱맞은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정밀화학 회사들이 마음먹은데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산업화의 역사는 짧지만, 급속도로 제조기반을 늘려 화학원료의 수요가 많은 한국에는 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의 기술을 도입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그 특정원료의 생산 외에는 이렇다 할 노하우가 없는 많은 기업들이 그 수요산업이 침체됐을 때 다른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다시 많은 돈을 들여 외국의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 정리한 연혁을 읽다 보면 이 회사는 그런 회사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1953년, 화공약품 도매 영남화공약품 설립

 . 1959년, 물량증가로 무역회사 미원상사 설립

 . 1963년, 외화부족으로 정부의 수입규제 조치 > 자체인력만으로 황산공장 준공

 . 1971년, 황산가격 폭락으로 황산공장 휴동

 . 1972년, 황산설비 사용하는 계면활성제 원료 알킬벤젠설폰산 생산

 . 1977년, 음이온 계면활성제 생산

 . 1980년, 비이온 계면활성제 생산

 . 1981년, 양성 계면활성제 생산

 . 1982년, PCB 제조용 정제황산 생산

 . 1985년, 아미노산계 계면활성제 생산, 자외선경화도료용 감광제 생산

 . 1988년, 에너지경화수지 원료 아크릴모노머 생산

 . 1990년, 플라스틱 산화방지제 생산

 . 1993년, 브라운관용 감광제(P/R) 생산

 . 2000년, 전자재료 사업부 조직 > PCB/디스플레이/반도체용 감광제 위주

 . 2009년, ArF P/R용 폴리머 생산, 에너지경화수지 부문 인적분할 - 미원스페셜티케미컬

 . 2010년, 디스플레이 유기절연막 원료 개발, 2차 전지 전해액 첨가제 개발

 . 2011년, 황산/세제원료 사업 인적분할 - 미원화학

 . 2014년, 고굴절 우레탄렌즈모노머 개발

 . 2015년, KrF P/R용 폴리머 생산

 . 2018년, 2차전지 분리막용 바인더 소재 개발

 . 2019년, 특수 PC용 실록산폴리머 생산

 . 2022년, 반도체용 음이온 중합폴리머 개발

 

 그러니까, 남의 기술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끊임없이 시장을 확장해 왔음을 알 수 있는데, 이때 쌓인 지식과 노하우는 또 다른 제품을 개발할 때 든든한 자산이 되어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가 재무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어 왔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돈이 안 되는 지식과 노하우만 잔뜩 가지고 있다면 별로 투자를 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일회성의 요인으로 보이는 2017년의 추이를 감안하고 봐도 2014년 경까지 실적의 등락이 컸음과 이익률은 하락 추세였음이 눈에 띕니다. 이는 아래에 보이는 순자산이익률 추이를 보면 더 명백해집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앞에서 정리한 연혁에서 2009년에는 에너지경화수지 부문이, 2011년에는 황산 부문이 분리되어 나갔으니, 실적의 등락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이 꺼림칙합니다. '이익률이 좋던 사업들은 떨어져 나가고 돈 안 되는 사업부만 남아있다가, 최근 몇 년간 업종환경이 좋아져서 이익률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거의 모든 산업에는 '주기'라는 것이 있으므로, 업종 경기가 다시 안 좋아진다면 이 회사 이익률 역시 아래를 향할 것이고, 주가 역시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 확실합니다. 당장 이익률이 장기간 떨어졌던 이유를 알아봐야겠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서 구하고, 영업이익은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서 구합니다. 따라서, 이 종목과 같이 두 이익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말은 매출액이나 판가, 원가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이익률의 방향을 좌우했다는 말이 됩니다. 아래의 유가 추이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2008년, 유가 급등 후 하반기 급락 > 中G/M

 . 2009년, 저유가 > 高G/M

 . 2010년~2014년 상반기, 유가상승 > G/M 하락

 . 2014년 하반기~2016년, 저유가 > G/M 상승

 . 2017년부터 유가와 이익률의 상관관계 떨어짐

 

 이 회사가 만드는 정밀화학 제품들은 고객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만들 때 원료로 쓰이지만, 이 회사 역시 다른 회사가 원유를 정제해서 만들었을 원료를 사서 제품을 만듭니다. 따라서, 이익률이 유가가 오르면 떨어지고, 유가가 내리면 올랐다는 말은 남들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마진을 많이 붙이지 못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반면, 이익률에 유가의 영향이 없거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말은 남들은 쉽게 만들수 없어서 마진을 많이 붙일수 있거나, 원가상승분을 판가에 전이하기 쉬운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든다는 말이됩니다.

 

 '생활화학'과 '전자재료' 부문의 비중이 크므로, 두 부문의 평균 판가를 유가와 비교해 보면 뭔가 더 뚜렷한 그림이 보일 것 같습니다.

 

유가지수: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의 원화기준 원유 수입물가 지수

 

 붉은 선의 전자재료 부문 평균 판가가 2016년까지 유가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다가 이후 상관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앞의 연혁에서 정리한 '2015년, KrF P/R용 폴리머 생산'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후 고부가 전자재료 제품들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말입니다.

 

 한편, 푸른 선의 생활화학 부문 평균 판가는 유가지수와 약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는데, 2008~2011년 과 2020~2022년은 매우 강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사업보고서에서 일관되게 찾을 수 있었던 원재료 가격인 '코코넛 오일'과 'Dioxane'의 구매단가를 '생활화학 판가'와 비교해 봤습니다.

 

 

 검은선의 '생활화학 판가'는 2011년까지 코코넛 오일 가격과, 이후 'Dioxane' 가격과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코코넛 오일'과 'Dioxane'이 사업보고서에서 사라진 2020년 부터는 '생활화학 원료 단가'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Dioxane'이 뭘까 싶어서 '다음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지방의 용제; 화장품, 탈취제로 씀'이라고 만 되어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화학식들이 등장하길래 포기했습니다. 어려운 화학식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제 화학 실력이 좋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괜찮습니다. 투자에 필요한 지식은 한두 분야의 해박한 전문지식보다 다양한 방면에 백과사전과 같은 상식이 많은 편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활화학 판가'가 2011년 까지 코코넛 오일 가격에 연동되어 움직이다가 이후 판가가 높아진 것은 제품군이 코코넛 오일을 원료로 사용하는 단순 계면활성제 위주에서 다양한 원료를 사용하는 화장품 원료로 다각화된 것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해당기간의 특허에 화장품 원료로 보이는 것들이 많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20년 경부터 생활화학 부문의 평균 판가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은 2011~2012년 경과 같은 이유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제품군이 더 고부가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생각인데, 이는 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자재료뿐만 아니라 생활화학의 매출액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입니다.

 

미원상사의 부문별 매출액

 

 이 모두가 그동안 이 회사가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 들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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