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식투자로 먹고 산다고 하면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책상에 모니터를 2~3개씩 갖다 놓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TV나 유튜브에서 흔히 보이는 전업투자자의 삶이 그런 모습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탓할 수 도 없습니다.
전업투자자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러대의 모니터에 주가차트나 찌라시 같은 정보들을 띄워놓고, 하루 종일 눈이 빠져라 그것들을 보며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주식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도박장의 칩같은 것으로 생각하니, 자신이 돈을 건 룰렛이나 바카라 판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반면, 주식을 내가 동업한 회사의 지분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자주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할 일은 없을 것 입니다. 투자한 돈으로 벌인 일이 안정권에 접어들어 수익을 내기 시작하는 것은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를 해놓고 몇년 혹은 수십 년간 기다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전쟁이라도 터지면 내 지분은 가치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올해는 벌써 두 번이나 굵직한 전쟁소식이 들리니,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볼 적당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하마스 대원들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와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고 인질로 잡아가는 경악스러운 장면을 뉴스에서 보셨을 것입니다. '이게 과연 21세기에 생길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 세계가 이 사건을 민간인들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하마스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마스 대원들도 사람인데, 오죽했으면 민간인들을 상대로 저렇게 까지 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랜 세월동안 이스라엘에게서 탄압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마스 대원이 된 젊은이들 중 다수는 자신의 부모나 형제, 자매가 이스라엘 군인에게서 비슷한 죽임을 당하는 걸 목격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런 장면들은 제대로 된 정부나 언론, 미디어가 없는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외부에 알리기가 힘들었을 테니,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어느 편에 더 정당성이 있느냐 하는 정치적인 부분이 아닙니다. 바로, '전쟁이 나면 내가 가진 주식은 어떻게 되느냐?'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 입니다.
아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식시장의 최근 5년간 주가지수 추이입니다.
언뜻 주가가 꽤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가침체는 전쟁과는 무관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전쟁의 영향은 최근 몇 주일 정도로, 그 낙폭이 2020년 초의 코로나 공포 때 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이야 세계적인 군사강국이니, 이번 사태가 전면전으로 번지더라도 하마스 정도는 쉽게 제압할 것이 아닌가? 그렇니, 당연히 주가의 낙폭이 크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그런데, 투자의 대가들이 쓴 책을 보면 전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으로 안 좋을 수는 있지만, 전쟁소식에 겁을 먹고 주식을 내던진다면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기업들은 전시가 되면 전쟁을 위한 물자를 생산해야 하고, 전후의 복구도 결국 기업들의 몫이니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라는 말입니다.
'그건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치렀거나 2차 대전에서 승리한 영미권의 얘기고, 패전국이나 자기 나라에서 전쟁을 치른다면 사정이 다를 텐데?'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메르세데스 벤츠'나 '지멘스', '휴고보스'같은 독일 기업들은 2차 대전 때 나치정부의 군수물자를 생산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본의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츠비시'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 활약했던 '제로' 전투기를 생산했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삼성이나 GS 같은 국내 대기업들도 일제강점기 때 창업해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남북간의 전쟁이 재발해 남한이 패전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모든 기업들은 국유화되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소유가 될 것이니, 내가 가진 주식들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면 부동산이나 금괴는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부동산은 몰수당할 것이고, 금괴를 감춰놨다가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총살당할 것이니 말입니다.
전쟁이 주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면, 다음 두 권의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 제러미 시겔 지음, 이건 옮김
* 제러미 시겔은 100년 이상의 주식시장을 연구해 이 책을 썼습니다.
. '투자는 심리게임이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정진상 옮김
*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2차 대전 때 나치가 프랑스를 침공했을 때도 파리 증권시장에 있었습니다.
2023년 10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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