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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Nike, Inc. (NYSE: NKE)

 주중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거의 매일 아침마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조깅을 하는 제게는 이 주식은 무척 가지고 싶던 주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번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기쁩니다.

 

 패션업종은 흥망성쇠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산업인데, 이는 유행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자본력이 빈약한 회사가 특정한 스타일의 옷이나 신발이 잘 팔려서 사세를 급격히 늘렸는데, 유행이 바뀌면 곤란한 상황이 생깁니다. 한꺼번에 매장 안의 많은 상품들을 바꾸는 데는 큰돈이 필요한 반면, 사세를 급히 확장하느라 유행에 맞는 스타일의 옷이나 신발들로 매장을 채워 넣을 돈이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안 팔리는 상품들을 할인해서 팔아도 유행이 지난 옷들은 잘 팔리지가 않기에 땡처리 업자에게 넘기는데, 이때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 땡처리 가판대에 그 브랜드가 넘쳐나면 사람들에게 그 브랜드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마련한 돈으로 개발한 신상품들도 안 팔리기 시작합니다.

 

 이런 현상은 크게 유행을 탈것 같지 않은 스포츠 웨어 업종에서도 꽤 자주 일어납니다. 한때 특정한 스타일의 옷이나 신발로 스포츠 웨어 업종을 장악할것 같았던 리복이나 휠라, 아식스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때는 길거리를 다니던 젊은이들 열명 중 7~8명은 하얀색 휠라 농구화를 신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간혹 평지풍파가 일어나는 스포츠 웨어 업종에서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장수하는 비결은 규모의 경제, 그러니까 매출이나 자산 규모가 커서 유행이 바뀌었을때 매장에 신상을 채워 넣는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대부분의 제품을 외주제작사에 맡기는 이 산업의 특성상 많은 물량 덕분에 더 싼 단가로 제작이 가능하니, 더 많은 이윤도 확보할 수 있고, 광고비 집행도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스포츠 웨어 업종에서 브랜드 파워와 자본력을 갖춘 회사는 미래의 성장이 담보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소득의 증가와 스포츠 웨어 업종의 성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사람은 어느 정도 이상의 소득과 여가시간이 있어야 건강이나 몸매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생깁니다. 꼭 건강이나 몸매관리가 목적이 아니라도 스포츠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밤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정도 쉰다고 헬스클럽을 가거나 축구나 등산 같은 것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20대 때만 해도 한강변을 따라서 달리는 사람은 황영조 선수 외에는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소득의 증가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여가시간의 증가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일주일에 나흘, 혹은 하루에 네시간만 일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그 남는 시간 동안 양복을 입고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운동하는 여성의 증가는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에 기인하는 초장기적인 경향입니다.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여자들이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정적인 운동만 하다가 요즘은 중량이나 구기종목 같은 것들로 종목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애슬레져룩'의 확산, 그러니까 운동복의 일상복화도 반짝하고 말 유행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간은 편한 것에서 불편한 것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이 회사 이익의 안정성과 사업의 성장성은 아래에 보이는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앞에서 얘기한 소득의 증가니 운동하는 여성 어쩌고 한 내용이 맞는다면, 이익률은 유지되는 정도가 아니라 높아지는 경향이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그런 초장기적인 경향이 명확히 반영되기에 15년 정도는 짧습니다. 오히려 '언더아머'나 '룰루레몬' 같은 신규 경쟁자들의 출현을 생각할 때, 유지되고 있는 이익률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신규 진입자들이 별로 걱정되지 않는 이유는 앞에서 이미 얘기했습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과연, 이 주식이 지금 쌀까?' 하는 질문 말입니다. 아래의 몇 가지 재무지표 추이를 보며 설명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저는 여러 번 제가 주가가 싼 지 비싼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가 추정하는 내재가치와 주가를 비교하여, 이 종목의 경우와 같이 경제나 산업의 주기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면 주가가 내재가치의 1배 부근이면 싸고, 3배 근처면 비싸다고 말해 왔습니다. 또, 제가 내재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은 주당순자산에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을 10년간 할증한 후 현재의 금리(10년물 국채금리 + BBB등급 회사채금리)로 다시 10년간 할인하여 구한다고 애기해 왔습니다.

 

 이 종목의 경우 순자산이익률은 등락은 있지만 꾸준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문제는 주당순자산이 2018~2020년에 크게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순자산이익률은 순이익을 순자산으로 나누어 구하므로, 분자인 순이익이 커지지 않더라도 분모인 순자산이 작아지면 그 나누어 나오는 값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즉, 순자산이 크게 줄어서 최근 몇 년간의 순자산이익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은 39.34%로, 10년 평균인 33.19%와는 꽤 큰 차이가 납니다. 6%의 차이는 투자의 세계에서는 상당히 큰 차이입니다. 10년간 할증, 그러니까 열 번을 곱해서 나오는 제 내재가치 계산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5년 평균 순자산이익률을 할증률로 사용하여 최근 주가와 비교하면 1배 부근, 그러니까 싸다는 숫자가 나오는데 반해, 10년 평균값을 사용하면 1.6배가 넘는, 비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매수를 고려할 만큼 싸지는 않은 가격이 됩니다. 저는 이런 경우 보통은 보수적인 가치 평가를 위해 더 낮은 값을 할증률로 사용하는데, 이 종목의 경우는 '나이키'라는 이름값 덕분이었는지 다음과 같이 진지하게 왜 순자산이익률이 높아지고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아래는 자본변동표에 나오는 자본(순자산)을 구성하는 항목들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옅은 회색선의 '주식보상'은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준 주식들을 합한 액수로, 주식을 새로 발행하게 되므로 그만큼 자본을 늘리는 요인입니다. 붉은 선의 '주주환원'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을 합한 숫자로, 배당은 자본에 쌓여있던 돈을 주주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고, 자사주매입 역시 회사돈으로 주식을 사서 없애는 것이니 자본을 줄이는 요소입니다.

 

 주주환원액의 추이를 자세히 보면,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전반이 뒤숭숭했던 2009~2010년과 코로나 창궐이 있었던 2021년 경을 제외하면 주주환원액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주주환원액의 등락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아래 그림 파란선의 자사주 매입액이었음을 아래의 추이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사주 매입액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 같은 때를 제외하면 꾸준히 비교적 일정하게 증가하고 있고, 작년과 재작년의 자사주 매입액 증가도 일회성의 파격적인 증가가 아닌, 장기적인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증가였습니다. 즉, 최근 몇 년간의 높아진 ROE는 일회성 요인이 아닌 꾸준한 이 회사 주주환원 정책에 기인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종목을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우리는 주주가치 증대를 최우선으로 추구한다'라고 사업보고서나 언론에서 떠벌려도 숫자라는 행동의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저는 믿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회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믿을만한 종목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이 회사는 거의 매년 포괄이익 보다 많은 액수를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지 말입니다. 계속 그러다 보면 가진 돈이 바닥나서 더 이상 주주환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 다른 이익률들을 생각할 때, 높아지는 순자산이익률은 주주환원을 통해 순자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인데, 더 이상 순자산을 줄이지 못한다면 할증률로 최근 5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을 사용하는 것은 내재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게 아닐까요?

 

 답은 앞에서 본 '주당자유현금흐름'의 추이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유현금은 회계상의 숫자에 불과한 순이익에서 실제로는 쓰지 않았거나 쓴 돈을 더하고 빼서 구한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투자액을 빼서 구하므로, 실제로 이 회사가 주주환원 등에 자류롭게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아래에 총액 기준으로 그린 현금흐름의 추이를 보면 이 회사는 거의 매년 전체 '투자활동현금흐름' 보다 훨씬 많은 자유현금을 남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설투자가 거의 필요 없는 이 회사 사업구조에 기인합니다. 그러니까, 매장은 대부분 임대해서 쓰고 있고 제품제작은 외주로 하고 있으니, 시설투자에 큰돈을 쓸 일이 없다는 말입니다. 즉, 여기서도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여 자유현금을 계속 늘려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면, 지금 이 주식은 싸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023년 9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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