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자

매도[賣渡] - Ross Stores, Inc. (Nasdaq: ROST)

 아래는 이 종목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이 종목은 회계기준일이 1월 말인 관계로, 실제로는 코로나 창궐로 매장폐쇄가 일상이었던 2020년의 숫자였던 2021년의 숫자를 제외하면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의 경우 보복소비의 영향이 컸을 2022년을 제외하면 2018년부터는 정체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유는 오른편 이익률의 추이를 보면 알게 됩니다. 이익률이 2018년 이후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익률이 이토록 완만하지만 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쁩니다. 한두해 정도 급락한 경우라면 원인을 찾기도 쉽고 일회성의 요인인 경우가 많은데, 서서히 완만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원인을 찾기도 힘든반면 장기적인 위험은 훨씬 클 공산이 높기 때문입니다.

 

 같은 의류할인소매업을 하는 'TJX'의 이익률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봤는데, 이쪽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익률이 더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 것은 'ROST'의 2017~2018년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이후 하락추세가 더 잘 보이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TJX의 이익률 추이

 

 2018년 이후 ROST의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아래에 보이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의 추이에서 쉽게 찾을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경기가 회복되어 소비자신뢰지수가 다시 상승추세에 접어들면 이 회사 이익률 역시 다시 높아지게 될텐데, 좀 그렇습니다. 시장이나 업황을 따라가며 먹는 정도가 목적이었다면 '월마트'나 '코스트코'같은 남들도 다 아는 이름값있는 대기업의 주식을 사지, 뭐 하러 힘들게 종목을 분석해서 듣도 보도 못한 이 회사를 샀겠습니까?

 

 사실 제가 이 종목을 골랐던 이유는 이런 외부환경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이 회사는 성장하는 회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아마존'의 등장과 함께 2010년대 내내 진행된 '아마존화', 그러니까 온라인쇼핑의 오프라인 잠식으로 미국 대형 백화점들과 '토이저러스'같은 회사들이 하나둘 쓰러져갈 때도 이 회사는 성장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성장해오던 회사가 최근 몇 년간 업종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말은 이제 이 회사의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말이 됩니다. 아직 미국 내에 매장을 열 곳이 많음에도 이 회사가 성장을 멈춘 이유는 뭘까요?

 

 앞에서 이미 얘기했던 '아마존화'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각 품목별 온라인쇼핑의 침투율 그래프를 보면 코로나 창궐 기간동안 급증한 침투율이 이후에도 원래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검은선의 추이가 이 회사가 하고 있는 의류나 액세서리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의류업종에서 '아마존화'는 사실 2010년대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고있던 현상이었지만, 2015년 경 이전까지 80% 이상의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본 후 사고 있었고, 무너져간 백화점이나 전문점의 손님들을 자기 손님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이 회사가 2010년대 내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이러던 상황이 2019년쯤 온라인쇼핑 침투율이 30%에 육박하면서 이 회사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은 꼭 팬데믹 때 온라인쇼핑 침투율이 급증하지 않았더라도 진행되었을, 거대한 추세적인 물결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여전히 옷이나 신발은 반드시 만져보고 입어본 후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몇 번 온라인쇼핑에 감히 도전했다가 입지 않고 처박아 둔 옷이 몇 벌 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직 과반 이상이 저와 같은 생각인 것 같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걸 보면, 온라인 쇼핑을 잘하는 데는 뭔가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댓글확인 같은 것들 말입니다.

 

 저는 여전히 뭘 사기위해 많은 댓글을 확인하거나 반품을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귀찮게 느껴지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 집만 해도 아내와 딸아이는 주로 온라인에서 옷을 사고 있으니,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인간의 아집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이 실패한 투자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 만 믿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눈앞에서 아내와 딸아이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서도 아집을 버리지 못한 제 얘기입니다.

 

 또, '아마존프라임' 회원의 경우는 옷을 골라 7일간 입어본 후 구매를 결정할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품 시 배송비는 무료인데, 한 가지 조건은 외출할 때 그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입었다면 누가 알겠습니까?

 

 이쯤이면 그냥 일주일간 그 옷을 입어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말이니, 저는 이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지난 7년 가까이 제가 이 주식을 보유해서 얻은 성과입니다.

 

 - 2016년 9월 평균 매수단가: 61.08달러

 - 2023년 5월 평균 매도단가: 102.53달러

 - 보유기간: 6년 8개월 (6.67년)

 - 총 수익률: +67.86%

 - 원화로 환산한 총 수익률: +102.42%

 - 원화로 환산한 연복리수익률: +11.15%

 

2023년 5월에, 동해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