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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오리온 (코스피: 271560) (3)

 이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제가 여기서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제가 종목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재무지표는 순자산이익률(자기자본이익률=ROE)인데, 순자산이익률을 그 기업의 성장률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 종목의 경우 최근 5년이나 10년의 평균 순자산이익률이 두 자릿수가 나오고, 식품업종이라는 매우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뭘 분석할 게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게 이 종목의 분석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2017년에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와 제과회사인 이 회사가 분할된 영향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분할이 있었던 2017년을 기점으로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 모두에서 마치 다른 회사를 보는것 같습니다. 우선, 매출액의 추이에서 2013~2016년의 4년간이나 매출이 정체상태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반면, 영업이익의 추이는 일회성 요인의 영향으로 보이는 2010년과 2017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때 오른편의 이익률 그래프를 함께 보면 어디서부터 분석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서 구하므로, 매출총이익률의 변동은 주로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판가를 내렸던지, 원재료 가격이 올랐던지 하는 등의 말입니다. 한편,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서 구하므로, 매출총이익률이 변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률이 변했다는 말은 뭔가 내부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이 종목과 같이 매출총이익률은 장기적/추세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영업이익률은 상승하고 있다는 말은, 좋게 말해서, 외부환경은 서서히 악화되고 있지만, 내부적인 효율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여가고 있다는 말이됩니다. 그런데, 이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가령 이 회사가 파는 스낵류의 수요가 '웰빙'과 같은 거대한 추세적인 트렌드의 영향으로 서서히 줄고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내부적으로 판매비나 관리비를 아끼더라도 언젠가는 영업이익률 역시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쎄요,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과자부스러기를 덜 먹는것이 이 회사 매출 총 이익률 하락의 원인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매출총이익률이 장기적/추세적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먼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왼쪽: 국제곡물가 지수 / 오른쪽: 중국 위안화 환율

 

 위의 곡물가 지수와 위안화 환율의 추이를 보면, 이 회사 매출총이익률은 둘 모두에서 영향을 받는것 같습니다. 다음과 같이 상관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008년 위안화 급등 / 2009년 低곡물가 -> 高G/M

 . 2010~2014년 高곡물가 -> 低G/M

 . 2015~2019년 低곡물가 -> 高G/M

 . 2020~2022년 高곡물가 -> 低G/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어떻게 계속 높아질수 있었는지를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2013~2016년의 매출정체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래는 '오리온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서 찾은 제과부문과 그 외 부문들의 매출액과 순이익의 추이입니다.

 

 

 실적의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것은 지금은 '오리온홀딩스'에서 하고 있는 스포츠토토와 영화사업, 건설업 등의 실적을 합한 '기타 부문'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들 사업들 중에서도 당시 실적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스포트토토 사업인데, 사행성 논란에 따른 당국의 규제강화로 이익률이 점차 줄어들다가 결국 2015년에 그 수탁사업을 접게 됩니다. 반면, 제과 부분의 실적은 비교적 큰 등락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예측하기가 어려운 영화나 스포츠토토 같은 사업들에 비해 제과사업이 얼나마 안정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장기간 꾸준히 높아진 이유도 분할 전과 후로 나누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제과부문의 순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는데서 분할 전에도 제과부문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과부문의 영업이익률을 계산할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당시 사업보고서에는 몇 해는 매출총이익만, 그다음 몇 해는 영업이익만 표시되어 있는 식이어서, 일관되게 숫자를 구할 수 있는 순이익을 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세금이나 이자 같은 것들을 빼서 구하고, 당시 이 회사 부채비율이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었으므로, 긴 흐름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분할 전 이 회사가 매출총이익률의 등락에도 꾸준히 영업이익률을 높여갈수 있었던 비결은 해외법인들의 실적증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과부문 국내/해외법인의 실적

 

 국내법인들의 실적이 2012년 이후 정체상태인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국내법인들이 하던 수출의 기능을 주로 중국법인에 이전한 영향입니다.

 

 그렇다면, 2017년 분할이전 이 회사 제과부문의 이익률은 매출총이익률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주로 해외법인들의 성장을 통해 꾸준히 높아지고 있었다는 점은 명백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제과부문이 독립한 2017년 이후 매출총이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업보고서의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서 판관비로 분류된 항목들의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봤습니다.

 

O/M: 영업이익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급여'와 '판매비'는 줄고 있음과 분할후 '기타'항목의 비용이 크게 준 점, '세금과 공과'와 '지급임차료'를 합산한 '관리비'가 등장했음이 눈에 띕니다. '판매비'와 '기타'비용이 분할 후 줄어든 것은 판관비에 반영하던 이들 항목들 중 일부를 원가에 옮겨 반형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원가와 판관비에 반영된 판매비와 기타비용

 

 그렇다면, 급여는 도대체 왜, 줄고있는것 일까요?

 

 큰 어려움이 없었던, 아니, 잘 나가는 이 회사가 월급을 깎지는 않았을 테니, 직원수를 줄였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2017년 분할 직후 1,839명이었던 직원수는 작년 말 1,368명으로 줄었습니다. 어떻게 직원수를 줄이면서도 매출과 이익을 늘릴 수 있었을까요? 다른 회사들은 모르는 인공지능이라도 도입했던 것일까요?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서 보이는 '상품의 구매액'에서 그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8년 185억 원이었던 상품의 구매액은 2022년에는 1,205억 원으로 500%가 넘게 증가합니다. '상품'이란 이 회사가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오리온' 상표를 달아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오리온'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강해져서 다른 회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과자를 대신 팔아달라는 경우도 많아졌고, 예전처럼 많은 판매인원이나 판매비를 쓰지 않고도 더 많은 과자를 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 회사 실적이 끊임없이 우상향 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해외시장의 점유율 상승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비재 업종에서 국내시장이라는 좁은 물에 갇혀있지 않고 넓은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넓혀가는 종목은 매우 훌륭한 투자대상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시장확장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넓혀온 나라들이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들이라는 점입니다. 최근의 미중관계나 러우전쟁을 생각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종목 주가가 러우전쟁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이 종목이 대형주여서 기관투자자들의 입김이 쌨다는 생각입니다. 기관 리포트들을 읽어보면 '해외사업이 현지화되어 있어서 큰 영향이 없다'는 식인데, 구체적인 이유를 말해주는 리포트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 종목이 중소형주였다면 주가는 최소한 반토막은 났어야 마땅합니다.

 

 이 회사 러시아나 중국법인이 현지화되어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라면, 워런 버핏이 투자를 철회한 'BYD'는 중국 현지회사가 아니었나요? 그전에, 증권사 리포트나 뉴스에서 떠드는 종목을 따라 사서 큰 수익을 얻은 기억이 있나요?

 

 당장 급한 러시아의 외국계 기업 자산몰수와 같은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핵무기를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전쟁 중에 적대국의 자산몰수가 뭐가 큰 대수이겠습니까? 탄약도 모자라는 마당에 말입니다.

 

 다음과 같이 이 사안과 관련된 사항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2022년 12월, 서방제재에 대한 보복조치로 외국계 기업 자산 매각 시 매각액을 시장가치 절반, 또는 매각액 10%를 정부에 기부하는 조치

 . 2023년 4월, 외국기업의 자산을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안에 푸틴 서명

 . 이후, 독일 가스기업 '유니퍼'의 러시아 자회사 '유니트론' 지분 84%와 '유니퍼'의 모기업 핀란드 '포르툼' 지분 69% 임시관리

   -> 당국은 몰수는 아니며, 서방제재 해제 시 반환 주장

 . 2023년 5월 기준, 총 3,291개 외국계 기업 중 정상운영 1,313개, 운영중단/철수선언 1,197개, 철수완료 234개

   -> 니산, 맥도널드, 벤츠 등은 바이백 조건 자산매각

   -> 칼스버그, 현대차 등은 바이백 조건 자산매각 추진 중

 . 2023년 5월, 현대차 러시아공장 매각신청 거절

   -> 한국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이슈 영향으로 보임

 

 즉,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러시아는 서방제재에 대한 보복조치의 일환으로 핀란드와 같은 만만해 보이는 외국계 자산의 임시압류는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러시아가 이런 조치들을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 따라서, 외국기업의 자산을 몰수하는 것은 그 상대방 국가 입장에서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확전의 명분, 그러니까 러-우 국지전이 아닌, 세계대전으로 번질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탄약도 모자라고 쿠데타 조짐마저 보이는 러시아 입장에서 그렇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푸틴이나 시진핑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 그러니까 혁명이나 반란에 의한 정권교체일 것입니다. 세계제패가 목적이 아니라 정권의 수명연장이 목적일 테니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 때까지만 해도 지금의 중국이나 러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부의 적이 미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정도의 차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다시 냉전시대의 공산국가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의 적들에게는 정권교체의 명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7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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