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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켜볼 주식 - 미원에스씨 (코스피: 268280) (3)

 이 회사 이름을 들어봤거나 뭘 하는 회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이 종목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미원'을 만드는 회사인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이런 생소한 이름의 종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가가 저평가되어있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간혹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종목, 혹은 경제신문이나 증권방송에서 떠드는 종목의 5년 정도 주가추이를 찾아보는데, 십중팔구는 최근 3~4년 내에 주가가 3~4배 이상 이미 올라있습니다. 피해야 할 종목입니다. 한동안 좀 더 주가가 오를 수 도 있겠지만, 결국 반토막, 혹은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져서 크게 오르기 전의 수준으로 주가는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벌어서 남기는 이익이 빈약한 종목이거나 경기변동주일 수록 이런 현상은 더 자주, 크게 나타납니다. 주가가 비교적 꾸준히 오르는것 같아 보이는 미국 성장주나 경기방어주에서도 이런 현상은 언젠가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가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그 기업이 벌어서 남기는 이익에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경기나 업황이 좋을 때, 혹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는 먼 미래까지 꾸준히 이익이 증가할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의 그 기대와 희망을 반영한 수준으로 주가는 치솟지만, 모든 기업은 작건 크건 경기나 업황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면, 이익률은 결국 과거의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게 되고 주가는 반토막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꾸준히 잘 버는 회사의 주가가 장기간 지지부진 했다면, 오히려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바로, 이 종목이 그렇습니다.

 

 이 회사 사업보고서를 읽어보면, 이 회사는 '에너지경화수지'의 원료인 광개시제와 모노머, 올리고머, 첨가제를 만들어 팔고 있다는데, 당최 그게 무슨 소린가 싶습니다. 코팅제나 페인트, 잉크 등의 원료로 쓰인다고 하니, 뭔가 정밀화학을 하는 회사인 건 알겠는데, 여전히 '에너지경화수지'라는 생소한 단어가 발목을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한 종류의 제품이나 기술만으로 사업을 하고있는 경우는 그 제품이나 기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더 싸고 효율적인 대체재나 대체기술이 등장할 경우 그 사업이 급속히 무너져 버릴 수 있기에, 그럴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경화수지에서 '에너지'는 자외선이나 전자빔을 말하고, '경화'는 딱딱하게 굳힌다는 말입니다. '수지'는 쉽게 플라스틱이라고 이해할 수 있으므로, 풀어서 쉽게 말하면 '자외선이나 전자빔을 쪼이면 딱딱하게 굳는 액체상태의 수지'가 됩니다. 이렇게 말하니, 왜 코팅제나 페인트의 원료로 쓰이는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코팅이라는 것이 물체의 표면에 플라스틱 막을 만들어 주는 것 이기에 그렇습니다. 페인트 칠을 한지 오래되면 갈라져서 떨어져 나오는 그 '막' 말입니다.

 

 '광개시제'니 '모노머'니 하는 것들이 뭔지는 아래의 그림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광개시제는 빛을 쪼이면 반응을 시작하는 물질이고, 모노머는 다른 물질과 결합하는 것, 올리고머는 모노머와 함께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고, 첨가제는 그 코팅제에 특성을 부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자외선 경화 기술이 처음 소개된 때는 1960년대 였는데,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이 기술이 확산하게 된 것은 기존의 열이나 대기 중에서 굳히는 방식 대비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이 적거나 없어서 친환경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외선을 쏘아주는 광원이 수은램프에서 LED로 바뀌면서 광원장비의 가격이 싸진 측면도 커 보입니다. 그러니까, 기술의 변화가 빠르지는 않은 분야라는 말인데, 설사 LED 보다 더 싸고 효율적인 광원이 등장하더라도 이 회사가 거기에 적응을 못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에너지경화수지는 빛을 쪼이면 순간적으로 굳는 특성상 작업시간이 매우 빠르고, 물성도 기존 수지 대비 우수하다고 합니다. 또,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수의 회사들이 과점하고있는 이 시장에서 회사의 입지나 점유율도 탄탄해 보이므로,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종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실적이라는 숫자들을 통해서 이를 검증해 봐야합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한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래는 지난 15년간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경기변동주임에도 큰 등락없이 우상향 하고 있는 매출액의 추이는 마음에 들지만 '미원홀딩스'와 이 회사로 기업분할이 있었던 2017년 이후의 이익률 추이를 보면, '이례적 호황이었을 2021~2022년을 제외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이익률도 낮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의심이 드는 찜찜한 종목에 계속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종목을 찾는 게 낫습니다.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 사업보고서 '비용의 성격별 분류'에 나오는 각 항목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아래와 같이 그려 봤습니다.

 

 

 재고와 원재료를 합한 붉은 선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과, 붉은선이 하락하면 이익률은 오르고 반대면 이익률은 떨어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즉, 원료비가 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인데, 이는 아래에 보이는 판가와 원가의 추이에서 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가는 사업보고서에 나오는 원재료 가격 중 추적이 가능했던 '산류' 가격만 그렸는데, 다른 주요 원재료들과 그 추이에서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판가'나 '산류' 각각의 추이는 이익률과 상관성이 약해 보이지만, 푸른 선의 판가 상승폭이 붉은 선의 원가 상승폭 보다 큰 해는 이익률이 상승하고, 반대인 경우 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로그축에 그린 그래프이므로, 눈에 보이는 기울기 만으로 비교가 가능합니다. 또, 이 회사의 원가와 판가는 모두 나프타 가격, 그러니까 유가의 영향을 받으며, 환율의 영향은 이례적인 급등이 있었던 2009년과 2022년 정도를 제외하면 크지는 않다는 것을 아래의 그림들이 보여줍니다. 환율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이유는 원재료 가격 역시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면, '이 회사는 이익률의 등락을 유가에만 기대야 하는 천수답 구조의 회사가 아닌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희소식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 앞에서 봤던 재고와 원재료를 합친 비용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붉은 선의 추이가, 물가가 급등했던 2022~2023년을 제외하면,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2. 판가와 원가의 추이를 그린 그래프를 다시 보면, 원가의 상승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판가에 잘 전이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거나, 점유율이 빈약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3. 석유를 정제해 만드는 나프타나 에틸렌 같은 석유화학의 기초원료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것입니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연료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아는 거대 정유사나 산유국들 역시 정유가 아닌 화학설비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매우 좋았던 작년의 이익률 급락은 매출의 하락에 미국공장을 세우는데 들어간 돈, 그러니까 상각비나 급여, 기타 비용의 영향이 합쳐진 결과로 보입니다. 공장을 짓는데 들어간 돈이야 앞으로 이익을 늘려줄 요인이 될 테니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지만, 전년 대비 28%나 하락한 매출액이 마음에 걸립니다.

 

 주요 경쟁사 중 하나인 프랑스 'Arkema'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Arkema의 에너지경화수지 사업은 'Coating Solutions' 부문의 한 사업부일 뿐이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Coating Solutions' 부문의 매출 역시 26% 정도로 엇비슷하게 하락했으므로 업황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경기나 업황의 영향을 받는 사업이므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성에 의심을 가질만한 사안은 아닙니다. 오히려 경기나 업황의 변동에 따라 자주 출렁이는 주가는 매수와 매도의 기회를 더 자주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종목을 주목하는 이유는 앞에서 애기한 내용들과, 업황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점 외에도 '자유현금흐름'이 매우 좋다는 데 있습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위의 오른편 붉은 선으로 표시된 '주당자유현금흐름'의 추이가 보이지 않는 해가 많은 것은 로그축에 그린 영향인데, 기업분할이 있었던 2017년 이후의 정확한 수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 2018년 -1,045원 / 2019년 10,143원 / 2020년 10,246원 / 2021년 -2,705원 / 2022년 -2,213원 / 2023년 17,234원

 

 자유현금흐름은 현금흐름표에서 찾을 수 있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 유형자산에 쓴 돈을 빼서 구합니다. 한마디로 그 기업이 그 해 장사를 해서 순수하게 남긴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위의 최근 6년 중 3년이나 남긴 돈 보다 쓴 돈이 많았지만, 돈을 남긴 해는 그 액수가 훨씬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지하게 투자에 임하고 있다면, '모든 자산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할인한 값이다'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유동비율, 나쁜 현금흐름의 종목을 가지고 있다면 나쁜 자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2024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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