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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10년을 보유할 주식 - 유니셈 (코스닥: 036200)

 동해로 이사 와서 좋은 점들 중 하나가 한여름에도 뙤약볕만 피하면 선선한 날이 많다는 점입니다. 근사한 산과 바다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내륙지역에 비하면 비교적 덜 후덥지근한 날씨, 또,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상의 이점이 강원도 동해지역이 인기 있는 여름 휴가지인 이유일 것입니다. 수도권에서 강릉 방향으로 목적지를 정했다면 아마도 영동고속도로를 타게 될 것입니다. 이천을 지날 때쯤이면 하이닉스의 큰 공장 건물이 보일 텐데, 배관과 탱크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용액이나 가스 같은 것들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팹'이라고 하는 반도체 제조라인은 두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노광과 식각, 증착 등의 회로를 세겨넣는 공정장비들이 배치되는 '공정층'과 그 하부에 있는 '유지보수층'입니다. 유지보수층의 역할은 말 그대로 위층의 공정장비들과 클린룸인 라인이 잘 돌아가도록 유지와 보수에 필요한 층입니다. 그러니까, 장비들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원을 공급해주는 설비와 복잡한 전선들, 열이 발생하는 공정에 냉각수를 공급해 주는 칠러, 공정에서 필요한 용액이나 가스를 공급해 주는 설비와 배관들, 폐가스나 폐수를 회수하는데 필요한 펌프, 또, 그 폐가스를 정화하는 스크러버 등이 이 유지보수층에 감추어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 유지보수층에 필요한 스크러버와 칠러,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 판 그 설비들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버는데, 이 세 부문의 매출비중이 거의 같습니다. '유지보수 서비스'의 매출비중이 각 설비판매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자신들의 설비를 많이 팔수록 이 서비스 매출도 덩달아 오를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설비들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 서비스 매출도 오르기는 힘들 것이니, 먼저 스크러버와 칠러가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스크러버는 반도체 공정들 중 화학가스를 사용하는 공정에서 배출되는 폐가스를 정화하는 장치로, 필요한 공정장비 1대에 통상 1~2대의 스크러버가 연결됩니다. 과거에는 주로 산화와 환원공정에서 쓰였는데, 반도체의 미세화로 식각공정에서 식각액이 아닌 플라스마 챔버내에 가스를 주입해 식각 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면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식각공정뿐만 아니라 다른 공정들에서도 이런 플라스마를 활용하는 공정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 같습니다.

 

 칠러는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위해 필요한 장치인데, 이 역시 플라스마를 활용하는 공정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플라스마'라는 것이 가스가 고온으로 가열되거나 강한 전기장에 노출될 때 형성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실 꼭 플라스마를 활용하는 공정들이 많아져서가 아니어도,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기위해 공정장비들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거기서 배출될 폐가스나 열을 처리하기 위해 이 회사가 만드는 설비들의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미래의 수요에 대한 걱정은 없어 보이므로 이 회사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만, 미래의 공급에 대한 걱정을 해 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의 수요에 대한 생각만 하고 공급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요즘 벌어지는 2차 전지 테마주 열풍이 대표적인 예인데, 유망해 보이는 산업에는 항상 경쟁자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요즘 사업목적에 '2차 전지 소재의 개발이나 제조'를 추가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더라도 리튬과 같은 원재료를 채굴하는 것은 여전히 유망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수십 년 전부터 21세기 쯤 되면 원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그동안 더 많은 원유를 찾아냈습니다. 지금의 원유시추 업체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더 많은 리튬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얘기도 차트나 테마를 쫓아 단타를 노리는 투기꾼들에게는 의미 없는 말로 들리겠지만 말입니다.

 

 자, 이 회사가 하는 사업으로 돌아와서, 이 분야는 전문적인 틈새시장이라서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확히 알기는 힘들겠지만, 제가 인터넷에서 손가락 품을 팔아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회사는 영국 '에드워즈'와 스웨덴의 'CSK(Atlas Copco)', 미국 'ATS', 일본 '신와', 한국 'GST'와 함께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적인 틈새시장의 과점사업자는 제가 좋아하는 종목의 특성들 중 하나이고, 실제로 제가 사는 종목들 중 다수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틈새시장에 기술적인, 혹은 자본적인 진입장벽이 있고, 그 시장이 점점 커질 시장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보는 이 시장의 특성이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경쟁자들 중 영국 '에드워즈'는 1919년에, 일본 '신와'는 1962년에 설립된 회사들인데도 여전히 과점적인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하니, 지금까지 이 종목에 대해 얘기한 제 생각들이 맞는지를 숫자를 통해 검증해 봐야겠습니다. 아래는 이 회사 실적과 이익률의 지난 15년간 추이입니다.

 

G/M: 매출총이익률 / O/M: 영업이익률

 

 등락은 있지만 실적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에서 안심은 되지만, 오른쪽 붉은 선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자세히 보면 이 회사는 2015~2016년 경 이전까지는 낮은 한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는 별 볼일 없던 회사이다가 이후 갑자기 두 자릿수의 이익률을 보이는 준수한 회사가 된 것 같습니다. 또, 2021~2022년에는 매출총이익률이 예전의 별 볼일 없던 수준으로 급락했음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추이는 아래의 초록선으로 보이는 순자산이익률의 추이에서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ROE: 순자산이익률 / BPS: 주당순자산 / FCS: 주당자유현금흐름

 

 여러번 제 글들에서 제가 이렇게 과거에 부진했던 실적의 원인을 알아보는 이유는 거기에 미래에도 반복될 요소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얘기했습니다. 원래는 별 볼일 없던 회사가 산업의 환경이 일시적으로 좋아져서 덩달아 좋은 실적을 보여줬다면, 다시 예전의 환경으로 돌아가면 역시 별 볼일 없는 실적을 보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가 역시 별 볼 일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종목의 매출총이익률 추이를 보면 이 종목이 그런 종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률의 추이는 마치 '나는 그런 종목이 아니다'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이유를 밝혀낼 수 있다면, 저평가된 주가와 업종의 성장성을 생각할 때, 이 종목은 사야 할 종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우선, 아래에 있는 전세계 반도체 투자액 추이를 보면 이 회사의 매출액 추이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의 삼성전자 메모리 투자액 추이를 보면 더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삼성전자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의 투자액이 2016년 대비 두 배쯤 증가한 데서, 이 회사 매출액이 2017년에 어떻게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얻게 됩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은 어떻게 꾸준히 증가할 수 있었는지와 2021~2022년에 급락한 매출총이익률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부문별 매출액의 추이를 그려 봤습니다.

 

 

 검은선의 이 회사 매출액 추이는 스크러버와 칠러 매출을 합한 추이와 비슷하고, 꾸준히 높아진 이익률의 비결은 초록선의 유지보수 서비스 매출에 있을 것 같습니다. 또, 2015년 이전의 낮았던 이익률은 차량용 블랙박스 카메라모듈을 만들던 붉은 선의 '기타' 부문이 범인일 것 같습니다.

 

 이 역시 검증이 필요하므로, 부문별 매출총이익률을 계산해서 그 추이를 아래와 같이 그려봤습니다.

 

 

 2011년 이전의 '기타' 부문 매출총익률은 구할 수 없었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스크러버와 칠러를 합한 '제품'의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액의 등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작년에 급락했음과, '유지보수' 매출총이익률은 2015~2016년 급등한 후 2021년에 급락한 점을 볼 수 있습니다.

 

 2021~2022년에 매출총이익률에 큰 변동이 생긴 이유는 친절하게도 2021년 사업보고서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서 구하고, 영업이익은 거기서 판매비와 관리비를 빼서 구하므로, 판관비에 반영하던 비용을 원가에 반영했다면 매출총이익률은 떨어지고, 영업이익률은 오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작년에는 매출액의 감소로 영업이익률 역시 감소하기는 했지만, 2015년 이전의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데서 앞으로 반도체 업계의 투자비가 줄더라도 이 회사가 당시와 같이 낮은 이익률을 보일지 모른다는 걱정은 없어졌습니다.

 

 한편, 2015~2016년에 극적으로 높아진 '유지보수' 매출총이익률의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봤는데, 2015년 8월에 완공된 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M14 공장은 그전부터 하이닉스의 숙원사업이었고, 당시 단일건물로는 세계최대 규모, 수도권의 상수원과 가까워서 폐기물 배출에 더 많은 규제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이런 환경규제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과 지금까지 얘기한 제 생각과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023년 8월에, 동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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